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성적으로 시를 보려던 구양수
구양수가 가우(嘉祐) 연간에 왕안석의 시, “황혼에 비바람이 동산 숲에 어둡더니, 남은 국화 흩날려 온 땅이 금빛일세[黃昏風雨暝園林, 殘菊飄零滿地金].”라 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온갖 꽃이 다 져도 국화만은 가지 위에서 마를 뿐이다.” 인하여 장난으로 말하기를, “가을꽃을 봄꽃 짐에 견주어선 안 되나니, 시인에게 자세히 보라 알려 주노라[秋英不比春花落, 爲報詩人子細看].”고 하였다. 왕안석이 이 말을 듣더니, “그가 어찌 『초사(楚詞)』에 나오는 ‘저녁엔 가을 국화의 진 꽃잎을 먹는다[夕餐秋菊之落英].’를 모른단 말인가? 구양수가 공부하지 않은 잘못이다”라고 하였다.
毆公嘉祐中, 見王荊公詩‘黃昏風雨暝園林, 殘菊飄零滿地金’, 笑曰: “百花盡落, 獨菊枝上枯耳.” 因戱曰: “秋英不比春花落, 爲報詩人子細看.” 荊公聞之曰: “是豈不知楚詞‘夕餐秋菊之落英’, 毆陽九不學之過也.” 『苕溪漁隱叢話』 前集 권 34
송(宋) 채조(蔡條)의 『서청시화(西淸詩話)』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규보(李奎報)는 『백운소설(白雲小說)』에서 위 대목을 인용한 뒤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시란 것은 흥(興)으로 본 것이다. 나도 예전 큰 바람과 소낙비에 국화꽃이 또한 날리어 떨어진 것을 본적이 있다. 왕안석이 시에서 ‘황혼풍우명원림(黃昏風雨暝園林)’이라고 했다면 흥으로 본 것을 가지고 구양수의 말에 상대하면 충분하다. 굳이 『초사』를 인용했다면 “구양수가 어찌 이것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라고 했으면 충분한데, 도리어 무식하다고 지목했으니 어찌 이다지도 지나치단 말인가. 구양수가 설사 널리 보고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도 『초사』가 무슨 궁벽한 책이라고 이를 보지 못했겠는가? 나는 왕안석을 장자(長者)로 봐줄 수가 없다.
詩者, 興所見也. 余昔於大風疾雨中, 見黃花亦有飄零者. 文公詩旣云: ‘黃昏風雨暝園林’, 則以興所見拒毆公之言, 可也. 强引楚辭則旣曰: ‘毆公其何不見此?’ 亦足矣. 乃反以不學目之, 一何褊歟! 脩若未至博學洽聞者, 楚辭豈幽經僻說, 而脩不得見之耶? 余於介甫不可以長者期之也.
이래저래 구양수(歐陽修)는 시를 볼 때 논리로 따지기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인용
1. 시에 담긴 과장과 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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