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로 가는 김종직을 송별하며
송김선산지임(送金善山之任)①
강희맹(姜希孟)
萱堂雲闕隔微茫 仕宦寧親兩未忘
乞郡章成誰會得 事親猶短事君長
해석
萱堂雲闕隔微茫 훤당운궐격미망 |
훤당【훤당(萱堂): 어머니가 계신 곳. 『詩經』 「衞風 「伯兮」의 “어디서 훤초를 얻어다가 뒤곁에 심을까”라고 한 데서 유래된 것임. 곧 훤초가 사시사철 피어 있듯 어머니가 오래도록 사시기를 바란다는 것임.】과 궁궐이 멀어 어슴푸레하니[微茫], |
仕宦寧親兩未忘 사환녕친량미망 |
벼슬살이와 어버이를 편안히 하는 것 둘다 잊지 못하네. |
乞郡章成誰會得 걸군장성수회득 |
지방 수령 자청하는 글【걸군장(乞郡章): 문과(文科) 출신의 관원으로서 늙은 부모가 계실 때 봉양(奉養)을 위하여 그 지방의 수령(守令)이 될 것을 주청(奏請)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이 이루어진들 누가 이해할 수 있으랴? |
事親猶短事君長 사친유단사군장 |
어버이 섬길 날은 오히려 짧지만 임금 섬길 날 긴 것을. |
해설
이 시는 김종직(金宗直)이 모친 봉양을 위해 함양군수로 나갈 때 전송하면서 지어 준 것으로, 부모에 대한 효(孝)를 기리고 있다.
어머니가 거처하는 곳과 대궐 둘 사이는 아득히 멀어서, 벼슬살이를 하자니 어머니 곁을 떠나야 하고 어머니를 봉양하자니 대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고 싶으나, 공간적 여건이 너무 멀어서 그렇지 못하니, 고향의 수령을 청하여 어머니 모시는 일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어머니를 섬길 날은 길지 않고 앞으로 임금을 섬길 날은 많아서 이러한 선택을 했는데…….
권별(權鼈)의 『해동잡록』에 강희맹의 문학에 대한 간략한 평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본관은 진주(晉州)이며 자는 경한(景韓)이요, 자호는 사숙재(私淑齋) 또는 운송거사(雲松居士)라 하고 혹은 국오(菊塢)라고도 일컫는데 강인재(姜仁齋)의 아우다. 세종 때에 문과에 장원급제하였는데 시와 문장에 깊이가 있고 자세하며, 온후하고 흥미가 진진하면서 매인 데가 없이 호탕하였다. 웅장 심오하고 우아(優雅) 건실함은 자장(子長) 사마천(司馬遷)과 같고, 넓고 크고 뛰어나기는 퇴지(退之) 한유(韓愈)와 같으며, 간결하고 예스러우면서 정밀하기는 유종원(柳宗元)과 같았고, 빼어나고 자유분방하기로는 노릉(盧陵)의 문충공(文忠公) 구양수(歐陽脩)와 같아서 당시 선비들의 추앙을 받았다. 벼슬은 좌찬성(左贊成)에 이르렀으며 시호는 문량공(文良公)인데 세상에 간행된 문집이 있다[晉州人, 字景醇, 自號私淑齋, 又號雲松居士, 或稱菊塢, 仁齋之弟. 我英廟朝擢嵬科, 詩文醞藉精深, 渾涵浸郁, 大放以肆. 雄深雅健似司馬子長, 汗瀾卓犖似韓退之, 簡古精密似柳柳州, 俊邁奔放似廬陵文忠公, 爲時所推. 官至左贊成, 謚文良, 有集行于世.].”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80~8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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