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到嶺梅初發天 | 손님이 고개에 이르니 매화가 처음으로 피어나 자연스러우니, |
嘉平之後上元前 | 섣달이 지나 대보름 전이라네. |
春生畫鼓雷千面 | 춘흥(春興)은 화고(畫鼓)의 둥둥거리는 천 번의 소리에 생겨나고, |
詩會靑山日半邊 | 시흥(詩興)은 푸른 산 해 반쯤 걸린 곁에서 모여든다. |
漁艇載分籠渚月 | 고깃배는 물가 두른 달을 나누어 실었고, |
官羊踏破羃坡煙 | 관아의 염소는 언덕 덮던 안개 깨뜨려 밟는다. |
形羸心壯凌淸曠 | 몸은 야위었으나 마음은 건장해 맑은 들판 오르니, |
驅使乾坤入醉筵 | 하늘과 땅을 부려 취한 술자리에 끌어들이네. |
1) 밀양에 들어서자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이 고갯마루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림.
2) 조카 박순(朴淳)의 『송퇴계선생남환(送退溪先生南還)』에서도 꽃이 자신을 기다렸다는 피었다는 정조가 비슷함.
寒勒嶺梅春未放 | 추위는 고개의 매화를 억눌러 봄에도 피질 않았으니, |
留花應待老仙還 | 꽃을 멈추게 한 것은 응당 늙은 신선이 돌아오길 기다려서겠지. |
3) 함련(頷聯)에선 영남루에서의 시회를 묘사했다. 봄을 맞아 영남루에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져 풍악소리 진동하고 기생들의 노랫가락이 울려 퍼지면 그 속에 봄이 온다고 했음. 대낮부터 놀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밤이 되었음.
4) 달빛을 고깃배가 나누어 실어오고, 밤안개 속에 염소들이 하나둘 돌아온다. 이 같은 고운 풍경에 마음은 절로 호쾌해진다.
5) 비록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청춘으로 육신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영혼은 하늘로 솟구치며, 자신의 소매에 온 천지를 담아낸다는 호기스러움을 보임. 이처럼 한 시에 묘사된 풍경에는 시인의 감정이 투영되어 있음.
4. 한시에 묘사된 풍경에 시인의 감정이 투영된 예.
1) 율시에서 풍경을 묘사하는 2연이나 3연은 이러한 수법으로 제작된 것이 많음.
2) 권엄(權儼)은 울진현령으로 가 있는 성대중을 그리워하여 지은 「회사집(懷士執)」이라는 시에 이런 표현이 드러남.
去路殘花豊壤驛 | 떠나는 길, 풍양역에는 꽃이 시들겠지만 |
歸時明月廣陵舟 | 돌아오는 길, 광릉의 배엔 달 밝겠지. |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