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가뭄을 통한 관리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까발리다
원수한(原水旱)
이곡(李穀)
관리가 홍수와 가뭄을 천재로 보느냐, 인재로 보느냐
水旱果天數乎? 果人事乎? 堯ㆍ湯未免, 天數也. 休咎有徵, 人事也. 古之人, 修人事以應天數, 故有九七年之厄, 而民不病. 後之人, 委天數而廢人事, 故一二年之災而民已轉于溝壑矣.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 하다
國家非惟省歲月日, 且有儲備, 人事可謂修矣. 自去年之水旱而民,甚病, 多方救療之, 不得其要, 何哉? 甞聞之父老曰:“移民移粟食飢飮渴, 僅足以紓目前之急. 若欲因,其已然之迹, 而防其未然之患, 盍亦究其原?”
홍수와 가뭄의 진짜 원인
夫民之寄命者, 有司. 凡有利害, 必赴而訴之. 若子於父母然, 父母之於子, 袪其害而已, 豈計其利己乎? 今之有司則不然. 設二人爭訟, 甲若有錢, 乙便無理. 其民安得不死寃, 其氣安得不傷和乎? 此所由召水旱也.
짬짬이가 되어 부패한 관리들
監有司曰監司, 凡有貪廉, 卽按而誅賞之. 監監司曰監察, 凡有賢否, 卽察而黜陟之. 今皆不然. 間有志古者, 反不見容於時. 盖今日之監司, 卽前日監察; 今日之監察, 卽前日有司, 相板援相蔽覆, 故如此.
관리들이여 그대들이 홍수와 가뭄을 막을 수 있다
苟使今之民, 一見古之有司; 今之有司, 一見古之監司; 今之監司, 一見古之監察, 則吾赤子, 庶免溝壑矣. 然則天數也人事也, 其要去貪而已. 如欲去貪則有成憲具在. 擧而行之, 在乎宰天下者耳. 作「原水旱」. 『稼亭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관리가 홍수와 가뭄을 천재로 보느냐, 인재로 보느냐
水旱果天數乎? 果人事乎?
홍수와 가뭄은 과연 천재(天災)인가? 과연 인재(人災)인가?
堯ㆍ湯未免, 天數也.
요임금과 탕임금도 홍수와 가뭄을 피하질 못했으니 천재로구나.
休咎有徵, 人事也.
아니다, 정치를 잘하고 못한 것에 징계함이 있는 것이니, 인재로구나.
古之人, 修人事以應天數,
옛사람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서 천명에 대응했기에
故有九七年之厄, 而民不病.
7~9년간 천재지변이 있어도 백성들이 고달파하지 않았다.
後之人, 委天數而廢人事,
그러나 후대 사람들은 천명에 맡기고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을 하지 않기에
故一二年之災而民已轉于溝壑矣.
고작 1~2년의 천재지변임에도 백성들의 시체가 이미 골짜기와 구덩이에 나뒹군다.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 하다
國家非惟省歲月日, 且有儲備,
국가는 오직 한 해, 한 달, 하루로 살펴볼 뿐만 아니라 또한 저장하여 대비함이 있으면
人事可謂修矣.
사람이 해야 할 일은 갖춰졌다고 할 만하다.
自去年之水旱而民,甚病,
그러나 작년의 홍수와 가뭄 때문에 백성들이 매우 고달파
多方救療之, 不得其要, 何哉?
여러 방면으로 구제하고 치료해주려 해도 요령을 터득하지 못한 것은 왜인가?
甞聞之父老曰:
일찍이 마을의 어르신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걸 들었다.
“移民移粟食飢飮渴,
“건강한 백성을 이사 가게 하고 움직일 수 없는 백성에게 곡식을 옮겨 굶주린 이를 먹이고 갈증 난 이를 마시게 하는 것은,
僅足以紓目前之急.
겨우 눈앞의 위급함을 해소하게 하는 것이다.
若欲因,其已然之迹,
만약 이미 일어난 일들을 따라서
而防其未然之患, 盍亦究其原?”
일어나지 않은 근심을 예방하려 한다면, 어찌 또한 근원을 연구하지 않는가?”
홍수와 가뭄의 진짜 원인
夫民之寄命者, 有司.
무릇 백성이 목숨을 붙여 사는 사람이 관리다.
凡有利害, 必赴而訴之.
그래서 이로움과 해로운 게 있으면 반드시 달려가 호소한다.
若子於父母然, 父母之於子, 袪其害而已,
그건 마치 자식이 부모에게 그러는 것 같아, 부모는 자식에 대해 해로움만을 제거해줄 뿐이지,
豈計其利己乎?
어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따지겠나?
今之有司則不然.
그러나 지금의 관리는 그렇지가 않다.
設二人爭訟, 甲若有錢,
만약 두 사람이 다투어 송사할 적에 甲이 돈이 있다면,
乙便無理.
乙은 갑자기 도리대로 처분되지 않고 덤터기를 쓰게 된다.
其民安得不死寃,
그러니 백성이 어찌 죽어도 원통하지 않겠으며
其氣安得不傷和乎?
기가 어찌 화순함을 손상케 하지 않겠는가?
此所由召水旱也.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홍수와 가뭄을 불러온 것이다.
짬짬이가 되어 부패한 관리들
監有司曰監司,
유사를 감시하는 직분을 감사라 하니,
凡有貪廉, 卽按而誅賞之.
무릇 탐욕스러움과 청렴함이 있어 이것을 살펴 벌을 내리거나 상을 준다.
監監司曰監察,
감사를 감시하는 직분을 감찰이라 하니,
凡有賢否, 卽察而黜陟之.
무릇 어짊과 그렇지 않음이 있어 이것을 살펴 내쫓거나 승진시킨다.
今皆不然.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間有志古者, 反不見容於時.
간간이 예전 관리들의 공평무사한 행정에 뜻을 둔 사람은 도리어 이 시대엔 용납되지 않는다.
盖今日之監司, 卽前日監察;
대저 지금의 감사는 곧 전직 감찰이고,
今日之監察, 卽前日有司,
지금의 감찰은 곧 전직 유사로,
相板援相蔽覆, 故如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며 서로 가려주고 덮어줌이 이와 같다.
관리들이여 그대들이 홍수와 가뭄을 막을 수 있다
苟使今之民, 一見古之有司;
진실로 지금의 백성들에게 한 번 예전의 유사를 보게 하고,
今之有司, 一見古之監司;
지금의 유사에게 한 번 예전의 감사를 보게 하며,
今之監司, 一見古之監察,
지금의 감사로 한 번 예전의 감찰을 보게 한다면,
則吾赤子, 庶免溝壑矣.
우리 아이들이 거의 도랑이나 골짜기에 뒹구는 것을 면하리라.
然則天數也人事也, 其要去貪而已.
그렇기 때문에 천재든, 인재든 그 요점은 탐욕을 제거하는 것뿐이다.
如欲去貪則有成憲具在.
만약 탐관오리를 제거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만들어진 법에 구비되어 있다.
擧而行之, 在乎宰天下者耳.
그 법을 들어 실천하는 것은 주재하는 이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作「原水旱」. 『稼亭先生文集』 卷之一
그래서 「원수한」을 짓는다.
▲ 2022년 8월 10일, 2011년 이후 11년 만에 강남이 다시 물바다가 됐다. 인재가 낳은 비극.
인용
'산문놀이터 > 삼국&고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보 - 굴원불의사론(屈原不宜死論) (0) | 2019.03.05 |
---|---|
안축 - 경포신정기(鏡浦新亭記) (0) | 2019.03.03 |
정도전 - 도은문집서(陶隱文集序) (0) | 2019.02.07 |
이제현 - 범증론(范增論) (0) | 2019.02.05 |
이달충 - 애오잠병서(愛惡箴幷序) (0) | 2019.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