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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19.3 점철성금의 시학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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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19.3 점철성금의 시학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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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수신(盧守愼)체우상(遞右相)

土虎春全暮 吳牛喘未穌

무인년 봄은 저무는데 오나라 소는 헐떡임 멈추질 않네.

初辭右議政 便就判中樞

처음에 우의정을 사직하고 곧 판중추로 나아갔지.

睿澤深如海 慈恩潤似酥

임금은 은혜 깊기가 바다 같고, 자애로운 은혜 윤택하기가 술과 같아,

避賢仍樂聖 能住幾年盧

탁주를 피하고 청주를 즐기니, 몇 년이나 나를 머물게 할꼬?

 

1) 노수신은 지명 사용에서 더 나가 관직명과 심지어 자신의 성까지도 사용함.

2) 육십대 중반의 노년인지라 노수신은 사직하고자 하나 선조는 윤허해주지 않음. 아홉 차례나 상소를 올린 끝에 면직되었지만 곧바로 다시 판중추부사에 임명됨.

3) ‘토호(土虎)’는 무인(戊寅)을 다르게 표기한 것. 시에서 이런 표기는 보이지 않으니, 노수신이 낯선 시어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음.

4) ‘우의정이나 판중추라는 벼슬이름을 사용하여 대를 함으로 시상을 자연스럽게 이음.

5) 미련(尾聯)에선 청주를 즐기겠다는 뜻에 더하여, 우의정과 같은 요직을 피해 판중추와 같은 명예만 있고 실권은 없는 청직(淸職)을 즐기겠다는 뜻임.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성을 사용하여 청직이지만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힘.

 

 

5. 노수신(盧守愼)의 시엔 속어의 구사가 빈번한 예

1) 노수신(盧守愼)회알의정영자 이안우가(會謁議政影子 移安于家)

招要袒免服 序拜十三人

달면복 입을 친척 불러 모아서, 열세 명이 차례를 따라 절을 한다.

柳暗靑坡晩 天晴白岳春

버들 짙게 늘어진 청파의 저녁, 날이 화창한 백악의 봄날

 

-달면복은 5대조의 상에 상복을 입지 않고 웃옷을 벗고 머리에 두건만 착용하는 것을 이르고, 그러한 자손들이 모두 열 세명이라 한 것이다.

-청파와 백악이라는 조선의 지명으로 정치하게 대를 하여, 저녁 무렵 청파동 버들 숲에 있던 영정에 제사를 지내고 이튿날 아침 백악의 집으로 모셨다는 뜻을 말한 것임.

 

2) 노수신(盧守愼)단오제효릉(端午祭孝陵)

廟表全心德 陵加百行源

인묘는 온전한 마음의 덕을 드러내고, 효릉(孝陵)은 온갖 행위의 근본을 더하였네.

衣裳圖不見 社稷欲無言

의상(衣裳)은 그림에서 보이지 않으니, 사직은 말하고자 하지 않네.

天靳逾年壽 人含萬古寃

하늘이 원망스럽게 한 해를 넘기지 못해, 사람들이 만고의 원한을 품었네.

春坊舊僚屬 唯有右司存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의 옛날 관리로는 오직 우사만이 남아 있네.

 

-1연엔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를 바탕으로 만든 구절임. ‘仁者天理之公 心德之全也라는 근사록(近思錄)의 글을 통해 인종(仁宗)의 인()을 말했고, 주자(朱子)효위백행지수(孝爲百行之首)’라 했고 예기효자백행지원야(孝者百行之源也)’를 이용하여 인종의 효릉(孝陵)에 호응하도록 함.

 

3) 아래의 시는 논어(論語)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의 구절을 이용하여 지음.

有親仁里接 無友遠方來

인한 마을에 인접한 곳엔 친구가 있고 먼 지방에서 오는 친구는 없네.

 

4) 두보가 시에서 쓴 먼 곳에 가고 싶지만 막힐까 겁나네[致遠宜恐泥]’라는 구절은 논어(論語)雖小道, 必有可觀者焉. 致遠恐泥, 是以君子不爲也라는 구절을 이용한 것임.

 

5) 이런 식으로 경전의 말을 시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소식(蘇軾)주자(朱子)는 모두 반대했지만, 노수신(盧守愼)은 그런 말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함으로 이고위신(以古爲新)’을 실천함.

 

 

 

 

 

 

인용

목차

점철성금의 시학1

점철성금의 시학2

점철성금의 시학3

점철성금의 시학4

점철성금의 시학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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