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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목차 1. 모악산 가려다 덕진공원에 가다 모악산을 그토록 그리워했으면서도 모악산에 갈 생각은 안 하다 갑작스런 여행에 따라 여러 변수들이 생기다 190번이 여행의 목적지를 바꾸다 2. 익숙하지만 낯설게 덕진공원을 담다 짬뽕지존, 역시 지존 곧 사라질 연화교를 건너다 전주 사람들, 추억의 장소이자 휴식처 인용 여행 사진
2. 익숙하지만 낯설게 덕진공원을 담다 막상 버스에서 내리니 신기하게도 배가 고파오더라.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럼 해이루감자탕(예전엔 다락방이란 감자탕집이었다)을 먹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최근에 돼지고기를 잔뜩 먹었던지라 아예 굶던지, 해물로 만든 요리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덕진정류장 쪽으로 걷다 보니, 건너편에 화려한 모양으로 ‘짬뽕지존’이란 음식점이 보이더라. 언젠가도 저 음식점을 본 기억이 있긴 하다. 음식점이 들어선 건물 자체가 매우 특이한 모양이기 때문에 눈길이 절로 가니 말이다. ▲ 2006년에 동기들과 찾은 덕진공원. 짬뽕지존, 역시 지존 순창에 있는 중국집에서 짬뽕을 맛있게 먹어본 이후 짬뽕에 꽂히게 되었다. 그래서 맛있는 짬뽕을 찾으면 절로 행복해지곤 하는데, 가장 많은 기대를 하..
1. 모악산 가려다 덕진공원에 가다 ▲ 봄따라 맘따라 길을 나서다. 여느 흔한 날처럼 7시 50분쯤 올라와 55번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특별히 『연암을 읽다』란 책의 원문까지 인쇄하여 왔으니, 기분도 새롭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어린다. 그래서 『논어』를 펴고 ‘四勿箴’을 읽고 써보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해보려 했다. 한참(그래봐야 제대로 공부한 건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읽다가 창문을 쳐다보니 최근엔 미세먼지와 안개로 거의 실루엣도 보이지 않던 모악산이 오늘은 선명하진 않아도 실루엣은 보이던 날이더라. 그래서 ‘모처럼 모악산의 자태를 보니 기분 좋다’고 단순히 생각하고 다시 공부하려던 찰나. ▲ 모악산이 오랜만에 자태를 드러냈다. 저 자태를 보는 것만으로 맘이 떨려온다. 모악..
목차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검단산이 트래킹 코스로 정해지기까지 2. 산에 오르는 이유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재밌기에 산에 오르다 살기 위해 산에 오르다 아이들과 오르는 기쁨을 느끼러, 검단산에 가다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제 시간에 모이는 학생들 &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한 아이의 불퉁거림이 전체 분위기를 망치다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면 무엇이든 뚫지 못하랴 5. 당연함이란 없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는 제안에 아이들의 반응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의 함정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9. 검단산이 준 선물 성민이는 역시나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나를 항상 앞질러 갔으며,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달려서 나를 앞서 갔기 때문이다. 이날 기온은 30도가 넘는데도 성민이는 입고 온 검은색 긴팔 잠바를 벗지 않고 맹렬히 올라갔다. 그건 방풍 잠바였으니 얼마나 더웠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하남의 사내 성민이와함께 등산하게 됐다. 강철체력 성민이의 등산법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절대 지치지 않았으니 ‘강철체력’이라 불릴 만 했다. 그래서 성민이가 평소에도 등산을 많이 했을 거라 짐작하며, 몇 번이나 등산을 해봤냐고 물어보니, 2~3번 남한산을 타본 게 전부라고 하더라. 그 중 한 번만 마천역에서 서문까지 올라봤을 뿐, 나머지는 오르다 말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민인 산을 많이 타서 체력이 좋다기보..
8. 3년 만에 제대로 등산을 하다 호국사에서 나와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엔 그 아이가 ‘힘들어요’라며 분위기를 망치는 바람에 등산다운 등산을 하지 못하고 거의 천천히 걷다가 끝나는 식이었으니, 이제야 제대로 등산을 하게 된 것이다. ▲ 지리산 종주를 갔었던 그 때, 그 느낌을 이번에 검단산을 오르며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지리산 종주 이후 최초의 등산다운 등산을 하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2.6㎞라고 쓰여 있더라. 지리산을 종주하며 알게 된 사실은 평지와 달리 산에선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평지엔 4㎞를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면, 산에선 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2.6㎞면 아무리 빨리 걸어도 1시간 정도 잡아야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렇기 때문에 모처럼만에 ..
7. 하류가 되려하다 승태쌤이 ‘가고 싶은 사람만 정상까지 가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자, 평상에 누워 한갓진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 제안에 콧방귀를 뀌며 볼멘소리를 할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 승태쌤의 제안에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안 하는 건, 모두 해선 안 돼 하지만 변수는 있게 마련이다. 아마 그냥 그대로 진행됐다면 오전부터 다리가 아프다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와 그 아이만 혼자 남길 수 없다며 함께 남겠다고 자진한 아이, 그리고 승태쌤만이 호국사에 남았을 것이고, 나머지 아이들과 나는 정상까지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오전부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는..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고 보니, 눈이 번쩍 뜨이며 나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점심을 먹고 평상에 가만히 있으니, 피곤이 몰려와서 ‘그냥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밥을 먹고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으니, 절로 나른해진다.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아이들의 적극적이면서 산에 오르려는 마음을 옆에 보게 되니, 덩달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때 명확하게 알게 된 건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굳어져서 결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생각은 아니며, 주위 사람들이 반응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생각이라는 점이다. 지금 시대..
5. 당연함이란 없다 호국사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모처럼 느긋하게 오후의 한가로움을 즐겼다. 아이들도 저마다 평상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시작한다. 규빈이는 요즘 들어 ‘아인’이란 애니메이션에 꽂혀 있는지, 그걸 모두에게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소마츠상おそ松さん’이란 애니만 보며 시리즈를 모두 정복해야 한다는 목표로 열나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아인’이란 애니까지 섭렵하여 추천해준 것이다. 이러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두 통달할 기세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민이는 웹툰을 보고 있었고, 그 옆에서 민석이는 오버워치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며 읽고 있었으며, 현세는 규빈이가 추천해준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고 ..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렸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지도를 꼼꼼히 찾아보며 가야 하지만,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 우린 등산객들을 따라 다니면 된다. 그러면 진입로로 알아서 가게 된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버스엔 등산복을 입고 탄 사람들이 꽤 있었기에 우린 그들을 졸졸 쫓아다니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옆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청계산 입구에 아웃도어 매장이 즐비하듯이 이곳도 아웃도어 매장이 많더라. 그곳에서 조금 더 걸으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이때부터 한 학생이 “감기도 된통 걸린 데다가, 다리까지 아프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트래킹을 간다고 나오려 하니 엄마가..
3. 지민이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이번 트래킹 장소로는 검단산이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회장인 지민이와 부회장인 현세가 계획을 짜야한다. 아무래도 현세는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나 몰라라 하기에,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민이 혼자 도맡아서 짜야했다. ▲ 등산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게 신기하다. 뜻하지 않았지만 그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신기할 뿐이다.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지민이는 계획을 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지, 목요일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검단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오자마자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검단산이란 장소를 내가 추천했을 거라고..
2. 산에 오르는 이유 실로 오랜만에 등산이 트래킹 코스로 잡히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영화팀의 경우엔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자주 등산을 갔었다. 그땐 단재학교에 초임교사로 근무하던 시기였고 하나하나 영화팀의 방향을 잡아가던 시기였으니, 등산이 영화팀 커리큘럼에 들어가기까지 내 생각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턴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다. ▲ 여러 생각이 겹칠 때마다 늘 올랐던 모악산.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전주 사람에게 친숙한 산은 뭐니 뭐니 해도 모악산이다. 학창시절엔 학교에서 모악산으로 자주 소풍을 갔기에 등산을 하게 됐다. 그 당시 남학생들은 ‘누가 정상에 빨리 올라가나?’라는 경쟁 속에서 등산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르기 시작하면 누가 먼저랄..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하지만 웃긴 점은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래 가사에 많이 등장하는 게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 거다. ▲ 13년 10월 5일 한강에서 찍은 사진.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흔히 흐르는 강물로 표현되곤 한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2016년이 밝았고 단재학교는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며 2016학년도 1학기를 시작했다. 개학한 이후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많은 일정들이 있었다. 그렇게 닥쳐 있는 일을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시간을 빼곡히 채워갔다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26. 제주여행이 준 선물, ‘한 평생이란 시각’ 자전거점에 자전거를 반납하니 공항까지 태워다 주신다. 역시나 방학 기간 중 주말답게 공항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씨가 말했던 것처럼 70~80년대엔 신혼여행지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그저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하긴 나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제주에 온 것이니, 제주는 이제 더 이상 머나 먼 유배지의 땅은 아니게 된 것이다. 나만큼 이들도 이곳저곳 다니며 2018년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겠지. ▲ 사람이 가득 찬 공항. 제주에 왔지만 집에 가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런 북새통을 이룬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전주 비행기는 공항을 벗어나 활주로에 진입하기 전 단계에서 멈췄다. 이곳은 하나의 활주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