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만 많이 외우면 뭐해 일도, 인간관계도 젬병인대
子曰: “誦詩三百, 授之以政, 不達; 使於四方, 不能專對;
使, 去聲.
○ 專, 獨也.
雖多, 亦奚以爲?”
詩本人情, 該物理, 可以驗風俗之盛衰, 見政治之得失. 其言溫厚和平, 長於風諭. 故誦之者, 必達於政而能言也.
○ 程子曰: “窮經將以致用也. 世之誦詩者, 果能從政而專對乎? 然則其所學者, 章句之末耳, 此學者之大患也.”
해석
子曰: “誦詩三百, 授之以政, 不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시 300편을 외웠지만 정치를 맡겨주니 제대로 일처리하지 못하며
使於四方, 不能專對;
사방으로 사신으로 보내니 오로지 대처하지 못하면
使, 去聲.
○ 專, 獨也.
전(專)은 혼자라는 것이다.
雖多, 亦奚以爲?”
비록 많은 시를 외우더라도 또한 어디에 쓰리오?”
詩本人情, 該物理,
시는 인정에 근본하고 사물의 이치에 해당하여
可以驗風俗之盛衰, 見政治之得失.
풍속의 성대함과 쇠함을 증험할 수 있고 정치의 득실을 볼 수 있다.
其言溫厚和平, 長於風諭.
시의 내용은 따스하고 두터우며 화평하여 풍자와 깨우침에 장점이 있다.
故誦之者,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외우는 사람은
必達於政而能言也.
반드시 정치에 통달하여 말을 잘하게 된다.
○ 程子曰: “窮經將以致用也.
정이천이 말했다. “경서를 궁리함은 장차 쓰임을 다하려 해서이니
世之誦詩者, 果能從政而專對乎?
세상에 시를 외우는 사람들은 과연 정치에 종사하고 오로지 대처할 수 있는가?
然則其所學者, 章句之末耳,
그러하면 배운 것이 장구의 말단일 뿐이니,
此學者之大患也.”
이것이 배운 사람들의 큰 근심이다.
○ 선인들은 외국에 사신으로 나가는 사람에게 격려의 시문을 쓸 때면 ‘논어’ ‘자로(子路)’편의 이 장(章)을 인용하고는 했다. 실은 공자의 이 말은 학문의 실용성을 강조한 말이어서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송시삼백(誦詩三百)은 시 삼백 편을 왼다는 말이되, 여기서의 시는 ‘시경’의 시를 말한다. ‘시경’의 시는 오래전부터 305편이었지만 대개 시삼백(詩三百)이라고 일컬었다. 수지이정(授之以政)은 시 삼백을 외는 그 사람에게 정무를 맡긴다는 말이다. 달(達)은 정치의 도리에 환한 것을 뜻한다. 사어사방(使於四方)은 사방 다른 나라로 사신 가는 것을 말한다. 전대(專對)는 외국에 사신으로 나가 독단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해이위(奚以爲)는 ‘어디에 쓰겠느냐’이다.
시는 그것으로 백성의 마음을 살필 수 있고 군주의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으므로 ‘시경’ 공부는 정치에 응용할 수 있었다. 또 외교의 장에서 시를 외워 자기 속내를 넌지시 알리는 일이 많았으므로 지식층은 ‘시경’ 공부를 매우 중시했다. 따라서 시를 배우고도 정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사절로 나가 현안을 홀로 처리하지 못하면 시 공부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북송의 정이(程頤)는 ‘경전을 궁구하는 것은 장차 치용(致用, 실지에 씀)하고자 해서다’라고 했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서는 ‘자벌레가 몸을 굽히는 것은 장차 펴기 위함이요, 의리를 정밀히 연구하여 신의 경지에 드는 것은 장차 쓰이기 위함이다[尺蠖之屈, 以求信也, 龍蛇之蟄, 以存身也. 精義入神, 以致用也].’라고 했다. 치용(致用)의 범위를 한정할 수는 없지만 공부가 반사회적이거나 몰가치적이어서는 치용(致用)이라 할 수 없으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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