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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극기 - 통달역(通達驛) 본문

한시놀이터/삼국&고려

김극기 - 통달역(通達驛)

건방진방랑자 2022. 7. 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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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달역통달역(通達驛): 고원군 서쪽 5(2)에 위치했다. 통달역은 고려시대에도 존재하였는데, 당시에는 삭방도(朔方道)에 소속되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통달역은 고산도(高山道)의 소속 역()으로 편성됨.에서

통달역(通達驛)

 

김극기(金克己)

 

 

煙楊窣地拂金絲 幾被行人贈別離

林外一蟬諳客恨 曳聲來上夕陽枝 東文選卷之十九

 

 

 

 

 

 

해석

煙楊窣地拂金絲

연양솔지불금사

안개 낀 버들 땅을 쓸 듯 금빛 실 흩날리니

幾被行人贈別離

기피행인증별리

얼마나 행인들이 이별에 주었던가

林外一蟬諳客恨

림외일선암객한

숲 밖의 한 매미 나그네의 한을 알아

曳聲來上夕陽枝

예성래상석양지

석양의 나뭇가지로 소리 내며 올라가는 구나. 東文選卷之十九

 

 

해설

먼 길 오가는 나그네를 위하여 교통의 요처에 마련해 둔 역참(驛站), 그러므로 숱한 봉리(逢離)의 현장이기도 하다. 길가로 늘어선 수양버들이 있고, 역참의 편의시설 말고도, 길목을 지켜 주막들도 있게 마련이다.

 

봄바람이 불고 봄비가 한두 차례 지나고 나면, 연기인 듯 아지랭이인 듯 아른이른 가무스름하던 수양버들이, 어느덧 황금빛 실가지로 물올라, 부드러운 몸매로 나부끼기 시작하면, 한겨울 웅크리고 들앉았던 사람들도 부스스 활동을 개시하여, 역은 차츰 제철을 맞게 된다.

 

이별! 편리한 교통 수단으로 가고 옴을 수시로 하고 있는 오늘날의 이별이 아니다. 떠나려는 마음 한번 먹기도 힘들거니와, 한번 가면 다시 올 기약마저 어려운 헤어짐이다. 인정도 고인들의 그것은, 현대인의 그것과는 그 순도(純度)나 점도(粘度)에 있어 비교도 안 될 만큼 진하고도 차지다.

 

역두의 수양버들 가지는 꺾이어, 이별의 정표로 가는 이에게 주어진다. 장구령(張九齡)절양류(折楊柳)’ 한 구절을 보자.

 

纖纖折楊柳 持取寄情人

가냘픈 수양버들 한 가지 꺾어 가시는 우리 임께 드리옵니다.

一枝何足貴 憐是故園春

그 한 가지가 뭐 귀할까마는 이 고향의 봄이니 예삐 보소서.

 

이처럼 절양류에는 고향의 봄으로 상징되는, ‘등지고 가는 따사로운 정의 적지 않은 사연이 그 연약한 가지에 서리어졌던 것이다.

 

이렇듯 알뜰한 마음을 담아, 가는 임께 부치는 이별의 정이 얼마마 했던가는 왕지환(王之渙)송별(送別)’에서 알 만하다.

 

楊柳東風樹 靑靑夾御河

봄바람에 나부끼는 저수양버들 운하(運河)를 끼고 청청 늘어서 있네.

近來攀折苦 應爲離別多

요즈막은 더위잡아 꺾기 힘드니 아마도 이별 많은 그 탓이려니……

 

소매를 나누는 순간, 간신히 참아 오던 슬픔은 마침내 오열(嗚咽)로 터진다. 매일같이 들어오는 저 소리를 서당 개 풍월 듯, 역두의 매미들도 어느덧 배워 익혀, 석양 비낀 가지 위로 소리소리 끌고 올라 저렇듯 애와쳐 울어대고 있다. 목놓아 우는 그 소리는 석양 하늘로 확성되어 천지에 미만해진다.

 

묘처는 예성(曳聲)’에 있다. 매미 우는 현장을 지켜 본 일이 있는 이면 이내 무릎을 치리라. 그 작은 아름을 벌려 크나큰 나무줄기를 안고 한발짝 한발짝 타고 오르면서, 마치 길게 늘어진 소리 자락을 발발이 끌어올리듯 소리소리 울어가며 기어오르는 품을……

 

그것은 멀어져 가는 임의 뒷모습을 좀더 멀리 지켜볼 양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옮아가는 알뜰한 석별의 정을 여실케 하여, 기절묘절(奇絕妙絶)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그것이 석양지(夕陽枝)’에 이르러서는 이별의 정황을 한결 처연(凄然)케 해주고 있음을 본다.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 가지 마소.

초원장제(超遠長堤)에 해 다 져 저물었다.

객창()에 잔등(殘燈) 돋우고 앉아보면 알리라. 이명한(李明漢)

 

차마 뿌리치고 가는 임이 원망스러워 앵돌아진 심사를 노래한 이 시조에서처럼, 해질녘의 이별은 더욱 처량하다. 이윽고 황혼 어스름 속으로 멀리 사라져 가는 임의 뒷그림자가 차마 서글프기 때문이리라.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74~75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사 / /

문학통사

한시미학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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