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서거정의 표절
徐四佳久典文衡, 聲名最盛, 而不爲評家所重, 蓋以才止於華瞻而已.
其對皇華天使祁順也, 先唱‘風月不隨黃鶴去, 烟波長送白鷗來’之句, 有若挑戰者, 而卒困於‘五臺泉脈自天來’之句. 先輩只以先交脚後仆地爲譏, 而殊不覺剽窃古人全句也. 余見『東文選』, 前朝蔡中庵洪哲「月影臺」詩一聯, 與徐作無異同, 而只改相逐二字. 『東文選』卽四佳受命所撰者也, 其眼目宜慣, 豈欲竪天使降幡, 故用此句耶!
해석
徐四佳久典文衡, 聲名最盛, 而不爲評家所重, 蓋以才止於華瞻而已.
사가정 서거정은 오래도록 문형 담당하여 성명이 최고로 성대했지만 시평 하는 이들에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니 대체로 재주가 화려하고 넉넉한 데에 그쳤을 따름이다.
其對皇華天使祁順也, 先唱‘風月不隨黃鶴去, 烟波長送白鷗來’之句, 有若挑戰者,
중국 사신인 기순(祁順)을 접대할 때【성종 7년(1476) 황태자의 책봉을 알리러 온 조사이다. 서거정이 이때 의정부 좌참찬의 벼슬을 띠고 원접사가 되었다.】 서거정이 다음의 시구를 읊조려 도전하려 했는데
風月不隨黃鶴去 | 바람과 달은 누런 학 떠남에 따르지 않고 |
烟波長送白鷗來 | 안개 낀 파도는 흰 갈매기 옴을 오래도록 보내오네. |
而卒困於‘五臺泉脈自天來’之句.
마침내 기순의 다음 구절에 곤궁해졌다.
五臺泉脈自天來 | 오대의 샘물줄기는 하늘로부터 나오네. |
先輩只以先交脚後仆地爲譏, 而殊不覺剽窃古人全句也.
선배들은 다만 먼저 다리를 걸었다가 후에 땅에 자빠진 걸 기롱했을 뿐이지 특히 고인의 온 구절을 표절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余見『東文選』, 前朝蔡中庵洪哲「月影臺」詩一聯, 與徐作無異同, 而只改相逐二字.
내가 『동문선(東文選)』을 보니, 고려의 중암(中庵) 채홍철(蔡洪哲)의 「월영대(月影臺)」 시 한 연을 서거정의 시작과 차이가 없이 다만 ‘상축(相逐)’ 두 글자만을 고쳤다.
『東文選』卽四佳受命所撰者也, 其眼目宜慣, 豈欲竪天使降幡, 故用此句耶!
『동문선(東文選)』은 곧 사가정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것으로 안목에 마땅히 익숙한 것이었으니 아마도 중국 사신의 항복 깃발[降幡]【항번(降幡): 항복을 알리는 깃발로 전쟁에서 항복을 뜻한다.】을 걸게 하려 했기 때문에 이 구절을 활용한 것이리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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