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물음(三物吟)
이항복(李恒福)
쥐
서(鼠)
廁鼠數驚社鼠疑 安身未若官倉嬉
志須滿腹更無事 地塌天傾身始危
해석
廁鼠數驚社鼠疑 측서수경사서의 | 측간 쥐는 자주 놀라고 사당의 쥐【사서(社鼠): 사당에 사는 쥐는 사람이 함부로 잡을 수 없으므로, 전하여 임금곁에서 알랑거리는 간신을 비유함.】라는 의심을 사니, |
安身未若官倉嬉 안신미약관창희 | 몸 편한 것이 관아 창고의 즐거움만 못하네. |
志須滿腹更無事 지수만복갱무사 | 배부르고 무사하길 바라나, |
地塌天傾身始危 지탑천경신시위 | 땅 꺼지고 하늘 기울면 몸 비로소 위태로워지리. |
해설
이 시는 올빼미ㆍ쥐ㆍ매미를 읊은 시 가운데 쥐를 노래한 것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더러운 변소에 사는 쥐는 사람 때문에 자주 놀라고 깨끗한 사당에 사는 쥐는 의심이 많아서 불안하기는 똑같다. 이들에 비해 몸을 안전히 하기는 관아의 창고에서 즐겁게 노넓만 못하다. 관아 창고에 있는 쥐의 마음은 배불리 먹고 또 무사하길 바라지만, 땅이 꺼지고 하늘이 기울면, 즉 관아의 창고가 무너지면 제 몸도 위태로워진다.
변소에 사는 쥐는 초야(草野)에 은거한 사람으로, 사당에 사는 쥐는 임금 곁에서 아첨하는 신하로, 관청 창고에 사는 쥐는 벼슬살이하는 사람으로 의인화(擬人化)했다고 본다면, 초야에 은거하거나 임금 곁에서 아첨하기보다는 벼슬살이 하는 것이 몸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이 완전한 곳은 아니다. 관직 생활을 하면서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그곳도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일 것이다.
정조(正祖)는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서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으로 말하면, 덕망과 공로와 문장과 절개 중에서 하나만 얻어도 어진 재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물며 한 몸에 겸하였음에랴. 세상에 전하는 우스개들이 꼭 모두 백사의 일은 아니겠지만, 나라 안의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아끼고 사모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임진왜란으로 선조(宣祖)가 파천(播遷)하던 날 밤 궁궐을 지키는 위사(衛士)들은 모두 흩어졌는데 혼자서 손수 횃불을 들고 앞에서 상을 내전으로 인도하였고, 내부(內附)의 의논이 결정되자 개연히 호종(扈從)하겠다고 자청한 사람은 공 한 사람뿐이었다. 당시의 일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데 ‘나라가 전복되는 위기에서 참된 신하를 안다.’는 말은 백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겠는가. 「철령가(鐵嶺歌)」 중에서, ‘누가 고신(孤臣)의 원통한 눈물을 가져다가 구중궁궐에 뿌려 줄까?’라고 한 구절은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쏟게 한다. 참으로 충의가 탁월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백 년이 지난 뒤에도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李白沙德望事功文章節槩 得其一而猶可爲賢宰相 又况以一人而兼有之乎 世所傳諧調之談 未必盡是白沙之事 而都人士女之至今愛慕 有足以想像也 去邠之夕 衛士盡散 而獨自執燭前導內殿 及夫內附之議決 而慨然請從 亦此一人耳 當時之事 思之於邑 而板蕩識誠臣者 非白沙之謂歟 如鐵嶺歌中誰將孤臣怨淚 灑入九重宮闕云云 聽來不覺潸然 苟非忠義之卓越 何能感人於百載之下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하, 이담, 2010년, 96~9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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