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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90. 우리 고유어로 쓴 시는 아름답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90. 우리 고유어로 쓴 시는 아름답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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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유어로 쓴 시는 아름답다

 

 

소화시평권상 90을 보면 문화사대주의에 쪄들었다고 핀잔을 줄 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엔 상식과도 같은 말이었다. 하긴 지금이라 해서 무작정 한글전용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어느 곳이든 지나가다 보면 영어로 된 간판이나,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수많은 차들의 이름은 한글이 아닌 영어로 지어지고 버젓이 써 있으니 말이다. 그 당시엔 한문이 국제사회의 언어로 맹위를 떨쳤다면 지금은 영어가 그 지위를 이어받은 모양새고, 이 글에서 나오는 것 같은 논조들이 지금도 영어로 대체되어 횡행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정권 당시엔 영어공용화 논쟁까지 불붙으며 어륀지 파문까지 일었겠는가. 그건 단순히 파문 문제로 끝난 게 아니라 대학가 강의까지도 전공에 상관없이 영어로 진행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고려대에 다니는 지인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아이의 전공은 경제학부임에도 강의는 영어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러니 어려운 경제학 용어를 아는 것과 별도로 영어 공부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되는 본말이 전도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보니 거의 주기적으로 토익시험을 치룬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익은 어느 곳에 취직하려 해도 기본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기본자료이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토익 공부에 몰두하고 있고 몇 백 점 이상을 맞았다는 게 그 사람의 영어실력인양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도 재밌는 점은 그렇게 주기적으로 토익시험을 보는 데도 매번 볼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사실이다. 누가 보면 한국의 영어 공부 열기가 엄청나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하지만 실제론 토익의 유효기간은 2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 높은 점수를 땄더라도 주기적으로 다시 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만든 기현상이라해야 맞다.

 

바로 이 글에서도 그런 기현상은 그대로 노출된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한계라 보아야 맞을 것이다. 한자어로 이루어진 지명, 특히 중국의 지명은 고상한 언어로 취급 받고 있고, 우리말로 이루어진 지명들은 촌스런 언어로 폄하 당한다. 그래서 시나 문장에서 수도를 표시할 때 장안(長安)이라고 쓰면 뭔가 있어 보이지만, 한양이라 쓰면 격이 떨어져 보인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선 아주 대조적으로 중국어=문자’, ‘고유어=방언이라 나눠놓고 세상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을 예로 들어놨다. “중국의 지명은 모두 문자라서 시에 삽입되면 더욱 아름답다[中國地名皆文字, 入詩便佳].”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한술 더 떠서 그러나 우리 동방은 다 방언으로 지명을 지었으니, 시에는 부적합하다[我東方皆以方言成地名, 不合於詩].”라는 말로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유효하게 작용해서 말을 하다가 영어라도 섞어 쓰면 뭔가 있어 보이는 상황과 크게 차이는 없다.

 

이런 정도의 인식이 횡행하던 때 고유어문장에 넣어서 쓰자는 의견도 일어났던 것 같다. 허균을 위시한 사람들은 고유어를 잘 섞어 쓰면 이 또한 훌륭한 문장이 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으며, 글이 좋냐 좋지 않냐는 것은 고유어의 문제라기보다 얼마나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냐, 그리고 얼마나 본문의 내용을 확장시켜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하게 말한다.

 

나 또한 이 말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아무리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장소와 상황, 그리고 분위기에 맞지 않으면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할 때가 있다. 명품 모피코트를 입고 강변을 따라 운동을 한다고 상상해보라. 그건 개발에 편자마냥 어색하고 오히려 자신에 대한 이미지만 더 안 좋게 만들 뿐이다. 이처럼 언어에 대한 고정관념에 따라 일반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려 할 게 아니라, 그 언어가 딱 맞는 상황을 찾아 그 언어, 단어를 쓰면 그뿐이다. 이 글은 오늘날에도 매우 유용한 글이란 생각이 든다. 영어물신주의에 빠져 검은 머리외국인을 추앙하는 시대에도 분명히 가치가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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