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시인의 고약한 입냄새
시대마다에는 참으로 다른 그 시대의 정신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생각하는 방식이나 표현 방법, 좋은 문학에 대한 기준이 그렇게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가? 비슷한 것은 가짜다. 눈앞의 일 속에 참된 정취가 있다. 집 짓는 데는 미장이도 필요하고 기와장이도 필요하다. 이 단순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 한국 한시사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같은 시대 이용휴李用休는 “시를 지으면 당시唐詩가 아님이 없는 것이 근래의 폐단이다. 당시의 체를 흉내 내고 당시의 말을 배워서 거의 한 가지 소리에 가깝다. 이것은 앵무새가 하루 종일 앵앵거려도 자기의 소리는 없는 것과 같으니 나는 이것을 몹시 혐오한다”고 했다.
飢食而渴飮 歡笑而憂顰 |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마시며 즐거우면 웃고 걱정되면 찡그리네. |
吾詩觀於此 隨境意自眞 |
나의 시는 이런 것을 살펴보나니 경계 따라 생각이 절로 참되다. |
水流而山峙 魚潛而鳥飛 |
강물은 흘러가고 산은 우뚝 솟았네 물고긴 잠기고 새는 날아 오르지. |
有形交吾目 何者非吾詩 |
내 눈 앞에 스쳐가는 형상 있으니 무엇인들 그 모두 내 시 아니랴. |
이것은 이정섭李廷爕의 「오시吾詩」 연작 가운데 두 수이다. 배고파 밥 먹고 목마르면 물마시듯 쓴 것이 내 시다. 즐거워 웃고 근심 겨워 찌푸린 것이 내 시다. 눈앞에 펼쳐지는 온갖 형상들이 모두 내 시다. 죽은 옛 경전 안에 내 시는 없다. 앵무새 흉내 속에 내 시는 없다. 나는 오직 내 가슴의 진실만을 노래할 뿐이다.
食經夜便嫌敗 衣經歲便嫌古 |
음식도 밤 지나면 상해 버리고 옷도 해가 바뀌면 헌 옷이 되네. |
文士家爛口氣 漢唐來那不腐 |
글짓는 자 입 냄새 진동을 하니 한당 이래 글인들 어이 썩지 않으랴. |
이것은 이언진李彦瑱의 작품이다. 하루 밤만 지나면 맛있는 음식도 부패해 먹을 수가 없다. 자드르 하던 새 옷도 일 년만 입고 나면 후줄근한 헌 옷이 된다. 한당漢唐의 문장인들 왜 썩지 않으랴. 그런대도 옛것만을 옳다고 하고 제 길로만 따라오라 하니, 아! 시인의 입 냄새가 참으로 고약하구나. 그렇지만 정작 이 시를 쓴 이언진은 그 시대에 절망하고 인간들에게 절망해서, 세상에 남겨 두어야 무슨 이익이 되겠느냐며 제가 쓴 시 원고를 죄 불질러 버리고 스물 일곱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버리고 말았다.
어느 시대고 저만 잘난 미장이 시인의 입 냄새는 주변을 질식시킨다. 그들은 썩은 음식을 맛있다고 하고, 꾀죄죄한 헌옷 입고 멋있다고 우긴다. 그래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패거리 지어서 내 가슴의 진실을 핍박한다. 그 구석에서 절망하는 정신들이 제 원고를 불지르며 시대를 온몸으로 증거할 뿐이다. 오늘의 시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시대정신을 어디가 찾을까?
인용
4. 지금ㆍ여기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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