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욕망 (15)
건빵이랑 놀자
나태함을 칭송하다 晝靜溪風自捲簾 낮 고요하고 시내엔 바람에 저절로 발이 걷혀 吟餘傍架檢書籤 시 읊은 뒤에 서가 옆에서 책갈피를 뒤적이네. 今年却勝前年懶 금년은 도리어 작년의 게으름보다 더하여 身世全敎付黑甛 몸 신세 온통 꿀잠에 부치네. 『소화시평』 권상56번에 소개된 「즉사(卽事)」를 읽으면서 지금과 확실히 다른 조선 지식인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을 볼 수가 있다. 지금은 ‘빨리 빨리’, ‘성과가 있어야 한다’, ‘하나라도 더 하지 않으면 낙오한다’와 같은 완벽한 경쟁주의 사회 속에 치열한 삶의 방식이 좋은 것처럼 회자되고, 티비에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얘기들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느림의 미학』,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같은 책들이 ..
목차 1. 인문과 인간의 무늬 헌 것엔 나의 무늬가 들어있다 얼굴을 통해 드러난 무늬 언어를 통해 드러난 무늬 2. 봄이 부르던 날에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 아빠들을 위한 강연장에서 드러날 준규쌤의 무늬 날씨가 좋은 주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겠어? 날씨와 주말에 상관없이 모일 사람들은 모인다 3. 준규쌤의 강연엔 그만의 무늬가 드리워져 있다 나 지금 열변을 토하고 있니? 준규쌤만의 무늬가 한껏 드러난 강연 4. ‘대안학교’, ‘자녀교육=엄마의 일’이란 고정관념 벗어나기 ‘대안학교’란 단어 벗어나기 ‘자녀교육=엄마’라는 틀 인식하기 ‘자녀교육=엄마’라는 틀 벗어나기 워밍업이 끝났다면,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스타트 5.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교육 교육의 다양한 스펙트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상황에..
목차 1. 전통이란 이름의 폭력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 전통이 올가미가 되다 2. 영화 속 학교, 현실 속 학교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 학교라는 이름의 획일화 기구 학교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 3.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준 선택권: 호칭 정하기 너는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호칭을 선택할 자유를 주다 4. 카르페디엠Carpe Diem 체험, 박물관 현장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라 5. 교사의 교육관과 수업 이벤트적인 수업 & 판에 박힌 수업, 그 사이의 줄타기 교육관이란 이상이 수업을 통해 현실이 된다 6.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라 키팅,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다 ‘자유로운 사색가와 예술가’라는 인식의 차이 키팅과 학생들이 빚어낸 이야기의 장으로 7. 교과서..
21.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1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미국의 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는 무려 60년 이상의 시간차가 있음에도, 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혀 낯설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얼핏 생각하면 그만큼 선진적인(?) 미국의 교육제도를 잘 따라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은 예전부터 경쟁주의의 사회였고 한국도 그런 풍조가 있었지만 IMF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를 받아들이며 급속도로 닮아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일제고사로 경쟁을 가속화 시키고, 당연하게 줄을 세운다. 그러면서도 그런 세상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만 한다. 이 영화는 우정담이자, 갈등담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한국의 학생들은 여전히 토드처럼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하며 학교에서 하라는..
17. 사람에게 인형이 되길 희망하다 교육은 대화여야 한다. 가르치려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이 유기적으로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야만 한다. 키팅의 교수방법이 탁월한 이유는 단순히 남다른 수업을 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학생과 주고받는 수업을 했다는 데에 있다. 그에 따라 키팅 자신도 성장해 갔으며, 그를 만난 학생들도 성장해갈 수 있었다. 의식의 움직임을 통해 그들은 만나며 함께 성장해 갔고, 그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갔다. ▲ 만남은 서로에게 변화를 만들어 낸다. 닐의 아킬레스건, 아버지 닐 페리는 꽤나 유쾌하면서 밝은 학생이다. 학교생활도 잘하며 교우관계도 좋다. 더욱이 성적까지 좋으며, 토드와 같이 소심한 친구까지 살뜰히 챙길 줄 아는 팔방미남형 인물이다. ▲ 토드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닐...
15. 감정을 폭발시켜라 토드는 12번째 후기에서도 잠시 살펴봤다시피 형의 후광에 짓눌려 자기표현도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런 학생이 키팅의 수업을 받고 친구들이 조직한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들어가면서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 입학식 때의 도드. 한껏 주눅 들어 있고, 그로 인해 말수도 적다. 닐과 룸메이트가 되면서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사람의 변화는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확실히 하고 가야할 점은 토드의 변화는 결코 외부의 자극 때문만이 아니라, 그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불편한 순간들을 감내하면서 스스로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즉, 모든 변화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처럼 외부의 조건과 내부의 노력이 함께..
11. 욕망의 수업 우리가 학창 시절에 자주 들었던 말이자,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던 말은 “지금은 참아라. 대학에 가면 그땐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으니”라는 말이었다. ▲ 서양과 동양이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하나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 지금은 참아라, 나중에 원하는 건 다할 수 있다 이 말은 현재 하고자 하는 수많은 것들을 가로막고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할 때 쓰이며, 여기에 대해 누구도 함부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게 한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학생의 본분은 공부하는 것’을 알기에, 그것 외에 다른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현실에 머물다 보니 자연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사라져 갔고, 으레 해야 할 것들만 남게 되었다. 이럴 때 헛갈리는..
목차 1. 너와 나의 스파이란 연결고리 스파이들이 판을 친다 오늘의 스파이는 나야 나! 2. 나는 흘러가는 존재 나라는 인식의 가생이 누군가에게 규정되어온 나라는 인식을 벗어나는 단초 3. 스파이들이여, 은둔자가 되라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의 힘 은둔자가 되어 진공상태에서 계속 살아가라 인용 작품
3. 스파이들이여, 은둔자가 되라 그런데 이렇게 자기의 상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희망이 생기는 걸까? ‘나 하나 이런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고 나 혼자만 죽게 될 뿐이다’라는 B의 생각처럼 나만 나섰다가 괜히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만 듣거나 ‘배신자’라고 매장되는 건 아닐까? 내부 고발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혁명을 꿈꾼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결코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 내부고발자가 된다는 건 많은 것을 포기할, 기꺼이 싸움 한복판에 들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박창진 사무장의 사진(출처 - 시사저널e)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의 힘 이와 같은 고민을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소설가 Z다. 그는 한때 편집자와 함께 좋은 책을 만들어간다고 느끼던 영향력 있..
2. 나는 흘러가는 존재 그런데 이쯤에서 매우 재밌는 주제 하나를 볼 수 있다. 이 책의 X는 어떤 사고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서 깨어나는 순간 현재 35살임에도 20살 이후의 기억은 통째로 사라졌다. 그래서 기억을 되찾기 위해선 사람과 사건을 쫓아가며 기억을 재구성해야만 한다. 마치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의 제이슨이 된 것만 같은 기분으로 ‘X의 과거 찾기’를 함께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그의 과거가 되살아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으로 현재의 그가 새롭게 형성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위에서도 ‘기억을 되찾는다’고 표현하지 않고 ‘기억을 재구성해 나간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건 마치 ‘어린아이가 태어..
1. 너와 나의 스파이란 연결고리 요즘 ‘라이브’란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다. 취업도 만만치 않고 희망마저 등을 돌려버린 우울한 청춘들이 경찰공무원이 되어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2부에 나온 장면이 나의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했고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중앙경찰학교에서 실습을 받던 그들의 마지막 테스트는 분쟁의 현장에 투입되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진압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들은 대학 총장의 비리에 분개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여 총장사퇴를 외치는 현장에 투입되었다. 지금은 진압을 해야 하는 경찰 신분이지만, 실상 그들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 학생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이 앞날이 불투명한 채 하루하루 버티어가던 소시민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진압해야 함에도 발이 수..
목차 1. 알라딘의 순수한 욕망과 한계 욕망의 화신, 알라딘: 순수한 욕망? 욕망의 화신, 알라딘: 순수한 욕망도 아차하는 순간! 2. 자파의 욕망과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는 방법 욕망의 화신, 자파: 처음의 작은 욕망은 더 큰 욕망을 위한 변명거리일 뿐 욕망의 화신, 자파: 욕망만 추구하다가 욕망에 갇혀 욕망의 늪에 빠지지 않는 방법 인용 지도 시네필
2. 자파의 욕망과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는 방법 욕망의 화신, 자파: 처음의 작은 욕망은 더 큰 욕망을 위한 변명거리일 뿐 두 번째로 얘기해야 할 사람은 ‘자파’다. 그는 애초부터 욕망의 화신이었다. 권력욕 하나로 이 영화에서 악역을 자처했으니 말이다. 과연 그런 그에게선 어떤 욕망의 구도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는 램프를 손에 넣고 소원을 빈다. “나라의 왕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 소원은 자파가 램프를 차지하려 한 이유이기도 했다. 제2 권력자인 총리대신이지만 그래봐야 왕 앞에선 언제나 낮은 자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의 첫 소원은 당연히 ‘왕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어야 했고, 사실 그 소원 하나만으로 그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모든 소원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
1. 알라딘의 순수한 욕망과 한계 ▲ 알라딘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 이 노래가 회자되는 탓에 지금껏 사랑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다. 『알라딘』은 초등학생 때 봤었던 애니메이션이다. 디즈니 특유의 선악이 확실히 나눠지는 내용에 뮤지컬스러운 흥겨운 음악이 있으며, 단선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이젠 더 이상 이런 식의 단선적인 스토리를 지닌 영화가 아닌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왜 갑자기 이 영화를 보고자 했던 것인가? 저번 토요일(2009년 3월 14일)에 이문세씨의 라디오 프로를 듣던 중에 『알라딘』을 맛깔나게 해석해주는 것을 듣고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이 애니메..
안락함을 박차고 떠나간 거위순일이체경 릉공이거(旬日而體輕, 凌空而去) 이익(李瀷) 人有畜野鵝者. 多與煙火之食, 鵝便體重, 不能飛. 後忽不食, 人以爲病. 益與之食而不食. 旬日而體輕, 凌空而去. 翁聞之曰: “智哉! 善自保也.” 『星湖全書』 해석人有畜野鵝者. 사람 중에 야생거위를 기르는 사람이 있었다. 多與煙火之食, 자주 불에 익힌 음식을 주자 鵝便體重, 不能飛. 거위는 곧 체중이 불더니 날지 못하게 됐다. 後忽不食, 人以爲病. 그 후 갑자기 먹질 않으니 사람들은 병 걸렸다고 생각하여 益與之食而不食. 더욱 먹일 주었지만 먹질 않았다. 旬日而體輕, 凌空而去. 열흘 만에 몸이 가벼워지더니, 창공을 날아올라 가버렸다. 翁聞之曰: “智哉! 善自保也.” 『星湖全書』노인이 그 얘기를 듣고 말했다. “지혜롭구나! 잘 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