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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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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째 고개, 왜 이 책인가? 앞의 여덟째 고개에서 『동몽선습』과 『격몽요결』에 대해 언급했다. 당대 이후로 『몽구』처럼 『주역』의 「몽괘(蒙卦)」를 교육 지표로 삼는 책들이 여럿 쓰여졌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어린이 교과서로 쓰인 ‘어린이가 먼저 익혀야 할 책’이라는 뜻의 『동몽선습(童蒙先習)』의 ‘동몽’이란 제목도 여기서 유래하고,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핵심이라는 뜻의 『격몽요결(擊蒙要訣)』의 ‘몽’자 역시 여기에서 유래한다. 중요한 점은 이 두 작품이 모두 우리 나라 사람의 저작이라는 점이다. 『동몽선습』은 조선시대 박세무가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가 지었다. 이 두 책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격몽요결』과 『동몽선습』이 유학, 특히 성리학에서 주입하고자 하는 윤리 도덕을 위주로 편집돼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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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째 고개, 옛날의 어린이 교육에 대하여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교에 가고 자신의 기호와는 상관없이 국가가 정한 교과 과정에 따라 공부하게 되어 있다. 더구나 갖가지 분야를 한꺼번에 배운다. 그러나 옛날에는 교육받는 사람들도 아주 적었으며 교육받는다는 것 자체가 특권을 나타내는 징표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엄청난 교육열과 그에 따른 치맛바람의 한풀이는 바로 그러한 전통적인 의식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것이다. 이제 이야기를 바꾸어 예전의 시골 서당 문을 열고 그때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무릎을 꿇고 책의 내용을 암송하고 있는 학동, 회초리를 매섭게 휘두르는 스승, 종아리를 걷고 매를 맞는 어린 아이……. 그 유명한 김홍도의 서당 풍경이다. 그러면 그 어린이들이 그렇게 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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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고개, 고사의 출전에 대하여 『몽구』의 592(전 596) 구절의 고사는 고대의 전설 시대로부터 당 나라 때까지의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책에서 가려 뽑은 것이다. 출전이 된 책 또한 경전이나 역사책 같은 학술서적에서부터 문집, 설화집, 잡기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 가운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22권의 책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책이름 뒤의 숫자는 인용 횟수이다. 1. 『사기』 27번 한나라 때 사마천이 편찬했다. 최초의 천자인 황제(黃帝)에서 한나라의 무제 때까지의 역사를 엮은 책이다. 천자의 역사인 본기(本紀), 신하가 군주에게 올린 의견서를 모은 표(表), 상서문을 모은 서(書), 제후들의 역사인 세가(世家), 영웅들과 인물들의 이야기인 열전(列傳)의 네 부분으로 이루어진 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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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고개, 독특한 체제에 대하여 이제는 『몽구』의 본문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몽구』는 중국 고대에서 당나라시대까지 여러 철학책, 역사책, 설화집 등과 같은 옛사람의 저서에서 여러 방면에 걸쳐 교훈적이고 흥미로운 사실을 널리 뽑아 편찬했다. 그 각 이야기 하나씩을 한자 네 글자로 된 성어로 표현했는데 이것을 ‘표제(標題)’라고 한다. 그리고 이 ‘표제’ 가운데 내용이 유사하거나 비교할 만한 것을 두 개씩 나열해서 어린이가 읽고 쉽게 암송할 수 있도록 했다. 표제는 전부 592개의 구절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원래는 네 글자씩 연결되는 시나 노래인 셈이다. 그런데 이 네 글자의 시는 그냥 아무 글자나 붙인 것이 아니라 모두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첫째, ‘표제’의 앞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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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고개, 어떤 내용인가? 이제 이 『몽구』의 592구절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살펴보자 한 마디로 말하면 ‘고대의 온갖 종류의 인간들의 삶’이다. 『몽구』의 최대 특징은 등장 인물이 매우 다양하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그 인물들은 고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착하고 선하며 뛰어난 역량을 지닌 전형적인 주인공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마다 갖고 있는 진한 색깔과 냄새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그 중에는 나라를 잘 다스린 뛰어난 성군, 한 사람의 욕심으로 나라를 망가뜨린 멍청한 군주, 천자를 잘 보필한 현명한 재상,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나라를 망친 잔혹하고 사악한 신하, 국가의 위태로움을 한 몸으로 구출한 용맹한 전사, 천하를 경영하기 위해 일생 동안 분주하게 뛰어다닌 영웅호걸, 백성들을 어루만진 선량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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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고개로 풀어 보는 『몽구』 첫째 고개, 책이름에 대하여 책이름인 ‘몽구’가 어떤 뜻인지 알아 보자. 어리석다, 어리다, 어둡다, 뒤집어쓰다라는 뜻의 몽(蒙)자와 구하다, 구걸하다, 빌리다라는 뜻의 구(求)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몽구’란 ‘어리석은 어린 사람이 구한다’라는 뜻이 된다. 도대체 무엇을 누구에게 구한단 말인가? 여기에 ‘몽구’란 말의 숨은 뜻이 담겨져 있다. 예전에 고전의 책이름을 붙이는 방법은 먼저 철인들의 이름이나 호를 따라서 붙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맹자』, 『순자』, 『노자』, 『장자』처럼 ‘자’(子)자가 붙은 책들이 이 경우로 ‘맹선생님의 저작’, ‘순선생님의 저작’이란 뜻이다. 그 다음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경전의 유명한 구절 가운데 한 글자씩을 떼어 내서 합쳐 만..
『몽구』가 뭐지?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는 나쁜 버릇이 하나 있다. 공부를 시작하려면 책상, 책꽂이 심지어는 평소에는 안 하던 방청소까지 다한다. 일종의 준비 운동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준비운동만 하다가 끝난다는 데에 있다. 연필까지 깨끗이 깎아서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고 계획표를 깨끗이 써서 벽에 붙이고 나면 하루 해가 가고 만다. 그러면 내 마음에서 ‘내일하지. 내일하지’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여지없이 그 유혹에 빠지고 만다. 아마 필자의 얘기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때로는 해제니, 해설이니 하는 앞 잔소리를 읽다가 이내 그 책의 흥미를 잃거나 지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그 과정을 통과하더라도 고전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옮긴이의 관점을 선입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