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 아낙의 무덤을 지나며
회음표모분(淮陰漂母墳)
이제현(李齊賢)
重士憐窮義自深 豈將一飯望千金
歸來却責南昌長 未必王孫識母心
婦人猶解識英雄 一見慇懃慰困窮
自棄爪牙資敵國 項王無賴目重瞳 『益齋亂稿』 卷第一
해석
重士憐窮義自深 중사련궁의자심 | 선비를 중하게 여기고 곤궁함을 가련히 여긴 의가 스스로 깊으니, |
豈將一飯望千金 기장일반망천금 | 어찌 한 밥을 가지고 천금을 바랐으랴? |
歸來却責南昌長 귀래각책남창장 | 한신은 돌아와 도리어 남창의 어르신【남창장(南昌長): 한신은 南昌亭長의 집에서도 밥을 빌어먹었으나 정장의 아내는 한신을 귀찮게 여겨 밥을 일찍 지어 먹고는 한신이 가면 밥이 없다고 거절했음. 한신이 초왕이 되어서 성공한 후 표모에게 금 천근을 주어 사례했고 남창 정장을 불러서는 “그대는 소인(小人)이라 은혜를 끝까지 베풀지 못하더구만.”하며 백금을 주더라 함】을 책망했으니, |
未必王孫識母心 미필왕손식모심 | 왕손이 표모의 마음을 알았던 것은 아니로구나. |
婦人猶解識英雄 부인유해식영웅 | 아낙 오히려 영웅을 이해하고 알아 |
一見慇懃慰困窮 일견은근위곤궁 | 한 번 봄에 은근히 곤궁함을 위로하였네. |
自棄爪牙資敵國 자기조아자적국 | 스스로 용맹한 장수임을 버리고 적국을 도왔으니, |
項王無賴目重瞳 항왕무뢰목중동 | 항우, 쓸데없이 눈만 겹눈동자【중동(重瞳): 겹으로 된 눈동자란 뜻으로, 순이 겹 눈동자였다하여 성인이나 제왕의 상이라 여겨짐[人曰命難知. 命甚易知, 知之何用 ..... 傳言黃帝龍顏, 顓頊戴午. 帝嚳駢齒, 堯眉八采, 舜目重瞳]】였네. 『益齋亂稿』 卷第一 |
해설
제1구는 배고픈 한신(韓信)에게 밥을 주었던 표모(漂母)의 무덤에 쓴 시이다.
표모(漂母)가 배고픈 한신(韓信)에게 밥을 준 것은 단지 가난한 선비를 불쌍히 여겨서 행한 것일 뿐이지 천금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는데, 한신이 영달한 후 고향인 회음에 와서 남창의 정장을 꾸짖고 표모에게 천금으로 보답하자, 왕손(王孫)인 한신도 표모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 넌지시 꼬집고 있다.
제2구는 빨래하던 여자인 표모와 겹눈동자를 가진 항우를 대비하여 항우의 우매함을 풍자한 시이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 “이익재(李益齋)의 「과표모분」…… 이도은의 「과회음감표모」……(익재의 시는 항우가 한신을 기용하지 못한 것을 풍자한 것이다..…..…둘 다 풍자한 뜻이 심오하다[李益齋過漂母墳詩曰: ‘婦人猶解識英雄, 一見慇懃慰困窮. 自棄爪牙資敵國, 項王無賴目重瞳.’ 李陶隱過淮陰, 感漂母, 有詩曰: ‘一飯王孫感慨多, 不知葅醯竟如何. 孤墳千載精靈在, 笑殺高皇猛士歌.’ 項王之不能用, 漢王不終用, 皆不及一女之知, 兩詩諷意俱深].”라고 평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39~24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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