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시인의 입냄새 - 6.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시인의 고약한 입냄새 본문

책/한문(漢文)

시인의 입냄새 - 6.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시인의 고약한 입냄새

건방진방랑자 2020. 4. 1. 08:26
728x90
반응형

6.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시인의 고약한 입냄새

 

 

시대마다에는 참으로 다른 그 시대의 정신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생각하는 방식이나 표현 방법, 좋은 문학에 대한 기준이 그렇게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가? 비슷한 것은 가짜다. 눈앞의 일 속에 참된 정취가 있다. 집 짓는 데는 미장이도 필요하고 기와장이도 필요하다. 이 단순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 한국 한시사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같은 시대 이용휴李用休시를 지으면 당시唐詩가 아님이 없는 것이 근래의 폐단이다. 당시의 체를 흉내 내고 당시의 말을 배워서 거의 한 가지 소리에 가깝다. 이것은 앵무새가 하루 종일 앵앵거려도 자기의 소리는 없는 것과 같으니 나는 이것을 몹시 혐오한다고 했다.

 

飢食而渴飮 歡笑而憂顰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마시며 즐거우면 웃고 걱정되면 찡그리네.

吾詩觀於此 隨境意自眞

나의 시는 이런 것을 살펴보나니 경계 따라 생각이 절로 참되다.

 

水流而山峙 魚潛而鳥飛

강물은 흘러가고 산은 우뚝 솟았네 물고긴 잠기고 새는 날아 오르지.

有形交吾目 何者非吾詩

내 눈 앞에 스쳐가는 형상 있으니 무엇인들 그 모두 내 시 아니랴.

 

이것은 이정섭李廷爕오시吾詩연작 가운데 두 수이다. 배고파 밥 먹고 목마르면 물마시듯 쓴 것이 내 시다. 즐거워 웃고 근심 겨워 찌푸린 것이 내 시다. 눈앞에 펼쳐지는 온갖 형상들이 모두 내 시다. 죽은 옛 경전 안에 내 시는 없다. 앵무새 흉내 속에 내 시는 없다. 나는 오직 내 가슴의 진실만을 노래할 뿐이다.

 

 

食經夜便嫌敗 衣經歲便嫌古

음식도 밤 지나면 상해 버리고 옷도 해가 바뀌면 헌 옷이 되네.

文士家爛口氣 漢唐來那不腐

글짓는 자 입 냄새 진동을 하니 한당 이래 글인들 어이 썩지 않으랴.

 

이것은 이언진李彦瑱의 작품이다. 하루 밤만 지나면 맛있는 음식도 부패해 먹을 수가 없다. 자드르 하던 새 옷도 일 년만 입고 나면 후줄근한 헌 옷이 된다. 한당漢唐의 문장인들 왜 썩지 않으랴. 그런대도 옛것만을 옳다고 하고 제 길로만 따라오라 하니, ! 시인의 입 냄새가 참으로 고약하구나. 그렇지만 정작 이 시를 쓴 이언진은 그 시대에 절망하고 인간들에게 절망해서, 세상에 남겨 두어야 무슨 이익이 되겠느냐며 제가 쓴 시 원고를 죄 불질러 버리고 스물 일곱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버리고 말았다.

어느 시대고 저만 잘난 미장이 시인의 입 냄새는 주변을 질식시킨다. 그들은 썩은 음식을 맛있다고 하고, 꾀죄죄한 헌옷 입고 멋있다고 우긴다. 그래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패거리 지어서 내 가슴의 진실을 핍박한다. 그 구석에서 절망하는 정신들이 제 원고를 불지르며 시대를 온몸으로 증거할 뿐이다. 오늘의 시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시대정신을 어디가 찾을까?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소품체란 무엇인가

1. 흉내내는 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2. 칭찬을 듣고도 기쁘지 않은 이유

3. 전적이 있다면 뭐든 좋단 말인가

4. 지금ㆍ여기를 말하라

5. 큰 학자가 되려면 품이 넉넉해야

6.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시인의 고약한 입냄새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