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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62. 과거 사람들의 평가도 눈여겨 볼 때 한시는 훨씬 재밌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62. 과거 사람들의 평가도 눈여겨 볼 때 한시는 훨씬 재밌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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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람들의 평가도 눈여겨 볼 떄 한시는 훨씬 재밌다

 

 

소화시평권상62나머지 두 시도 전문(全文)으로 공개했고 그것으로 공부했지만, 사람들은 그러질 않았다. 프린터를 해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심지어 교수님까지도. 그래서 다음부턴 전문을 함께 보고 싶을 땐 내가 프린터를 해서 나눠주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쉽다 함께 보면 좀 더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것은 홍만종이 인용해둔 구절을 중심으로 살짝 봤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이 남지 않았다.

 

그래도 교수님이 신흠이 청창연담에 나오는 내용을 프린터해서 주셔서 함께 볼 수 있었고 내용이 꽤 흥미진진했다. 전혀 준비하지 않았기에 버벅였고, 때론 보는 순간 이게 무슨 글자지 하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런 약간의 긴장이 어리는 순간이 신나긴 하더라.

 

 

偶到仙槎寺 巖空松桂秋

우연히 선사사에 이르니 바위는 쓸쓸한데 소나무와 계수나무는 가을 들었네.

鶴飜羅代蓋 龍蹴佛天毬

학은 신라 때의 일산에 날고, 용은 불천의 여의주를 찬다.

細雨僧縫衲 寒江客棹舟

가랑비 속에 스님은 적삼을 꿰매고, 추운 강에서 나그네 배를 젓네.

孤雲書帶草 獵獵滿池頭

외로운 구름 조각 어지러운 풀을 띠고 바람에 흔들리며 못 머리에 가득하네. 東文選

 

細雨僧縫衲 寒江客棹舟라는 시구를 처음엔 해석을 못했다. 동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사를 찾으니, ()과 도()인 것을 알았다. 그런 후에 해석해보니 아주 환상적으로 가랑비는 스님의 적삼을 꿰매고라는 식으로 해석이 되더라. 그러니 교수님께서 아무리 아까 전에 바람이 배를 밀어줬다고 해석했을지라도 그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환상적으로 담아내려 하진 않는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하나는 배경이고 그 속에서 행동을 하는 별개의 상황이라는 걸 설명해주더라. 사람이 한 번 선입견을 가지면 그걸 고치기가 이렇게 어렵다. 그런데 재밌는 건 여기에 대해 정세(精細)’하다는 평을 했다는 사실이다. 누가 봐도 그냥 정황을 묘사한 것 같은데, 해석은 역시나 거창하다. 그러니 교수님께서는 비가 오는 상황, 그리고 강이 얼지도 모른다는 상황은 다급한 상황이라고 알려준다. 그런 상황에서 스님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옷을 꿰매고, 나그네는 배를 빨리 원래 있던 자리에 대기 위해 노를 저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저들의 심경이 어떨지 생각하고 위의 구절을 보면 충분히 정밀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維舟茅舍棘籬端 울타리 끝의 띠집 가시에, 배를 묶어뒀으니
魚鳥何曾識我顔 새와 물고기가 어찌 일찍이 나의 얼굴 알랴.
病後猶能撰杖履 병 앓고 난 뒤라 그래도 지팡이와 짚신을 갖출 수 있고
謫來纔得賞江山 폄적(貶謫)되어서야 겨우 강산을 즐길 수 있구나.
十年世事孤吟裏 10년의 세상일은 홀로 읊조리는 속에 있고,
八月秋容亂樹間 8월의 가을모습은 어지러운 숲 사이에 있네.
一霎倚欄仍北望 잠깐 동안 난간에 기댔다가 임금 생각하고 있자니,
篙師催載不敎閑 뱃사공이 어서 타라고 가만두질 않는 구나. 佔畢齋集卷之十二

 

十年世事孤吟裏 八月秋容亂樹間라는 시구에 대해선 상랑(爽朗)’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대해선 얽매이지 않고 툭 털어냈기에 그와 같은 평이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다.

 

鶴飜羅代蓋 龍蹴佛天毬라는 시구에 대해선 방원(放遠)’이라고 평가했다. 그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신라 때까지 시간을 확장했고, 부처가 있는 곳까지 공간을 확장했기 때문에 방일하며 원대하다는 평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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