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한다면 단점조차도 장점이 된다
임술기(壬戌記)
황상(黃裳)
동파가 적벽강에서 노닐던, 그리고 정약용을 만난 임술년
上昔壬戌, 東坡居士以十月之望, 舟遊於赤壁江中, 昔壬戌, 予以十月十日束脩於洌水夫子. 古今所做不同, 何年月日之偶然相値, 如此其相近耶?
今年又値壬戌, 追已往昔, 歷數日時, 百感竝起, 可謂一代勞人矣.
둔하기에 막혔기에 미련하기에 배울 수 있다
予束脩七日, 夫子贈以治文史之文詞, 曰: “余勸山石治文史, 山石逡巡有愧色而辭曰: ‘我有病三, 一曰鈍, 二曰滯, 三曰戛.’
余曰: ‘學者有大病三, 汝無是也. 一敏於記誦, 其弊也忽; 二銳於述作, 其弊也浮; 三捷於悟解, 其弊也荒, 夫鈍而鑿之者, 其孔也濶; 滯而疏之者, 其流也沛; 戛而磨之者, 其光也澤.
曰鑿之奈何? 曰勤; 疏之奈何? 曰勤; 磨之奈何? 曰勤, 曰若之何其勤也? 曰秉心確.”
時住東泉旅舍也, 童而未冠, 銘心鏤骨, 恐有所敢失.
스승의 말을 61년 동안 지켰지만 앞으로도 더욱 분명히 지키리
自彼于今, 六十一年間, 有廢讀把耒之時, 因懷在心.
今也則手不釋卷, 遊泳翰墨, 雖無樹立者, 足可謂謹守鑿而疏戛, 亦能奉承秉心確三字耳.
然今年壽七十五, 餘日無多, 安可胡走亂道也? 而今而後, 師授之不失也明矣, 小子之不負也行矣, 夫玆爲「壬戌記」. 『梔園遺稿』
해석
동파가 적벽강에서 노닐던, 그리고 정약용을 만난 임술년
上昔壬戌, 東坡居士以十月之望,
옛날 임술년으로 거슬러 가면 동파 거사가 10월 보름에
舟遊於赤壁江中,
적벽강에서 배를 띄워 놀았고
지난 날 임술년에 내가 10월 10일에 열수 부자께 포를 묶어 왔었다.
古今所做不同, 何年月日之偶然相値,
예나 지금이나 한 것이 같지 않아 어느 해나 어느 월일에 우연히 서로 만났으니
如此其相近耶?
이와 같이 서로 가까운 것일까?
今年又値壬戌, 追已往昔,
금년에 또 임술년에 만나 이미 지난 옛날을 추억하며
歷數日時, 百感竝起,
일시를 일일이 헤아려보니 온갖 감정이 아울러 일어나니
可謂一代勞人矣.
한 시대의 수고로운 사람이라 할 만하다.
둔하기에 막혔기에 미련하기에 배울 수 있다
予束脩七日, 夫子贈以治文史之文詞, 曰:
내가 배우러 온 지 7일째에 부자께선 문사(文史)의 문장을 주면서 말씀하셨다.
“余勸山石治文史, 山石逡巡有愧色而辭曰:
“내가 산석에게 문사를 연구하라 권했는데, 조금 물러섰다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我有病三, 一曰鈍, 二曰滯,
‘저에겐 병통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노둔하고 둘째는 고지식하며,
三曰戛.’
셋째는 엉뚱합니다.’
余曰: ‘學者有大病三, 汝無是也.
내가 말했다. ‘배우는 자에겐 큰 병통 세 가지가 있지만 너는 이게 없단다.
一敏於記誦, 其弊也忽;
첫째는 암송함에 민첩한 것이지만 그 폐단은 소홀한 것이고,
二銳於述作, 其弊也浮;
둘째는 글짓기에 날렵한 것이지만 그 폐단은 부왕부왕한 것이며,
三捷於悟解, 其弊也荒,
셋째는 깨우침이 빠른 것이지만 그 폐단은 허황된 것이다.
夫鈍而鑿之者, 其孔也濶;
대체로 노둔하지만 뚫는 사람은 구멍이 넓어지고
滯而疏之者, 其流也沛;
고지식하지만 소통하려는 사람은 흐름이 콸콸할 것이며,
戛而磨之者, 其光也澤.
엉뚱하지만 연마하려는 사람은 광채가 윤기나리라.
曰鑿之奈何? 曰勤;
뚫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부지런한 것이고
疏之奈何? 曰勤;
소통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부지런한 것이며,
磨之奈何? 曰勤,
연마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부지런한 것이니
曰若之何其勤也? 曰秉心確.”
어떻게 하는 것을 부지런하다고 하는가? 마음을 다잡고 확고히 하는 것이다.”
時住東泉旅舍也,
이때에 부자는 동천의 여사에서 머무르셨는데
童而未冠, 銘心鏤骨,
나는 아이로 관례조차 하지 않았을 때라 마음에 새기고 뼈에 새겨
恐有所敢失.
감히 잃어버릴까 걱정했었다.
스승의 말을 61년 동안 지켰지만 앞으로도 더욱 분명히 지키리
自彼于今, 六十一年間,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61년이 지났는데,
有廢讀把耒之時, 因懷在心.
읽기를 그치고 쟁기를 잡을 때도 있었지만 품은 것을 마음에 두었다.
今也則手不釋卷, 遊泳翰墨,
지금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문한(文翰)과 필묵(筆墨)에서 유영하니,
雖無樹立者, 足可謂謹守鑿而疏戛,
비록 세운 공적이 없다할지라도 넉넉히 정중하게 뚫는 것과 소통하는 것과 두드리는 걸 지켜
亦能奉承秉心確三字耳.
또한 ‘秉心確’ 세 글자를 받들어 계승하였다고 할 만하다.
然今年壽七十五, 餘日無多,
그러나 지금 나이 75세로 남은 날이 많지 않으니,
安可胡走亂道也?
어찌 어지럽게 내달려 도를 어지럽힐 수 있겠는가?
而今而後, 師授之不失也明矣,
지금 이후로도 스승이 전수해준 것을 잃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小子之不負也行矣, 夫玆爲「壬戌記」. 『梔園遺稿』
나는 말씀을 저버리지 않고 실행하려 이에 「임술기」를 짓는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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