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남편 찾아 중국으로 떠난 강남덕 엄마 이야기
江南德母者, 京都西江篙工黃鳳之妻也, 鳳家居蠶頭, 以海賈爲生.
萬曆初, 入海遇颶風不還, 妻衣素行喪. 閱三年服, 寡居累年, 一日有人中原回, 傳鳳書曰: ‘漂海泊中原某地某城, 爲民家傭.’ 其妻得書 鳴泣悲呼曰: “始以良人葬魚腹, 今聞尙保性命, 居上國, 吾將持瓢行乞, 雖僵死道傍, 必往也.” 鄕黨止之曰: “小國之於大國間, 有疆界之禁, 關門之設, 異言異服, 不敢入. 犯之者有常刑, 今婦人獨往萬里, 必不達, 其爲路上之骸無疑.” 其妻不聽揚袂而往.
潛渡鴨綠江, 直入中國, 鶉衣蓬髮垢面赤脚, 乞食於市. 歲餘, 達于江南如書中所指, 果與鳳相遇於海上邊城. 遂與偕還故國, 於歸路有娠, 還舊居生女, 名江南德. 閭中不名號江南德母, 異之如黃券中人.
余觀中國與東國, 內外有截全盛亂離之前, 彼此邦禁方嚴. 一婦女乃敢入中原, 還如東隣適西隣, 終遇良人於茫茫渺渺之鄕, 是天下所無之事. 其勇敢貞烈, 植三綱貫古今. 近歲壬辰兵興之後, 我國人, 隨天兵, 籍死兵名, 或橐載入關, 達于中原無慮萬人. 未聞一人私入上界者, 私自逃還. 豈獨無父母夫妻也哉? 人各愛其身, 出萬死一生, 世無其人故也. 如江南德母者, 其亦奇之奇也.
今年春, 母死年八十. 天啓元年夏記.
해석
江南德母者, 京都西江篙工黃鳳之妻也, 鳳家居蠶頭, 以海賈爲生.
강남덕(江南德)의 어머니는 서울 서강(西江)의 뱃사공[篙工] 황봉(黃鳳)의 아내로, 황봉의 집은 잠두(蠶頭)【잠두(蠶頭): 중구 · 용산구에 걸쳐있는 남산의 서쪽 봉우리를 일컫는 이름이다】에 있었고 바다 장사치로 생계를 삼았다.
萬曆初, 入海遇颶風不還, 妻衣素行喪.
만력(萬曆) 초에 바다에 들어가 회오리바람을 만나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소복을 입고 상을 치렀다.
閱三年服, 寡居累年, 一日有人中原回, 傳鳳書曰: ‘漂海泊中原某地某城, 爲民家傭.’
삼년 상을 겪고 과부로 산 지 여러 해였는데 하루는 어떤 사람이 중국에서 돌아와 황봉의 편지를 전해주니 ‘바다에 표류해 중국의 아무개 땅과 아무개 성에 정박하여 민가에서 품팔이하고 있소.’라고 쓰여 있었다.
其妻得書 鳴泣悲呼曰: “始以良人葬魚腹, 今聞尙保性命, 居上國, 吾將持瓢行乞, 雖僵死道傍, 必往也.”
아내가 편지를 보고 울면서 “처음엔 그대가 물고기밥이 된 줄 알고 장사지냈는데 이제는 아직 성명을 보전하여 중국에 산다고 들리니 내가 장차 표주박을 가지고 구걸하여 비록 도로에서 죽더라도 반드시 가겠어요.”라고 슬피 외쳤다.
鄕黨止之曰: “小國之於大國間, 有疆界之禁, 關門之設, 異言異服, 不敢入.
마을사람들이 그녀를 그치게 하며 말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 사이에서는 국경의 금지함이 있어서 관문을 설치하고서 다른 언어와 다른 옷이라면 감히 들어가질 못해요.
犯之者有常刑, 今婦人獨往萬里, 必不達, 其爲路上之骸無疑.”
범하는 이는 항상 형벌을 받는데 이제 부인이 홀로 만 리를 간다하니 반드시 도착하지 못할 것이고 길 위의 해골이 될 것임을 의심할 게 없지요.”
其妻不聽揚袂而往.
아내는 듣지 않고 소매를 떨치고 가버렸다.
몰래 압록강을 건너 곧장 중국에 들어가 메추라기 매단 듯한 해진 옷에다가 봉두난발에다가 때낀 얼굴에다가 맨발로 저자에서 걸식했다.
歲餘, 達于江南如書中所指, 果與鳳相遇於海上邊城.
1년쯤 되어 편지 속에서 지시한 강남에 도착하니 과연 황봉과 바다가 성에서 서로 만나게 됐다.
遂與偕還故國, 於歸路有娠, 還舊居生女, 名江南德.
마침내 함께 조선으로 돌아올 적에 돌아오는 길에 임신하게 됐고 옛집으로 돌아와 딸을 낳고 ‘강남덕(江南德)’【강남덕(江南德): 덕(德)은 득(得)과 통하기에 강남에서 얻은 이라는 뜻이다.】이라 이름했다.
閭中不名號江南德母, 異之如黃券中人.
마을에선 강남덕의 어머니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기이하게 여기길 노란 책 속의 사람 같이 했다.
余觀中國與東國, 內外有截全盛亂離之前, 彼此邦禁方嚴.
내가 중국와 우리나라를 보니 안과 밖으로 전성기로 난리 이전에 다스릴 땐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선 금함이 엄했다.
一婦女乃敢入中原, 還如東隣適西隣, 終遇良人於茫茫渺渺之鄕, 是天下所無之事.
한 명의 아녀자가 감히 중국에 들어가 동쪽 이웃이 서쪽 이웃에게 간 것처럼 돌아왔고 끝내 남편을 까마득하고 아득한 타향에서 만났으니 이것은 천하의 없던 일이었다.
其勇敢貞烈, 植三綱貫古今.
용감한 정렬(貞烈)은 삼강(三綱)을 수립하고 옛나 지금을 꿰뚫는다.
近歲壬辰兵興之後, 我國人, 隨天兵, 籍死兵名, 或橐載入關, 達于中原無慮萬人.
최근 임진왜란 후에 우리나라 사람이 명나라 군대를 따랐다가 죽은 병사의 명단에 적히기도 했고 간혹 주머니에 실린 채 관문에 들어가 중국에 도달한 이가 무려 10,000명이었다.
未聞一人私入上界者, 私自逃還.
한 사람이 사적으로 중국의 국경에 들어가 사적으로 스스로 도망치듯 돌아왔다는 건 듣지 못했다.
豈獨無父母夫妻也哉? 人各愛其身, 出萬死一生, 世無其人故也.
어찌 유독 부모나 배우자가 없어서이겠는가? 사람들은 각각 그 몸을 아껴 만 번 죽을 곳에서 나와 한 번 살려하니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如江南德母者, 其亦奇之奇也.
강남덕의 어머니와 같은 이는 또한 기이하고도 기이하다.
今年春, 母死年八十.
올해 봄 강남덕의 어머니는 나이 80살에 죽었다.
天啓元年夏記.
천계(天啓)【천계(天啓): 명나라 희종(喜宗)의 연호(1621~1627).】 원년 여름에 기록한다.
인용
1. 네모난 마음을 지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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