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 제수되자 느꺼움이 있어서
제춘추유감(除春秋有感)
허균(許筠)
投閑方欲乞江湖 金匱紬書更濫竽
丘壑風流吾豈敢 丹鉛讎勘歲將徂
壯遊未許追司馬 良史誰能繼董狐
碧海煙波三萬頃 釣竿何日拂珊瑚 「惺所覆瓿稿」
해석
投閑方欲乞江湖 투한방욕걸강호 | 한가로움에 푹 빠지려 곧 강호에 구걸하려 했는데, |
金匱紬書更濫竽 금궤주서갱람우 | 금갑에 넣을 글 엮는 것【금갑주서(金匱紬書): 책서(策書) 등의 비서(祕書)를 간직한 금속제(金屬製)의 상자. 곧 귀중한 서책을 의미한다.】으로 또 분수를 넘어서는 일이 되었네【남우(濫竽): 함부로 피리를 분다는 뜻으로, 무능한 사람이 재능이 있는 것처럼 속여 외람되이 높은 자리를 차지함을 말한다. 춘추(春秋) 시대 제선왕(齊宣王)이 우(竽)라는 피리를 좋아하여 악인(樂人) 3백 명을 불러 이 피리를 연주하게 하였는데, 남곽(南廓)이라는 처사(處士)가 원래 피리를 불지도 못하면서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끼어서 함부로 이 피리를 불어 한때는 속여 넘겼으나, 湣王 때에 이르러 한 사람씩 불러서 불어보게 한 결과, 남곽이 드디어 도망갔다고 한다.】. |
丘壑風流吾豈敢 구학풍류오기감 | 산천【구학(丘壑): ① 언덕과 골짜기 ② 가슴 속에 담겨 있는 뜻이나 생각 ③ 산수(山水) ④ 깊은 견식(見識)】의 풍류를 내가 어찌 바라겠나. |
丹鉛讎勘歲將徂 단연수감세장조 | 교정 보고 교감하느라 세월은 장차 가려하네. |
壯遊未許追司馬 장유미허추사마 | 사마천 같은 장쾌한 유람【장유(壯遊): ① 호유(豪遊)하다 ② 장한 뜻을 품고 먼 곳에 가다】 따르도록 허락받질 못했고, |
良史誰能繼董狐 량사수능계동호 | 동호【동호(董狐): 춘추 시대 진(晉) 사관(史官)으로서 어떤 위세(威勢)에도 굴하지 않고 사실대로 직필(直筆)하였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사관으로 이름 높았다.】 같은 좋은 사관 누가 뒤 이을 수 있을까? |
碧海煙波三萬頃 벽해연파삼만경 | 푸른 바다의 삼만 이랑 안개 낀 파도 속에서 |
釣竿何日拂珊瑚 조간하일불산호 | 낚시대로 어느 날에 산호초를 건져 올릴까【불산호(拂珊瑚):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두보(杜甫)의 ‘병을 칭탁하여 강동으로 돌아가는 공소보를 전송하고, 겸하여 이백에게 바치다.[送孔巢父謝病歸遊江東兼呈李白]’는 시에 “시권은 영원히 천지간에 머물러 있고, 낚싯대는 산호수를 스치려 하네.[詩卷長留天地間 釣竿欲拂珊瑚樹]” 하였다.】?「惺所覆瓿稿」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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