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好哭場論 (8)
건빵이랑 놀자
7. 존재의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이어라 이덕무는 일찍이 그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이렇게 적은 바 있다. 진정眞情을 펼쳐냄은 마치 고철古鐵이 못에서 활발히 뛰고, 봄날 죽순이 성난 듯 땅을 내밀고 나오는 것과 같다. 거짓 정을 꾸미는 것은 먹을 반반하고 매끄러운 돌에 바르고, 기름이 맑은 물에 뜬 것과 같다. 칠정 가운데서도 슬픔은 더더욱 곧장 발로되어 속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슬픔이 심하여 곡하기에 이르면 그 지극한 정성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까닭에 진정에서 나오는 울음은 뼛속으로 스며들고, 거짓 울음은 터럭 위로 떠다니게 되니, 온갖 일의 참과 거짓을 이로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眞情之發, 如古鐵活躍池, 春筍怒出土; 假情之飾, 如墨塗平滑石, 油泛淸徹水. 七情之中, 哀尤直發難欺者也..
6. 사해동포지만 무엇이 우릴 나누나 중간에 인용된 이덕무의 글은 「서해여언西海旅言」이란 기행문에서 따온 것이다. 전문은 너무 길어 실을 수가 없고, 일부분만 읽어 보기로 한다. 사봉沙峰의 꼭대기에 우뚝 서서 서쪽으로 큰 바다를 바라보니, 바다 뒷 편은 아마득하여 그 끝이 보이지 않는데, 용과 악어가 파도를 뿜어 하늘과 맞닿은 곳을 알지 못하겠다. 한 뜨락 가운데다 울타리로 경계를 지어, 울타리 가에서 서로 바라보는 것을 이웃이라 부른다. 이제 나는 두 사람과 함께 이편 언덕에 서 있고, 중국 등주登州와 내주萊州의 사람은 저편 언덕에 서 있으니, 서로 바라보아 말을 할 수도 있으되, 하나의 바다가 넘실거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니, 이웃 사람의 얼굴을 서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귀로 듣지 못하고 눈으..
5. 너른 바다를 보며 하찮은 자신을 깨닫다 한편 연암은 글의 마지막에서 이 밖에 조선 땅에서 한 바탕 울음을 울만한 곳을 두 군데 소개한다. 하나는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볼 때이고, 다른 하나는 황해도 장연長淵 바닷가 금사산金沙山이 그것이다.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에서 동해를 바라볼 때의 흥취는 역시 요동벌과 마주 선 것 이상의 감격을 부르기에 충분하겠으되, 장연 금사산의 경우는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따로 읽어야 할 한 편의 글이 있다. 매탕梅宕 이덕무李德懋가 필시 미친 병이 난 듯한데 그대는 이를 아는가? 그가 황해도 장연長淵에 있을 적에 일찍이 금사산金沙山에 올랐더라네. 한 바다가 하늘을 치매, 스스로 너무나 미소微小한 것을 깨닫고는 아마득히 근심에 젖어 탄식하며 말했더라지..
4. 울고 싶어라 아이가 태속에 있을 때는 캄캄하고 막힌 데다 에워싸여 답답하다가, 하루아침에 넓은 곳으로 빠져 나와 손과 발을 주욱 펼 수 있고 마음이 시원스레 환하게 되니 어찌 참된 소리로 정을 다해서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있겠소? 그런 까닭에 마땅히 어린아이를 본받아야만 소리에 거짓으로 짓는 것이 없게 될 것일세.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는 것이 한 바탕 울만한 곳이 될 만하고, 황해도 장연長淵의 금사산金沙山이 한 바탕 울만한 곳이 될 만하오. 이제 요동벌에 임하매, 여기서부터 산해관山海關까지 일천 이백 리 길에 사방에는 모두 한 점의 산도 없어 하늘가와 땅 끝은 마치 아교풀로 붙이고 실로 꿰매 놓은 것만 같아 해묵은 비와 지금 구름이 다만 창창할 뿐이니 한 바탕 울만한..
3. 한바탕 울만한 곳 사람의 정이란 것이 일찍이 이러한 지극한 경지는 겪어보지 못하고서, 교묘히 칠정을 늘어놓고는 슬픔에다 울음을 안배하였다네. 그래서 죽어 초상을 치를 때나 비로소 억지로 목청을 쥐어짜 ‘아이고’ 등의 말을 부르짖곤 하지. 그러나 진정으로 칠정이 느끼는 바 지극하고 참된 소리는 참고 눌러 하늘과 땅 사이에 쌓이고 막혀서 감히 펼치지 못하게 되네. 저 가생賈生이란 자는 그 울 곳을 얻지 못해 참고 참다 견디지 못해 갑자기 선실宣室을 향하여 큰 소리로 길게 외치니, 어찌 사람들이 놀라 괴이히 여기지 않을 수 있었겠소.” 人生情會, 未嘗經此極至之處, 而巧排七情, 配哀以哭. 由是死喪之際, 始乃勉强叫喚喉苦等字. 而眞個七情所感, 至聲眞音, 按住忍抑, 蘊鬱於天地之間, 而莫之敢宣也. 彼賈生者, 未得..
2. 슬퍼야만 눈물 나나? 말을 세우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서 말하였다. “좋은 울음터로다. 울만 하구나.” 정진사가 말했다. “이런 하늘과 땅 사이의 큰 안계眼界를 만나서 갑자기 다시금 울기를 생각함은 어찌된 것이요?” 내가 말했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오. 천고에 영웅은 울기를 잘하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 하나, 몇 줄 소리 없는 눈물이 옷 소매로 굴러 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네.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 마치 금석金石에서 나오는 것 같은 울음은 아직 들어보지 못하였네. 사람들은 단지 칠정 가운데서 오직 슬퍼야 울음이 나오는 줄 알 뿐 칠정이 모두 울게 할 수 있는 줄은 모르거든. 立馬四顧, 不覺擧手加額曰: “好哭場! 可以哭矣.” 鄭進士曰: “遇此天地間大眼界..
1. 드넓은 자연에 대비되는 하찮은 존재 이번에 읽으려는 「호곡장好哭場論」은 『열하일기』의 한 부분으로, 압록강을 건너 드넓은 요동벌과 상면하는 감격을 적은 글이다. 본래 제목이 없으나 선학先學의 명명命名을 따랐다. 1939년 경성제국대학 대륙문화연구회가 북경과 열하 일대를 답사하고 펴낸 보고서, 『북경ㆍ열하사적관견北京熱河の史的管見』에서 결론 대신 이 글을 적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문장이다. 초팔일 갑신 맑음. 정사正使와 가마를 같이 타고 삼류하三流河를 건너, 냉정冷井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십여리를 가서 한 줄기 산 자락을 돌아 나오자, 태복泰卜이가 갑자기 몸을 굽히고 종종걸음으로 말 머리를 지나더니 땅에 엎디어 큰 소리로 말한다. “백탑白塔 현신現身을 아뢰오.” 태복이는 정진사鄭進士의 말구종꾼이다. 산..
본격적으로 교보문고에서 자리를 옮겨 이야기 한마당이 펼쳐졌다. 대화는 두서없이 진행되었지만, 동섭쌤과 초등학교 교사 3명이 던져준 숙제로 혼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나에게 어떤 실마리를 제공해줬다. ▲ 사람이 온다는 건 그의 역사와 함께 온다. 그러니 만나고 얘기 나누자. 책! 책! 책! 사람 책을 읽읍시다! 내가 단재학교로 들어오기 이전에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라는 프로그램을 2회에 걸쳐 진행했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본 적이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몇 명을 섭외하여 도서관에 온 사람은 책을 빌리는 대신, 섭외된 사람을 빌린다. 그리고 그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건 그냥 수다 떠는 거 아냐?’라고 의아해할 법 하지만, 일반적인 대화가 아니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