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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69. 영보정 시를 읽었더니 그곳에 가고 싶어지다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69. 영보정 시를 읽었더니 그곳에 가고 싶어지다

건방진방랑자 2021. 10. 2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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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보정 시를 읽었더니 그곳에 가고 싶어지다

 

 

소화시평권상69을 개발새발 해석했을 땐 잘 몰랐다. 하지만 교수님과 수업을 하면서 영후정자(營後亭子)가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더라. 어디까지나 정자를 묘사하며 지은 시였는데, 정자를 묘사한 방식도 탁월해서 정말 그곳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地如拍拍將飛翼 땅이 푸드덕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날개 같고,
樓似搖搖不繫篷 누각은 흔들흔들 거려 매어 있지 않은 배와 같다.
北望雲山欲何極 북쪽으로 바라보니 구름 낀 산은 어디서 끝나려는가?
南來襟帶此爲雄 강물이 남으로 와 띠처럼 둘렀으니 이곳이 웅장해지네.
海氣作霧因成雨 바다 기운이 안개가 되었다가 인하여 비를 이루고
浪勢飜天自起風 파도의 기세가 하늘로 솟구쳐서 저절로 바람을 일으키네.
暝裡如聞鳥相喚 어둠 속에 새가 서로 부르는 소리 들리는 듯,
坐間渾覺境俱空 어느새 혼연히 경계가 모두 텅비었다는 것을 완전히 알게 되었네.

 

1~2구는 정자의 형상을 묘사하고 있다. 누각은 하늘로 솟구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날개로 표현한 부분은, 박인범이 지은 경주용삭사(徑州龍朔寺)翬飛仙閣在靑冥 月殿笙歌歷歷聽라는 구절이 절로 생각난다. 하늘로 솟구칠 거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2구에서 매어 있지 않은 배[不繫篷]라고 왜 썼는지?’를 질문하셨다. 왜 배 같다는 것일까? 누구 하나 명료히 말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건 이 정자가 놓여 있는 장소와 관련이 있었다. 이 정자는 보령시 바닷가에 있는 정자라고 한다. 그러니 거기에 앉아 있으면 매어 있지 않은 배에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허균은 국조시산에서 공중에 신기를 얽어서 매어 놓았다[架出空中蜃樓]’라고 평했다고 한다.

 

3~4구는 누각에서 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실제를 다음뷰를 찾아보면 북쪽 저멀리엔 낮은 산이긴 해도 뭔가 튀어나온 게 보인다. 그러니 그 당시엔 더욱 아득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4구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남쪽으로 정자를 둘렀다고 했으니, 그게 무얼까 쉽게 생각나는 게 없다. 당연히 산이 두르고 있겠거니 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말씀해주셨다. 왜냐하면 3구에서 이미 산을 말했기에, 4구에선 다른 게 나와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건 다름 아닌 물이나 강이 아닐까 싶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지금의 지도를 찾아보면 강이나 물은 없지만 실제 그 당시엔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지도상으로는 산 같은 삥 둘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긴 하다.

 

4구에서 웅()으로 끝냈고 그걸 그대로 받듯이 5~6구에선 아주 웅장한 느낌을 그리고 있다. 바다 기운이 안개로 되다가 결국은 비가 되어 내리고, 거센 파도가 하늘까지 솟구쳤다가 떨어지니 그게 바람이 되어 분다. 마치 나비효과같은 느낌이지만, 충분히 그 상황들이 그려진다. 나에게 이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것은 2015년에 변산에 단재학교에서 놀러갔을 때였다. 그땐 해일이 밀려오던 여름바다였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진귀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이 구절에 대해선 말 모는 기세[驅賀氣勢]’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여기서 반전을 시도한다. 이 정자에 앉아 아주 웅장한 장면들을 봤고 그걸 시적으로 아주 기세 좋게 묘사했는데, 작자는 7~8구에서 완전한 변화를 시도한다. 활기차고 웅장한 느낌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주 잔잔하게 새들이 주고받는 말들이 들린다. 그러다 그 모든 것마저도 사라지고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무아지경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즉 정자에 대한 시 한 편에 인생의 삼라만상까지 함께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이 구절에 대해선 또한 묘한 경지에 들어갔다[又入妙境]’라고 평했다고 한다. 충분히 이런 표현은 이 시만 읽어봐도 절로 느껴질 정도로 적확한 평가다.

 

 

 

 

 

 

일반적인 시는 경치묘사자기반성자연으로 돌아가자와 같은 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정자를 통해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삶의 자세를 드러내는 것일 테다. 하지만 이 시는 그런 일반적인 진행을 따라가지 않는다. 오묘하게 끝을 내며, 정자에 대한 얘기와 함께 여운을 짙게 남기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고 나니 정말로 영보정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절에 대한 묘사처럼 과장법이 잔뜩 섞여 있다는 걸 알지만, 전혀 알지도 못하던 곳인데 관심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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