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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요동벌의 한 울음 - 5. 너른 바다를 보며 하찮은 자신을 깨닫다 본문

책/한문(漢文)

요동벌의 한 울음 - 5. 너른 바다를 보며 하찮은 자신을 깨닫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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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너른 바다를 보며 하찮은 자신을 깨닫다

 

 

한편 연암은 글의 마지막에서 이 밖에 조선 땅에서 한 바탕 울음을 울만한 곳을 두 군데 소개한다. 하나는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볼 때이고, 다른 하나는 황해도 장연長淵 바닷가 금사산金沙山이 그것이다. 금강산 비로봉 꼭대기에서 동해를 바라볼 때의 흥취는 역시 요동벌과 마주 선 것 이상의 감격을 부르기에 충분하겠으되, 장연 금사산의 경우는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따로 읽어야 할 한 편의 글이 있다.

 

매탕梅宕 이덕무李德懋가 필시 미친 병이 난 듯한데 그대는 이를 아는가? 그가 황해도 장연長淵에 있을 적에 일찍이 금사산金沙山에 올랐더라네. 한 바다가 하늘을 치매, 스스로 너무나 미소微小한 것을 깨닫고는 아마득히 근심에 젖어 탄식하며 말했더라지.

가령 탄환만한 작은 섬에 기근이 해마다 들고, 바람과 파도가 하늘과 맞닿아 진대賑貸하는 곡식조차 통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해구海寇가 몰래 쳐들어 와 바람을 타고 돛을 올려도 달아나 숨을 땅이 없을테니 어찌 한다지? 용과 고래, 악어와 이무기가 뭍을 에워 알을 낳고서 사탕수수처럼 사람을 짓씹어 먹는다면 어찌 하지? 넘실대는 파도가 마을 집을 덮쳐 버리면 어떻게 하나? 바닷물이 멀리로 옮겨가 하루아침에 물길이 끊어져 외로운 뿌리가 우뚝 솟아 아마득히 바닥을 드러낸다면 어찌 하나? 파도가 섬의 밑둥을 갉아 먹어 오래도록 물에 잠겨 흙과 돌이 견디지 못하고 물결을 따라 무너져 버리면 어떻게 할까?”

그 의심하고 걱정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 미치지 않고 어쩌겠는가? 밤에 그 말을 듣고는 나도 모르게 포복절도 하고서 붓을 들어 적어 두었더라오.

梅宕必發狂疾, 君知之乎? 其在長淵, 常登金沙山. 大海拍天, 自覺渺小. 莽然生愁, 乃發歎曰: “假令彈丸小島, 饑饉頻年, 風濤黏天, 不通賑貸, 當奈何? 海寇竊發, 便風擧帆, 逃遁無地, 當奈何? 龍鯨鼉蜃, 緣陸而卵, 噉人如蔗, 當奈何? 海濤盪溢, 渰覆邨閭, 當奈何? 海水遠移, 一朝斷流, 孤根高峙, 嶷然見底, 當奈何? 波齧島根, 潏汨旣久, 土石難支, 隨流而圯, 當奈何? 其疑慮如此, 不狂而何? 夜聽其言, 不覺絶倒, 信手錄去.

연암이 처남 이재성李在誠에게 보낸 편지글 여중존與仲存이다. 이덕무가 장연 바닷가의 모래산인 금사산에 올랐는데, 그 역시 연암이 요동벌을 앞에 두고 그랬던 것처럼 눈앞에 펼쳐진 광막한 시계視界에 그만 압도되고 말았다. 그래서 너무도 하잘 것 없는 존재의 나약함을 깨달음은 물론, 아울러 앞 바다에 떠 있는 섬조차도 탄알 만하게만 여겨져 공연히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을 걱정하느라 노심초사 했더라는 이야기이다. 연암이 호곡장론의 말미에서 금사산을 거론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눈물 시리즈는 준규식 호곡장론

이중섭미술관은 한바탕 울만한 곳이다

1. 드넓은 자연에 대비되는 하찮은 존재

2. 슬퍼야만 눈물 나나?

3. 한바탕 울만한 곳

4. 울고 싶어라

5. 너른 바다를 보며 하찮은 자신을 깨닫다

6. 사해동포지만 무엇이 우릴 나누나

7. 존재의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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