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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 27. 시적 진술의 논리적 진실 - 1. 시에 담긴 과장과 함축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미학, 27. 시적 진술의 논리적 진실 - 1. 시에 담긴 과장과 함축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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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시적 진술의 논리적 진실

 

 

1. 시에 담긴 과장과 함축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은 단지 망상으로 억탁한 것일 뿐이니, 마치 다른 사람의 꿈을 말하는 격이다. 설령 형용이 아주 비슷하다 해도 어찌 터럭만큼이라도 마음을 끌겠는가? 그런 줄 아는 것은 ()’()’ 두 글자를 침음한 것이 바로 그가 지어낸 생각이기 때문이다. 만약 경()과 마주해 마음으로 느꼈다면, ‘()’()’든 반드시 어느 하나였을 터이다. ()과 정()에 따르면 절로 영묘(靈妙)해지니, 어찌 수고로이 따져 의논하랴? ‘장하락일원(長河落日圓)’은 애초에 정해진 경이 없었고, ‘격수문초부(隔水問樵夫)’는 처음부터 생각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으니, 선가(禪家)에서 이른바 현량(現量)’이라는 것이다.

僧敲月下門, 祗是妄想揣摩, 如說他人夢. 縱令形容酷似, 何嘗毫髮關心? 知然者, 以其沈吟推敲二字, 就他作想也. 若卽景會心, 則或推或敲, 必居其一. 因景因情, 自然靈妙, 何勞擬議哉? 長河落日圓, 初無定景; 隔水問樵夫, 初非想得. 則禪家所謂現量也.

 

 

() 왕부지(王夫之)강재시화(薑齋詩話)에서 한 말이다. 가도(賈島)가 읽었더라면 속이 뜨끔했을 것이다. 왕부지는 단언한다. 만약 그가 실제로 그런 경우를 당했더라면, 그의 선택은 ()’가 되든 ()’가 되든 어느 하나일 뿐 따지고 말고 할 필요가 없었으리라고. 요컨대 그는 결코 달빛 아래서 실제로 문을 밀지도 두드려보지도 않았고, 생각만으로 따지며 걷다가 한유(韓愈)의 수레에 부딪치고 말았던 것이다.

 

시인의 정()이 객관의 경()과 만나는 것은 불가어(佛家語)로는 현량(現量)’, 즉 직각적으로 이루어진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연역적으로 분석할 수도 분석되지도 않는다. 사물에 정이 접촉하는 순간 모든 것은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관념으로 지은 것은 이미 가짜다.

 

그런데 실제 시속에는 논리적으로 보아 앞뒤가 안 맞거나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천연스레 그려지곤 한다. 시인이 눈앞의 경물과 마주하지 않은 채 관념으로 창작에 임할 때 이런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한편으로 과장과 함축은 시적 표현의 중요한 특징인데, 이것을 논리적 잣대로 재단하는데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특정 작품의 배경이나 현장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 경우도 없지 않다. 이 문제는 역대 시화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예화 중심으로 일별해 보겠다.

 

 

 

 

인용

목차

1. 시에 담긴 과장과 함축

2. 이성적으로 시를 보려던 구양수

3. 한밤 중의 종소리에 담긴 진실

4. 시의 언어를 사실 언어로 받아들이다

5. 시의 과장된 표현에 딴지 걸기

6. 불합리 속에 감춰진 의미를 찾아

7. 시에 숨겨진 시간의 단절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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