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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 27. 시적 진술의 논리적 진실 - 5. 시의 과장된 표현에 딴지 걸기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미학, 27. 시적 진술의 논리적 진실 - 5. 시의 과장된 표현에 딴지 걸기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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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시의 과장된 표현에 딴지 걸기

 

 

다음은 동인시화(東人詩話)의 언급이다.

 

 

진화(陳澕)비온 뒤 뜨락엔 이끼가 깔렸는데, 기척 없는 사립은 낮에도 열리잖네. 푸른 섬돌 꽃이 져서 깊이가 한 치인데, 봄바람에 불려 갔다 불려서 오는구나[雨餘庭院簇莓苔, 人靜柴扉晝不開. 碧砌落花深一寸, 東風吹去又吹來].”라 노래한 것을 두고, 깎아 말하는 자가, “진 꽃을 심일촌(深一寸)’이라 한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말했다. “조퇴암(趙退菴)의 시에 부들 빛 푸릇푸릇 버들 빛 짙은데, 금년 한식에도 지난해의 마음일세. 술 취해 관하(關河)의 꿈 기억나지 않는데, 길 위 날리는 꽃 한 무릎에 차는 도다[蒲色靑靑柳色深, 今年寒食去年心. 醉來不記關河夢, 路上飛花一膝深].’라 했으니, ‘일슬(一膝)’이라 했다면 또 일척(一尺)보다 깊은 것일세. 하물며 이백의 시에 연산의 눈 조각 크기가 방석 같네[燕山雪片大如席]’,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나, 소식 시의 큰 누에고치가 항아리만 하구나[大繭如甕盎].’ 같은 것은 말만 가지고 뜻을 해쳐서는 안 된다. 다만 마땅히 뜻으로 느낄 뿐이다.” 근자에 감로집(甘露集)을 얻었는데, 송나라 승려의 시였다. 그 시에, “수양버들 깊은 뜨락 봄낮은 길어, 푸른 섬돌 진 꽃이 깊이가 한 치일세[綠楊深院春晝永, 碧砌落花深一寸].”라 하였다. 진화의 시구와 더불어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옛사람 또한 이런 말이 있었던 것이다.

陳司諫澕, ‘雨餘庭院簇莓苔, 人靜柴扉晝不開. 碧砌落花深一寸, 東風吹去又吹來.’ 砭者曰: “落花稱深一寸, 似畔於理.” 余曰: “趙退菴詩曰 蒲色靑靑柳色深, 今年寒食去年心. 醉來不記關河夢, 路上飛花一膝深.’ 其曰一膝, 則又深於一尺矣. 況太白詩 燕山雪片大如席’, 又曰 白髮三千丈,’ 蘇子瞻詩 大繭如甕盎.’ 是不可以辭害意, 但當意會爾. 近得甘露集, 乃宋僧詩也. 其詩云, ‘綠楊深院春晝永, 碧砌落花深一寸,’ 與陳句無一字異. 古之人亦有是語矣.

 

 

진 꽃잎이 한 치나 쌓였다는 말을 두고, 원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하며 비판하자, 아예 한 자 남짓 쌓였더라는 과장도 있다고 맞받아 친 것이다. 요컨대는 시에서 시인의 진술을 두고 개연성을 따지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올바른 감상의 태도가 아니다. 그 뜻을 음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른 예로, 임경의 현호쇄담(玄湖𤨏談)에는 나귀 등 위 봄잠이 혼곤하여서, 청산을 꿈속에 지나갔다네. 깨고서야 비 지난 줄 깨달았으니, 못 듣던 시내물소리를 듣고[驢背春眠穩, 靑山夢裏行. 覺來知雨過, 溪水有新聲]”라 한 시를 두고, 비가 내려 시냇물소리가 날 정도면 비가 많이 내린 것인데, 이런 폭우 속에서도 잠을 잤다는 것은 이치에 합당치 않다고 한 이야기가 보인다.

 

이것도 사실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폭우를 맞으면서도 잠을 잤다면 말도 안 된다 하겠지만, 실제 비는 산 속에서 내렸고, 산 아래로부터 제법 산 위로 올라와서야 새삼 물 불어난 시내를 만나게 되었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마치 정몽주(鄭夢周)()에서 봄비 가늘어 방울 짓지 못하더니, 밤중에 가느다란 소리가 있네. 눈 녹아 남쪽 시내 물 불어나니, 새싹들 많이도 돋아났겠지[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에서, 방울 짓지도 못할 만큼의 보슬비가 내렸다 해놓고, 웬 시냇물소리가 나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시내가 불어난 것은 낮에 내린 빗방울이 모여서가 아니라, 보슬비가 산 위에 쌓인 눈을 녹였기 때문이다. 이것을 시비할 수 있는가?

 

 

 

 

인용

목차

1. 시에 담긴 과장과 함축

2. 이성적으로 시를 보려던 구양수

3. 한밤 중의 종소리에 담긴 진실

4. 시의 언어를 사실 언어로 받아들이다

5. 시의 과장된 표현에 딴지 걸기

6. 불합리 속에 감춰진 의미를 찾아

7. 시에 숨겨진 시간의 단절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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