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수광, 두보시를 강서시와 비교하다
강서시보단 두보시
다음은 강서시파의 한 사람인 진여의(陳與義)의 시와 두보 시를 비교하여 그 우열을 논한 부분으로 『지봉유설(芝峯類說)』 「시평(詩評)」에 나온다.
진여의(陳與義)의 시에 “만 리를 와서 노닐면서 도리어 먼 곳을 바라보려고, 삼년 동안 어려움도 많았거니, 다시 위태한 곳에 기대어 섰네.”라고 한 것이 있다. 나는 이 시구를 매우 좋아한다.
두시에 말하기를 “만 리에 가을이 슬프다. 이 몸은 항상 나그네 되어, 백년에 병 많은 몸 홀로 누대에 오른다.”라고 하였다. 이에 진여의의 이 글귀가 오로지 두보 시에서 나온 것을 알겠다. 그러나 두보시가 더 좋다.
簡齋詩‘萬里來游還望遠, 三年多難更憑危.’ 余常喜之.
杜詩云: ‘萬里悲秋常作客, 百年多病獨登臺.’ 乃知簡齋此句專出於杜, 而杜尤佳矣.
이수광은 두 시를 모두 좋아하면서도 두보의 시가 더 좋다고 하였는데 이는 두보의 시가 대구적(對句的) 측면에서 더 조화롭고 시의적(詩意的) 측면에서 만리타향의 객수(客愁)를 보다 함축으로 표현하여 긴 여운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광은 두보시의 음률미와 함축미를 높이 평가하여 송시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 것이다.
두보 악양루시가 부족한 점
이수광은 두보 시의 뛰어난 점만 논하지 않고 부족한 점에 대하여서도 『지봉유설(芝峯類說)』 「시평(詩評)」에서 논하였다.
두보(杜甫)의 「악양루」 시는 고금에 뛰어난 작품이다. 그런데 “친한 벗에게선 한 글자의 서신도 없고, 늙고 병든 몸은 외로운 배를 타고 있네.”라고 한 글귀는 윗글귀와 서로 연속이 되지 않고 또 악양루와는 글이 서로 걸맞지 않는다.
진여의(陳與義)의 「악양루」시 또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다만 “주렴과 깃발은 움직이지 않는데 석양은 더디다.”라고 한 것은 어구가 빈약한 것 같고, 또 “등림(登臨, 올라 굽어보니)”이니, “사의(徙倚, 배회하다)”니 “빙위(憑危, 난간에 기댄다)”니 한 말들과 “석양(夕陽)”이니 “욕모(欲暮, 저물려 한다)”느니 한 말들을 쓴 것은 중첩인 것 같다.
杜子美「岳陽樓」詩, 古今絶唱, 而‘親朋無一字, 老病有孤舟’, 與上句不屬, 且於岳陽樓不相稱.
陳簡齋「岳陽樓」詩, 人亦膾炙, 但‘簾旌不動夕陽遲’, 語句似餒. 且‘登臨’ㆍ‘徙倚’ㆍ‘憑危’ㆍ及‘夕陽’ㆍ‘欲暮’等語似疊.
위의 문장에서는 두보시의 장법에 대하여 「악양루」 시를 예로 들어서 의미상 상하구(上下句)가 서로 연결되지 않고 시제(詩題)하고도 맞지 않다는 점을 비평하였다.
이상에서 이수광은 두보시의 표현의 정확성, 음률미와 함축미를 높이 평가하고 표현의 중첩성에 대하여는 비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