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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목차 1. 나의 역사가 스민 부안을 교사가 되어 다시 찾다 지하철을 타고 갈까, 자전거를 타고 갈까 큰 문제는 결정이 쉽지만, 작은 문제는 오히려 결정이 어렵다 나의 아픔이 산산이 부서진 변산에 교사가 되어 가다 2. 우린 트러블메이커가 아닌 이슈메이커 문제는 일의 발생이 아닌, 해결하려는 의지 걷는 건 고생하자는 게 아닌, 삶을 오롯이 느끼자는 것 걷는다는 게 불이익이 되는 구조 ‘갤럭시 그랜드 맥스’가 그랜드(완전한)인 이유? 3. 함께 먹을 아침을 손수 만들다 손수 만든 음식을 남에게 대접한다는 것 완벽한 여유로움 중 2 때의 추억 4. 우의를 입고 칼국수 먹으로 왔어요 자신이 뜻이 어긋난 곳에 싹트는 여행의 묘미 우의를 통해 본 옷의 원래 의미 비바람 속에서 음식점 찾아 5. 빗속여행의 낭만 채석..
9. 안녕 변산, 안녕 변산 현세가 단재학교에 처음 왔을 때부터 올해 6월까진 승빈이와 여러 번 충돌했다. 난 지금껏 현세가 승빈이를 편하게 생각했기에 그런 줄만 알았는데,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혀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 새벽 산책을 하다보니 평소엔 말하지 않던 걸 말하게 된다. 이게 새벽 산책의 즐거움. 시간의 더께만큼 돈독해진다 “그 땐 다른 뜻은 없었고 건호 형과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려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분명 사람 관계에 있어서 나를 남에게 맞추거나, 남을 나에게 맞추는 방법들이 있다. 아마도 그 절충점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일 것이다. 현세는 이때 상대방에게 100% 맞춰주는 것을 ..
8. 새벽에 변산을 산책하며 뿌듯함을 느끼다 아이들은 옆방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놀고 나는 이불을 펴고 누워 여행기를 쓴다. 이런 식으로 함께 여행을 하지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나름 좋다. 하지만 어차피 이곳은 남학생들의 방이기에 완벽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피곤하다고 편하게 잘 수도 없다. 아이들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고 떠드는 소리가 밤 깊도록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웬 일인지, 밤새도록 놀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더라. 시간이 조금 지나니 함께 게임하는 분위기는 깨졌고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남학생 몇몇은 핸드폰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몇몇은 밖으로 나갔다. 교사로서는 차라리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노는 것이 속편하고, 뿔뿔이 흩어져 개인..
7. 함께 해서 행복한 사람들 펜션에 돌아와서 저녁엔 통닭을 시켜서 먹고 아이들은 일찍부터 놀 채비를 했다. 오늘은 노는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밤새도록 놀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다른 방으로 와서 여행기도 정리하며 개인 시간을 보냈다. 그때 승빈이도 조금 놀다가 감기 기운 때문에 일찍 자야겠다며 방에 들어와 눕더라. 그래서 자연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음식은 사람을 모은다. 그래서 식구라는 말도 있다. 단재 식구들. 하지만 좋은 하는 부분이 같으니 먹을 때 싸우기도 한다. 나를 빗대어 너에게 말하다 그때 나눈 이야기는 ‘직면하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는데, 그걸 막는 게 ‘유리멘탈’이라 이야기 했다. 어떤 말에 쉽게 ..
6. 걷는 여행의 의미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도 40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 길이다. 바람도 심하게 불고 무언가를 보고 난 다음에 걷는 것이라 힘이 제법 들었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구름도 서서히 걷혀 가고 있다. ▲ 비는 그치고 서서히 해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민이와 태기와 함께 걸어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걸을 땐 하나가 되고, 편함을 추구할 땐 혼자가 된다 이때 규빈이는 “학교 여행이 끝나자마자 연습을 하러 가야 하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이쯤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게 어때요?”라고 제안해 온다. 규빈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내일 집에 가면 바로 쉴 수 있지만, 규빈이는 예외였기에 충분히 이해되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몇 명의 아이들만 택시를 타고 갈 경우 다른..
5. 빗속여행의 낭만 밖에는 여전히 바람이 심하게 불고 비도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할 때 아이들은 그냥 돌아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아이들은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돌아가도 괜찮겠지’라고 정리하고 있었는데, 송라가 “채석강엔 꼭 가야 해요”라고 말했고, 초이쌤도 채석강은 5분 거리로 가까우니 가자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우의를 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어차피 오늘은 비바람 속에서 여행할 각오로 나온 것이니 “채석강까지만 갔다 오자”고 했다. ▲ 바람에 모자가 자꾸 벗겨지기에 나름 안 벗겨지게 돌돌 말았는데 아이들이 보기에 웃겼나 보다. 왠지 구도자처럼 나왔다. 채석강은 돌 캐는 곳? 채석강彩石江은 지구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지 그 단초를 볼 수 있다. 켜켜이 쌓인..
4. 우의를 입고 칼국수 먹으러 왔어요 우의를 모두에게 주며 나간다고 하니, 모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더욱이 국민안전처에서 ‘서해안 폭풍해일주의보 발표, 해안가 접근자제’라는 문자가 각자의 폰으로 온 후라 웅성거리는 소리는 더 커졌다. 아이들의 웅성거림을 들어보자. ▲ 세월호 사건 이후로 국민안전처가 신설되었다. 그곳에서 보내온 문자는 단재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물론 나도~ 자신이 뜻이 어긋난 곳에 싹트는 여행의 묘미 “이런 날에 나갔다가 문제 생기는 거 아니 예요?” / “이런 날엔 그냥 안에 있어요.” / “비도 오고 바람도 장난 아닌데 뭐 하러 나가요?” / “전 비 오는 날엔 절대 나가지 않아요.” / “(여행 와서 비까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돈 내고 와서 이게 뭐..
3. 함께 먹을 아침을 손수 만들다 오늘은 7시 30분에 기상했다. 계획을 세울 때 아침에 세 명으로 팀을 정해 아침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A조는 준영, 규빈, 현세가 한 팀으로 볶음밥을, B팀은 승빈, 민석, 송라가 한 팀으로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C팀은 지훈, 지민, 태기가 한 팀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만들더라. ▲ 아침의 바닷가 풍경. 하늘이 잔뜩 흐려 있다. 비도 한 방울씩 내리고 있다. 손수 만든 음식을 남에게 대접한다는 것 8시부터 본격적으로 요리하기 시작했다. A팀은 재료를 모두 먹기에 편한 정도로 잘라야 했고 그걸 밥과 함께 볶아야 하니 당연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규빈이가 진두지휘를 하고 야채를 칼로 잘랐으며 준영이와 현세는 가위로 야채를 자르고서 함께 볶..
2. 우린 트러블메이커가 아닌 이슈메이커 서울에서 격포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버스를 타고 부안 터미널에 와서 다시 시내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해 격포로 가야 한다. 예전의 격포란 전주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다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의 격포는 서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안도현 시인은 ‘모항母港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이거든’이라고 시에 쓰기도 했을 정도다. 9시 20분 차를 타고 부안에 도착하니 12시 20분 정도 되었다. 3시간 만에 도착한 셈이다. 그곳에서 조금 걸어서 밥을 먹고 바로 격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40분 정도 달리니 격포 터미널에 도착하더라. 거기 있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펜션에서 픽업을 온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 부안에서 내..
1. 나의 역사가 스민 부안을 교사가 되어 다시 찾다 2학기가 시작되고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2학기부터 새롭게 합류한 학생은 두 명이다. 준영이와 태기가 바로 그들인데, 준영이는 단재학교에서 첫 번째 여행을 하는 셈이고 태기는 1학기 마무리 여행인 가평 여행을 함께 했기에 두 번째 여행을 하는 셈이다. 이번 여행엔 아쉽게도 이향이가 대입 수시 준비로 빠졌고, 상현이는 개인 사정으로 빠져 9명의 학생과 3명의 교사가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 고속터미널에서 출발한다. 1975년에 건설되었으니 40년이 흘렀다. 그 땐 어마어마한 규모였겠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하철을 타고 갈까, 자전거를 타고 갈까 8시 50분까지 고속터미널역 7번 출구 쪽에서 모이기로 했다. 지훈이와 지민이는 아직 지하철 타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