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여울
대탄(大灘)
정사룡(鄭士龍)
轟輵車千兩 喧闐鼓萬槌
굉갈거천량 훤전고만퇴
篙工心欲細 病客膽先摧
고공심욕세 병객담선최
振鷺衝巖起 跳山入座回
진로충암기 도산입좌회
片帆愁激射 欹側岸邊來
편범수격사 의측안변래 『湖陰雜稿』 卷之一
해석
轟輵車千兩 喧闐鼓萬槌 | 덜컹덜컹 수레 천 량이 달리는 듯 둥둥 만 개의 북을 치는 듯 |
篙工心欲細 病客膽先摧 | 뱃사공의 마음이 작아지려 하고 병든 나그네 담이 저 꺾이려 하네. |
振鷺衝巖起 跳山入座回 | 날던 해오라기가 바위에 충돌하여 선 듯 도약하던 산이 좌중에 들어와 휘감은 듯. |
片帆愁激射 欹側岸邊來 | 조각 돛은 파도의 격한 쏟아짐을 근심해 측면으로 기울어져 언덕 가로 돌아오네. 『湖陰雜稿』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여울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는 시이다.
마치 마차 천 량이 달리듯 북을 만 번이나 치듯 여울이 요란하다. 그러니 뱃사공의 마음은 졸아들고 병든 객의 간담은 여울을 지나가기도 전에 먼저 꺾여 버릴 듯하다. 하늘을 날던 해오라기는 바위가 보이자 솟아오르고, 저 멀리 배를 따라 출렁이던 산이 가까이 보였다 멀어진다. 조각 돛을 단 배는 격한 여울이 두려워 엎어질 듯 강둑 가로 돌아 나온다.
이 외에도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정사룡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호음의 「황산역(黃山驛)」 시(詩)는 다음과 같다. ‘지난날 쫓긴 왜구 이곳에서 섬멸할 때, 혈전 벌인 신검(神劍)에는 붉은 빛깔 둘렸다네. 한의 깃대 꽂힌 흔적 돌 틈에 남아 있고, 얼룩진 옷 적신 피는 노을빛을 물들이네. 소슬바람 살기 띠어 수풀 뫼는 엄숙하고, 도깨비불 음기 타니 성루는 묵어졌네. 동방 사람 어육(魚肉) 면키는 우 임금의 덕일진대, 소신이 해를 그려 어찌 감히 칭찬하리’ 기걸(奇杰)하고 혼중(渾重)하니, 참으로 훌륭한 작품이다. 절강(浙江)의 오명제(吳明濟)가 이 시를 보고 비평하기를, ‘그대의 재주는 용을 잡을 만한데 도리어 개를 잡고 있으니 애석하다.’고 했는데, 대개 당시(唐詩)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그를 작게 평가할 수야 있겠는가[湖陰黃山驛詩曰 昔年窮寇此殲亡 鏖戰神鋒繞紫芒 漢幟豎痕餘石縫 斑衣漬血染霞光 商聲帶殺林巒肅 鬼燐憑陰堞壘荒 東土免魚由禹力 小臣摸日敢揄揚 奇傑渾重 眞奇作也 浙人吳明濟見之 批曰 爾才屠龍 乃反屠狗 惜哉 蓋以不學唐也 然亦何可少之].”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85~286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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