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본뜨는 게 아닌 천기를 그대로 뿜어내는 것이다
원굉도(袁宏道)
故吾謂今之詩文不傳矣,. 其萬一傳者 或今閭閻婦人孺子所唱「劈破玉」ㆍ「打草竿」之類.
猶是無聞無識眞人所作, 故多眞聲, 不效顰於漢魏, 不學步於盛唐, 任性而發, 尚能通於人之喜怒哀樂, 嗜好情欲, 是可喜也.
(중략)
大概情至之語自能感人, 是謂其詩可傳也.
而或者猶以太露病之, 曾不知情隨境變, 字逐情生, 但恐不達, 何露之有?
且「離騷」一經, 忿懟之極, 黨人偷樂, 衆女謠啄, 不揆中情, 信讒齎怒, 皆明示唾罵, 安在所謂怨而不傷者乎?
窮愁之時, 痛哭流涕, 顛倒反覆, 不暇擇音, 怨矣, 寧有不傷者? 「序小修詩」
해석
故吾謂今之詩文不傳矣,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시문은 전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其萬一傳者, 或今閭閻婦人孺子所唱「劈破玉」ㆍ「打草竿」之類.
만일 전해진다면 민가의 아낙이나 꼬맹이가 부르는 「벽파옥」이나 「타초간」 같은 것일 거다.
猶是無聞無識眞人所作, 故多眞聲,
이것들은 모두 듣지도 알지도 못한 진인(眞人)이 지은 것이기 때문에 진성(眞聲)이 많아
한나라와 위나라를 효빈하지 않고 성당을 따라하지 않고
任性而發, 尚能通於人之喜怒哀樂, 嗜好情欲,
본성에 맡기고 발하면 오히려 사람의 희노애락과 기호정욕에 통할 수 있으니,
是可喜也.
이것이 기쁠 만하다.
(중략)
大概情至之語自能感人,
대저 정이 지극한 말은 절로 남을 감동시킬 수 있으니,
是謂其詩可傳也.
이것이 ‘진시(眞詩)로 전해질 만하다’고 하는 것이다.
而或者猶以太露病之,
그러나 혹자는 오히려 너무 드러남을 병통으로 여기는데
曾不知情隨境變, 字逐情生.
일찍이 정(情)이 경우에 따라 변하고 글자가 정(情)을 쫓아 생겨나는 것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但恐不達, 何露之有?
다만 도달하지 못할까 걱정해야지, 어찌 드러나는 것에 있겠는가?
且「離騷」一經, 忿懟之極,
또한 「이소경」은 화내고 원망함의 극치로
黨人偷樂, 衆女謠啄,
소인은 구차히 즐거워하고 뭇 여인들은 험담하며,
不揆中情, 信讒齎怒,
속마음을 헤아리지 않았고 참소를 믿으며 갑자기 화내는 것이니,
皆明示唾罵,
모두 더럽게 생각하며 침 뱉고 욕함을 밝게 보여준 것이다.
安在所謂怨而不傷者乎?
여기에 어찌 말했던 ‘원망하되 상하지 않는다’라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窮愁之時, 痛哭流涕, 顚倒反覆,
궁벽하고 근심하는 때엔 통곡하며 눈물이 흐르고 엎치락뒤치락 반복하게 되니,
不暇擇音, 怨矣, 寧有不傷者? 「序小修詩」
음을 선택할 겨를도 없는데 원망하면서 어찌 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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