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치의 삼요소: 먹을거리, 군사력, 믿음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言倉廩實而武備修, 然後敎化行, 而民信於我, 不離叛也.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去, 上聲, 下同.
○ 言食足而信孚, 則無兵而守固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民無食必死, 然死者人之所必不免. 無信則雖生而無以自立, 不若死之爲安. 故寧死而不失信於民, 使民亦寧死而不失信於我也.
○ 程子曰: “孔門弟子善問, 直窮到底, 如此章者, 非子貢不能問, 非聖人不能答也.”
愚謂以人情而言, 則兵食足而後吾之信可以孚於民. 以民德而言, 則信本人之所固有, 非兵食所得而先也. 是以爲政者, 當身率其民而以死守之, 不以危急而可棄也.
해석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자공이 정치에 대해 여쭈자, 공자께서 “먹을 것을 풍족하게 하고 국방을 풍족하게 하면 백성들이 믿음직스러워진다.”라고 말씀하셨다.
言倉廩實而武備修, 然後敎化行,
창고가 가득 차고 무기와 전쟁대비가 갖춰진 후에 교화가 행해지니
而民信於我, 不離叛也.
백성들은 나를 믿어 떠나거나 배반하지 않는다.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자공이 “반드시 부득이 하게 없앤다면 이 세 가지 중 어떤 것 먼저입니까?”라고 여쭈니, 공자께서 “국방을 없앤다.”라고 말씀하셨다.
去, 上聲, 下同.
○ 言食足而信孚,
먹을 것이 넉넉하고 미덥다면
則無兵而守固矣.
병사제도를 없애더라도 지켜짐이 굳세다.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자공이 “반드시 부득이 하게 없앤다면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 먼저입니까?”라고 여쭈니, 공자께서 “먹을 것을 없앤다. 예로부터 모두 다 죽게 마련인데 백성이 믿음이 없으면 수립되질 못한다.”라고 말씀하셨다.
民無食必死,
백성이 먹질 않으면 반드시 죽지만,
然死者人之所必不免.
죽음이란 사람이 반드시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無信則雖生而無以自立, 不若死之爲安.
믿음이 없으면 비록 살더라도 자립할 수 없으니 죽어 편안해지는 것만 못하다.
故寧死而不失信於民,
그러므로 차라리 죽을지언정 백성에게 믿음을 잃지 않아서
使民亦寧死而不失信於我也.
백성으로 하여금 또한 차라리 죽을지언정 나에게 믿음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 程子曰: “孔門弟子善問, 直窮到底,
정이천이 말했다. “공자의 제자들이 잘 물어 곧바로 최고의 지점에까지 닿았으니
如此章者,
이 장의 대화 같은 경우는
非子貢不能問, 非聖人不能答也.”
자장이 아니면 물을 수 없고 성인이 아니면 답할 수 없다.”
愚謂以人情而言,
내가 생각하기로 사람의 정으로 말하면
則兵食足而後吾之信可以孚於民.
국방과 먹을거리가 충족된 후에 나의 믿음이 백성에게 믿어질 수 있는 것이다.
以民德而言, 則信本人之所固有,
백성의 덕으로 말하면 믿음이란 본래 사람의 고유한 것으로
非兵食所得而先也.
국방과 먹을거리로 얻을 바에 먼저 할 게 아니다.
是以爲政者, 當身率其民而以死守之,
그러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은 마땅히 몸소 백성을 통솔하고 죽음으로 지키며
不以危急而可棄也.
위급하다고 버리지 않는 것이다.
○ ‘논어’ ‘안연(顔淵)’편의 이 장(章)은 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공(子貢)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정치의 요건으로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지(民信之)의 셋을 열거했다. 자공은 ‘필부득이이거(必不得已而去)…하선(何先)?’이라는 어구를 대장법(對仗法)처럼 거듭 이용해서 공자에게 질문을 던졌고, 공자는 거병(去兵)과 거식(去食)을 차례로 말한 뒤 백성의 신(信)은 없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자가 처음에 대답한 “족식족병민신지의(足食足兵民信之矣)”에 대해서 조선 선조 때 교정청은 “족식족병(足食足兵)이면 민신지의(民信之矣)리라”라고 현토했다. 주자의 ‘집주(集注)’가 “창고가 가득히 쌓여 있고 무기를 갖춘 다음에 교화가 실행되고 백성이 나(군주)를 신임하게 되는 법이다[言倉廩實而武備修, 然後敎化行, 而民信於我]”라고 풀이한 것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정약용은 그 세 가지는 각각 하나의 일이므로 서로 관련지어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자로(子路)가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선지로지(先之勞之)”라 했다. 몸소 먼저 하며 백성의 일에 수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로가 더 여쭙자 공자는 “무권(無倦)”이라고 답했다. 게을리 말라는 뜻이다. 자로에게는 정치가의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자공에게는 정치의 근본 요체를 말한 것이다. 둘 다 현대의 정치가가 귀 기울여야 할 말이다. -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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