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고유어를 사용하여 재미로 시를 지어야 했던 시기.
1. 고유어를 시에 사용하는 문제
1) 이색이나 노수신은 특이하게도 떳떳하게 우리말을 시어로 사용하여 새로움을 창조했음.
2) 대부분의 문인들은 그러질 못하고 속어로 시를 지을 땐 ‘장난삼아 이어(俚語)를 썼다’고 밝힘.
2. 이명한(李明漢)의 「중양전일일 희용이어구호(重陽前一日 戱用俚語口號)」: 속어를 장난처럼 사용한 시
引用重陽節 村醪典當來 | 중양절을 끌어와서 막걸리를 전당포에서 가져왔네. |
黃花太遲晩 分付眼前開 | 노란 국화 너무 늦게 피니, 분부하노라 “눈앞에서 피어라” |
1) 중양절이 하루 남았지만 이명한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중양절을 끌어들임. ‘인용(引用)’이란 시어를 사용해 ‘자기편이 되게 했다’는 내용을 담았고, ‘전당(典當)’이란 용어조차도 맘대로 썼음.
2) 중양절을 내 편으로 만들어 끌어오고 막걸리도 전당 잡혀 사 왔는데 국화가 피지 않았으니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임. ‘분부(分付)’와 ‘안전(眼前)’과 같은 구어가 사용됨.
3. 이진망의 「도취침금희작이어(盜取寢衾戲作俚語)」
深藏無賴鐍扃完 | 깊이 숨겼지만 자물쇠가 온전하리라 믿질 못하겠으니 |
一手探來十守難 | 한 사람이 훔치러 온다면 열 명이 지키더라도 어렵다는데 |
若使窮交求庇體 | 가령 가난한 벗에게 몸 덮을 것 요구한다면 |
也應先說自家寒 | 응당 먼저 자기 몸 춥다 말하겠지. |
1) 속담을 써서 묘미를 더함.
2) 벗이라도 도움을 청하면 먼저 춥다고 능청을 떠는 세태를 풍자하여 재미를 더함.
4. 이하곤(李夏坤)의 시: 「주분원이십여일 무료중효두자미기주가체 잡용이어 희성잡구(住分院二十餘日 無聊中效杜子美夔州歌體 雜用俚語 戱成絶句)」
宣川土色白如雪 | 선천의 흙 색깔은 희어 눈 같네. |
御器燔成此第一 | 임금의 그릇이 구워 만들어지는데 여기 것이 제일이야. |
監司奏罷蠲民役 | 감사가 주청(奏請)하길 마치면 백성들의 부역이 줄려나. |
進上年年多退物 | 진상품이 해마다 퇴짜 맞는 그릇이 많은데. |
御供器皿三十種 | 임금께 공납할 그릇 30종류인데, |
本院人情四百駄 | 본원의 뇌물은 400 바리로구나. |
精粗色樣不須論 | 정밀하고 거칠고 색이나 모양을 전혀 논하질 않고 |
直是無錢便罪過 | 다만 무전(無錢)이 곧 유죄(有罪)로구나. |
1) 광주의 분원에서 20여 일 머물면서 지은 작품으로 ‘이어’를 사용하여 장난으로 시를 지었다고 함.
2) 사용된 시어는 하나하나가 잘 쓰이지 않는 시어로, ‘감사’, ‘진상’, ‘퇴물’, ‘인정’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이 모두 당시에 쓰이던 일상어로 착취를 풍자한 것이 더욱 묘미가 있음.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