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贈左蘇山人 (10)
건빵이랑 놀자
4. 그대를 만나 막힌 속이 확 뚫렸네 而我病陰虛 四年疼跗踝 그러나 나는 음이 허해지는 병에 걸려 4년 동안 발등과 복사뼈가 아팠다가 逢君寂寞濱 靜若秋閨姹 그대를 적막한 물가에서 만나니 맘이 고요하기 가을날 규방의 소녀 같네. 解頤匡鼎來 幾夜剪燈灺 사람 입이 벌어지도록 얘기 잘하는 광정이 온 듯【해이광정(解頤匡鼎): 『한서(漢書)』 「광형전(匡衡傳)」에 “아무도 시(詩)를 말함이 없었는데, 그때 마침 광형(匡衡)이 왔다. 광형이 시를 말하자 듣는 사람이 입이 벌어졌다[無說詩, 匡鼎來; 匡說詩, 解人頤]”라 한 데서 나온 것으로, 시에 대해 설명을 너무 잘하여 듣는 이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 몇 밤 등불심지 잘랐던가. 論文若執契 雙眸炯把斝 문장을 논함에 서로의 생각이 맞는 듯 두 눈동자..
3. 참된 실상은 지금ㆍ여기에 있다 卽事有眞趣 何必遠古抯눈앞의 일에 참된 정취가 있는데 하필 멀고도 예스러운 것만 건져내는가?漢唐非今世 風謠異諸夏한나라와 당나라는 지금 세상이 아니고 민요도 중국과 다르며 班馬若再起 決不學班馬반고와 사마천이 다시 태어난다 해도 결단코 반고와 사마천을 배우지 않으리. 新字雖難刱 我臆宜盡寫새 글자 비록 창제하긴 어렵다 해도 나의 속마음 마땅히 모두 쓰리. 奈何拘古法 劫劫類係把어찌 옛 법에 구속되어 급하고 참을성 없이 유사한 것에만 얽매이겠는가. 莫謂今時近 應高千載下지금 시기가 하잘 것 없다 말하지 말라. 응당 천 년 후엔 높아질 테니. 孫吳人皆讀 背水知者寡손무와 오기의 이야기를 사람이 모두 읽었지만 배수진 아는 사람이 적네【「초정집서」에도 나온다. 한신이 병법과 반대로 배수진..
2. 무작정 모방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我亦聞此譽 初聞面欲剮나 또한 이러한 칭찬 들은 적 있었는데 처음 들었을 땐 낯이 화끈거려 살이 발라지려는 듯했지. 再聞還絶倒 數日酸腰髁두 번째 들었을 땐 도리어 포복절도하고서 여러 날 허리와 넓적다리 시큰거렸지. 盛傳益無味 還似蠟札飷복고풍 작품이 유행하며 전해질수록 더욱 맛이 없어 도리어 밀랍처럼 맛없어졌네. 因冒誠不可 久若病風傻시세를 따르는 건 진실로 안 될 일이니 오래되면 풍 맞은 듯 바보 되지. 回語忮克兒 伎倆且姑舍탐내고 이기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 돌리니 재주에 대한 건 또한 잠시 버려두세.靜聽我所言 爾腹應坦奲조용히 나의 말하는 걸 들으면 당신들의 배는 응당 평탄해지고 관대해지리.摸擬安足妒 不見羞自惹모방하는 걸 어찌 시샘할 건가, 보지 않아도 부끄러운 마음이 ..
1. 모방만을 추종하는 문단의 분위기 我見世人之譽人文章者내가 세상 사람들이 남의 문장 칭찬하는 것을 보니 文必擬兩漢 詩則盛唐也문장은 반드시 전한과 후한을 본떠야 하고 시는 성당을 본떠야 한다지. 曰似已非眞 漢唐豈有且말하겠다. 비슷하다면 이미 참이 아닌데 한나라든 당나라든 어찌 또 있겠는가?東俗喜例套 無怪其言野우리나라 풍속은 상례(常例)가 된 버릇을 좋아하니 그 말의 거친 것 이상할 게 없네.聽者都不覺 無人顔發赭듣는 이들은 도무지 깨닫질 못해 안색이 붉어질 리 없지.騃骨喜湧頰 涎垂噱而哆어리석은 이의 뼈는 기뻐함이 뺨에 샘솟아 침 뱉고 웃으며 입을 벌리고黠皮乍撝謙 逡巡若避舍얍삽한 이의 피부는 갑자기 거짓 겸손한 체하고 종종걸음으로 물러서는 듯하며餒髥驚目瞠 不熱汗如瀉굶주린 이의 수염은 놀라 째려보며 덥지도 않..
6.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시인의 고약한 입냄새 시대마다에는 참으로 다른 그 시대의 정신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생각하는 방식이나 표현 방법, 좋은 문학에 대한 기준이 그렇게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가? 비슷한 것은 가짜다. 눈앞의 일 속에 참된 정취가 있다. 집 짓는 데는 미장이도 필요하고 기와장이도 필요하다. 이 단순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 한국 한시사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같은 시대 이용휴李用休는 “시를 지으면 당시唐詩가 아님이 없는 것이 근래의 폐단이다. 당시의 체를 흉내 내고 당시의 말을 배워서 거의 한 가지 소리에 가깝다. 이것은 앵무새가 하루 종일 앵앵거려도 자기의 소리는 없는 것과 같으니 나는 이것을 몹시 혐오한다”고 했다. 飢食而渴飮 歡笑而憂顰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
5. 큰 학자가 되려면 품이 넉넉해야 而我病陰虛 四年疼跗踝 그러나 내 음허陰虛한 병을 앓아서 발등과 복사뼈가 아픈지 네 해. 逢君寂寞濱 靜若秋閨姹 적막히 지내다 그댈 만나니 얌전하기 마치도 아가씨 같네. 解頤匡鼎來 幾夜剪燈灺 시 얘기 잘하는 광정匡鼎이 와서 몇 밤을 등불 심지 잘라냈던고. 論文若執契 雙眸炯把斝 문장을 논함은 내 생각 같아 술잔 잡은 두 눈동자 반짝였었지. 一朝利膈壅 滿口嚼薑葰 꽉 막힌 가슴이 하루 아침 뚫리니 한 입 가득 생강을 씹고 있는듯. 平生數掬淚 裹向秋天灑 평생의 몇 웅큼 눈물 방울을 가을 하늘 향해서 흩뿌리노라. 69구에서 끝까지는 서유본과 만나 이야기한 기쁨과 그에게 주는 당부로 시를 맺었다. 적막히 혼자 병 앓고 있던 나를 그대가 찾아주니 참으로 기쁘고 반가웠네. 얌전한 아가..
4. 지금ㆍ여기를 말하라 卽事有眞趣 何必遠古抯 눈앞의 일 속에 참된 정취 있거늘 어쩌자고 머나먼 옛날에서 찾는가. 漢唐非今世 風謠異諸夏 한나라 당나라는 지금 세상 아니요 부르는 노래도 중국과는 다르다네. 班馬若再起 決不學班馬 사마천과 반고가 다시 살아 난대도 사마천과 반고를 배우진 않으리라. 新字雖難刱 我臆宜盡寫 새 글자 만들긴 어렵다 해도 내 품은 생각은 써내야 하리. 奈何拘古法 劫劫類係把 어이해 옛법에 얽매이어서 두고두고 여기에만 매달린단 말인가. 莫謂今時近 應高千載下 지금이 천근淺近타 말하지 말라 천년 뒤엔 응당히 높을 터이니. 이어 53구에서 64구까지 연암의 도도한 논설이 이어진다. ‘진취眞趣’, 즉 참된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멀고 아득한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와 당나라는 지금 세..
3. 전적이 있다면 뭐든 좋단 말인가 靑靑陵陂麥 口珠暗批撦 푸릇푸릇 언덕엔 보리 돋아도 입속 구슬 남몰래 쳐서 꺼낸다. 不思腸肚俗 强覓筆硯雅 뱃속이 속된 것은 생각지 않고 붓 벼루 좋은 것만 굳이 찾는다. 點竄六經字 譬如鼠依社 육경의 글자를 훔쳐 모으니 사당에 숨어 사는 쥐새끼 같네. 掇拾訓詁語 陋儒口盡啞 훈고의 말들을 주어 섬기매 촌스런 유자들 입다물 밖에. 太常列飣餖 臭餒雜鮑鮓 제관이 제사 음식 진열하면서 절인 고기 젓갈 섞어 고약한 냄새. 夏畦忘疎略 倉卒飾緌銙 여름철 농사꾼이 제 꼴을 잊고 얼떨결에 끈 달고 혁대 박아 꾸민듯. 41구에서 52구까지는 옛것을 추구한다는 자들의 행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다. 『장자』 「외물」에 보면 시례詩禮를 외우면서 남의 무덤을 도굴하는 두 명의 유자가 나온다..
2. 칭찬을 듣고도 기쁘지 않은 이유 我亦聞此譽 初聞面欲剮 나 또한 이런 기림 들은 적 있어 맨 처음 들었을젠 낯을 도려내는듯. 再聞還絶倒 數日酸腰髁 두 번 째 듣고는 외려 배를 잡고서 며칠동안 엉덩이 뼈 시큰했었지. 盛傳益無味 還似蠟札飷 떠들어 댈수록 점점더 흥미 없어 마치도 밀랍을 씹는 듯 했네. 因冒誠不可 久若病風傻 헛된 기림 받는 건 안될 일이라 나중엔 풍 맞은 바보 되었지. 21구에서 28구까지 연암은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나도 예전에 이런 칭찬을 들은 일이 있었다. “자네의 문장은 꼭 양한의 풍격이 있네 그려. 시는 꼭 성당의 시와 같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두 번 듣고는 배를 잡고 뒹굴며 웃다가 엉덩이 뼈가 쑤실 지경이었다. 자꾸 그런 소리를 ..
1. 흉내내는 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연암의 아들 박종채는 『과정록』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선군의 시고詩稿는 몹시 적어서, 고체와 금체시 모두 50수 뿐이다. 고체시는 오로지 한유韓愈를 배웠는데 기이하고 험벽하기는 그보다 더 해서, 정경情境은 핍근하고 필력이 막힘이 없다. 율시와 절구 등의 시는 항상 성률에 구속되어 마음 속에 말하려는 것을 그대로 쏟아낼 수 없음을 못마땅히 여기셨다. 그래서 왕왕 한 두 구절만 이룬 채 그만 둔 것이 많다. -김윤조 역, 『역주 과정록』(태학사, 1997), p.279 연암이 시 짓기를 즐기지 않았던 것은 그러니까 운자니 평측이니 하는 성률에 얽매여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없는 것이 싫어서였다. 이번에 보려고 하는 연암의 시 「증좌소산인贈左蘇山人」은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