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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녀에게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남기다
悲吟披髮下江干 | 슬프게 읊조리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강가로 내려가니 1 |
霜葉鳴秋蘆花睡 | 서리 맞은 잎사귀는 가을날 바스락거리고 갈대꽃은 오므라들었네. |
江頭採薪小女兒 | 강어귀에서 땔나무 채취하던 어린 여자 아이를 |
携來問名年十二 | 데려 와 이름을 물으니 나이는 12살이란다. |
沙際兩立盡心語 | 모래톱에 둘이 서서 진심으로 말했다. |
汝家幸與吾家邇 | “너의 집은 다행히도 우리 집과 가깝구나. |
嗟吾隱痛無所歸 | 아! 내 마음의 고통 붙일 데가 없어서 |
今將舍命隨淸水 | 이제 장차 목숨을 버려 맑은 물 따르려 한단다. |
但恐死去不明白 | 다만 죽더라도 명백하게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
世人疑吾有他志 | 세상 사람들이 내가 다른 뜻이 있다고 의심할까 걱정했는데 |
而今遇汝眞天幸 | 지금 너를 만난 건 참으로 하늘이 내린 행운이야. |
汝小能言吾死事 | 너는 어려도 나의 죽음을 말할 수 있고 |
汝小不能止我死 | 너는 어려서 내가 죽는 걸 막질 못하니, |
使我從容就死地 | 나를 조용히 사지로 나아가게 하는 구나.” |
解髢褫裳更結束 | 다리를 풀고 치마를 벗어 고쳐 매며 |
說與慇懃傳致家 | 은근히 우리 집에 전해 달라 부탁하네. |
阿爺年老不能將 | “아버지 연로해서 기운도 없으신데 |
死容何忍見阿爺 | 죽은 모습 어찌 차마 아버지께 보이리오. |
阿爺雖來尸不出 | 아버지 비록 오시더라도 나의 시신은 나오지 않고 |
只向泉臺從阿母 | 다만 구천 2을 향해 어머니를 따르리. |
哀歌有懷兒記取 | 회한 담은 슬픈 노래 3, 아이야 기억해다오 |
天地雖寬無所偶 | 천지가 비록 넓다 해도 이 몸 하나 붙일 곳 없으니. |
他日汝來歌此歌 | 다른 날에 네가 와서 이 노래를 부를 적에 |
江水波起知我否 | 강물에서 파도가 일어나면 나인 줄 알려무나.” |
欲投還止顧兒笑 | 빠지려 하다 도리어 멈칫하더니 아이를 보고 웃으며 말한다. |
我已決死無所顧 | “내가 이미 죽을 결정을 해서 돌아볼 게 없는데 |
雖然見水有怖心 | 비록 그렇다 해도 물을 보니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구나. |
可嗟人生懼此路 | 아! 인생이라서 이 길 두려워하는 구나.” |
於焉蒙袂勇身投 | 이에 소매로 가리고 용감히 몸을 던지니 |
斜日蒼茫滄波怒 | 비끼는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푸른 물결은 성을 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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