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요동벌의 한 울음 - 2. 슬퍼야만 눈물 나나? 본문

책/한문(漢文)

요동벌의 한 울음 - 2. 슬퍼야만 눈물 나나?

건방진방랑자 2020. 4. 4. 14:18
728x90
반응형

2. 슬퍼야만 눈물 나나?

 

 

말을 세우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에 얹고서 말하였다.

좋은 울음터로다. 울만 하구나.”

정진사가 말했다.

이런 하늘과 땅 사이의 큰 안계眼界를 만나서 갑자기 다시금 울기를 생각함은 어찌된 것이요?”

내가 말했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오. 천고에 영웅은 울기를 잘하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 하나, 몇 줄 소리 없는 눈물이 옷 소매로 굴러 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네. 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 마치 금석金石에서 나오는 것 같은 울음은 아직 들어보지 못하였네. 사람들은 단지 칠정 가운데서 오직 슬퍼야 울음이 나오는 줄 알 뿐 칠정이 모두 울게 할 수 있는 줄은 모르거든.

立馬四顧, 不覺擧手加額曰: “好哭場! 可以哭矣.” 鄭進士曰: “遇此天地間大眼界, 忽復思哭, 何也?” 余曰: “唯唯否否. 千古英雄善泣, 美人多淚. 然不過數行無聲眼水, 轉落襟前. 未聞聲滿天地, 若出金石. 人但知七情之中, 惟哀發哭, 不知七情都可以哭.

! 참으로 훌륭한 울음터로다.” 연암의 제일성은 이렇듯 뚱딴지 같다. 그리고는 예의 도도한 궤변이 이어진다. 울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린아이가 갓 태어나 내지르는 고고한 울음이 있고, 천고 영웅이 비분강개에 젖어 울부짖는 울음이 있다. 고개를 숙인 미인의 옷섶으로 뚝뚝 눈물만 떨어지는 말없는 울음도 있다. 그러나 마치 쇠나 돌을 두드려 나오는듯한, 천지에 꽉 차서 듣는 이를 압도하는 그런 울음은 아직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기쁨이 지극하면 울 수가 있고, 분노가 사무쳐도 울 수가 있네. 즐거움이 넘쳐도 울 수가 있고, 사랑함이 지극해도 울 수가 있지. 미워함이 극에 달해도 울 수가 있고, 욕심이 가득해도 울 수가 있다네. 가슴 속에 답답한 것을 풀어버림은 소리보다 더 빠른 것이 없거니와, 울음은 천지에 있어서 우레와 천둥에 견 줄만 하다 하겠소. 지극한 정이 펴는 바인지라 펴면 능히 이치에 맞게 되니, 웃음과 더불어 무엇이 다르리오?

喜極則可以哭矣, 怒極則可以哭矣, 樂極則可以哭矣, 愛極則可以哭矣, 惡極則可以哭矣, 欲極則可以哭矣. 宣暢壹鬱, 莫疾於聲, 哭在天地, 可比雷霆. 至情所發, 發能中理, 與笑何異?

울음은 슬픔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기쁨과 분노, 즐거움, 그리고 사랑과 미움과 욕심 때문에도 인간은 운다. 가슴 속에 가득 차 있는 답답한 응어리를 한꺼번에 풀어버리는 데는 울음만큼 빠른 것이 없다. 그것은 마치 우레와 번개처럼 즉각적이다. 지극한 정리情理에서 나오는 울음은 주체할 수 없어 터져 나오는 웃음처럼 거짓이 없다. 그 울음은 그닥 슬프지도 않으면서 짐짓 목청으로만 쥐어짜는 초상집의 곡 소리와는 다르다. 가슴으로 느끼는 진정眞情을 견디다 못해 내지르게 되면 그것은 마치 금석金石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지성진음至聲眞音이 되어 듣는 이를 압도하리라.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눈물 시리즈는 준규식 호곡장론

이중섭미술관은 한바탕 울만한 곳이다

1. 드넓은 자연에 대비되는 하찮은 존재

2. 슬퍼야만 눈물 나나?

3. 한바탕 울만한 곳

4. 울고 싶어라

5. 너른 바다를 보며 하찮은 자신을 깨닫다

6. 사해동포지만 무엇이 우릴 나누나

7. 존재의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이어라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