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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20장 - 19. 히로시마의 비극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20장 - 19. 히로시마의 비극

건방진방랑자 2021. 9. 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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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히로시마의 비극

 

 

히틀러 때문에 쫓겨 간 과학자들이 미국에다 원자탄을 안겨 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경건한 마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 그 원자탄을 히로시마에 터트릴 때에 그들은 또다시 울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히틀러를 피해 가지고 미국으로 자유를 찾아 온 것인데, 내가 여기서 원자탄을 개발해 가지고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가담하다니!”하면서 탄식을 토해 내었던 인류지성의 양심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겁니다.

 

나는 최근까지만 해도 히로시마 원폭을 이슈로 삼아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 도대체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일본놈들이 그 악랄한 짓들을 했는데,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폭을 터뜨려서 그놈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결국은 전쟁을 끝낸 게 얼마나 잘한 일이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았는데, 우리로서는 박수를 쳐야할 일이 아닌가? 일본놈들은 자업자득이다. 히로시마 원폭투하는 역사적인 귀결이었고 결코 나쁜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만 생각했던 거지요.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당시의 과학자들의 눈물이라는 것은 결코 사치스런 감정의 유희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최소한 그들에게 있어서 미국은 프랑스혁명 이후 서구라파에서 부르짖었던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인류가 희망을 걸었던 나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미국은 구라파 역사가 지녔던 어두운 수렁에서 벗어나서 어떤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의미를 인류에게 던지는 그야말로 신천지였던 것이죠.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었고, 누구나 거기에 가면 잘 살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그런 곳이었다고. 거기서 희망을 가지고 살았었는데, 그 미국이 원자탄을 개발할 때만 해도 순수한 과학자적인 입장을 고수 했었는데, 그 순수한 과학적 소산을 양민살상에 서슴없이 사용해 버림으로써 그 투명한 기대감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린 것입니다. 그 당시 미국이 가지고 있던 힘으로는 일본놈들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끝내는 방법을 얼마든지 달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에다가 원폭을 투하했다는 것은 사용가능한 방법 중에 굉장히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일 뿐이죠. 그 쉬운 방법을 무자비하게 써버렸다는 것, 일본놈들이 어떻게 된 놈들이었든지 간에 양민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 가공할 원폭을 투하해버렸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 세계지성인들의 양심을 건드렸던 것입니다. 일본놈들이 무슨 짓을 어떻게 한 놈들이었든지 간에 상관없이, 그것은 세계평화를 암담하게 하는, 인간이 만든 20세기 기계문명이 자기들의 동종(同種)을 그렇듯 대량으로 학살할 수 있다고 하는 그 선례를 남겼다는 데에 문제의 촛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놈들, 저 잔학한 악의 무리들에게 유황과 같은 불을 떨어뜨려 주었으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만만세!”하고 광복의 감격을 누렸지만, 우리는 이제 그 당시에 인류의 암담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닐스 보어라든가 하이젠베르크, 아인슈타인 등의 그 눈물의 의미를 생각해야 할 그런 시점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뒤늦은 역사를 산 것이지요. 우리는 보편주의, 보편적 양식(良識)이라는 게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해요. ‘비록 나는 당한다고 할지라도 인류의 보편적 양식을 위해서는 나는 끝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그런 가치관! 이것은 일순간에 거저로 얻어지는 쉬운 게 아닙니다. 이러한 가치관들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결여되어 있어요. 이런 문제들을 나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가서 공부하면서, 인류에 대한 어떤 비젼을 획득하면서 히로시마가 갖는 의미도 겨우 깨닫게 되었습니다. 히로시마는 비극이었다! 그렇게 끝났어야 할 2차 대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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