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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16.4 풍경에 담은 감정의 변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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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16.4 풍경에 담은 감정의 변화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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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사룡(鄭士龍)양근야좌 즉사시동사(楊根夜坐 卽事示同事)

擁山爲郭似盤中

산을 둘러 성곽이 되니, 소반의 한 가운데 같고,

暝色初沈洞壑空

석양빛 처음으로 잠기니 골자기는 비었네.

峯頂星搖爭缺月

묏 봉우리의 반짝이는 별이 이지러진 달과 다투고

樹顚禽動竄深叢

나무 끝의 새가 움직여 깊은 숲으로 숨누나.

晴灘遠聽翻疑雨

비 오나 의심될 정도로 맑은 여울소리 멀리서 들리고,

病葉微零自起風

스스로 일어난 바람에 병든 잎사귀 살살 떨어지네.

此夜共分吟榻料

이 밤에 함께 읊조리던 평상의 요금 나눠 내겠지만,

明朝珂馬軟塵紅

다음날 아침이면 말방울 소리 나고 붉은 먼지 날리겠지.

 

1) 정사룡(鄭士龍)은 탄핵을 받으면 양근(오늘날 양평은 서쪽의 양근과 동쪽의 지평이 합쳐진 것임)으로 물러나 있었음.

2) 양근 관아가 있던 곳은 산성으로 사방을 둘러친 소반 같은 모습이라, 해가 넘어가면 곧바로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다는 표현으로 수련(首聯)을 열어젖힘.

3) 어둠을 깔아놓고 조명을 비추기 시작함. 수련(首聯)과 함련(頷聯)에 시간은 짧지 않았을 것이기에 시간의 경과를 볼 수 있음. 달이 뜨면 별이 보이지 않기에 별빛과 달빛의 경쟁을 볼 수 있음. 숲속에 둥지를 튼 새는 깊이 잠들었다가 갑자기 밝아진 달빛에 놀라 풀숲으로 숨어듦.

4) 경련(頸聯)도 보이지 않는 풍경으로 달이 떴으니 비가 올 리 없지만,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여울물 소리가 거세다. 그리고 어디선가 낙엽이 뒹구는 소리가 들린다. 이처럼 정사룡은 방안에 가만히 앉아서도 밤 풍경을 모두 보고 있음. 고민이 많았던지 정사룡(鄭士龍)은 이와 같이 밤에 쓴 시들이 많음.

5) 미련(尾聯)에서 나란히 잠을 자면서 시를 읊조리나 아침이면 속세로 떠나야 함을 안타까워함. 음탑(吟榻)이란 고사를 통해 오늘밤 서로 머리를 쥐어짜며 좋은 시를 짓고자 한다는 말을 대신함.

 

 

3. 정사룡(鄭士龍)후대야좌(後臺夜坐)

煙沙浩浩望無邊

안개 낀 모래톱 아득하여 바라봐도 끝이 없고,

千刃臺臨不測淵

천 길 에 오르니 깊이 헤아릴 수 없어라.

山木俱鳴風乍起

산의 나무는 바람이 갑자기 불어 함께 울리고,

江聲忽慮月孤懸

강물 소리는 문득 사나워지니, 달이 외롭게 걸렸고나.

平生牢落知誰藉

평생의 불우함 뉘를 알아 의지할꼬?

投老迍邅祗自憐

늘그막에 머뭇거리니 다만 절로 서글플 뿐.

擬着宮袍放身去

궁포(宮袍) 차려입던 것에서 몸 놓여나 떠나가니,

騎鯨人遠問高天

고래 탄 사람 이태백의 안부를 멀리 높은 하늘에 묻겠노라.

 

1) 깜깜한 방 안에 앉아 있으니 산속의 나무들이 모두 우는 소리를 낸다. 이로써 바람이 분 것이라 짐작 가능하다.

2) 강물 소리가 거세지니, 달이 높이 걸렸다는 것이 짐작 가능하다. 이처럼 보통 사람으로 감지할 수 없는 오묘한 풍경의 변화를 시에 담아내는 것이 정사룡의 특기임.

 

 

 

 

 

 

인용

목차

풍경에 담은 감정의 변화1

풍경에 담은 감정의 변화2

풍경에 담은 감정의 변화3

풍경에 담은 감정의 변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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