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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중 영화팀 자전거 라이딩 -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여름방학 중 영화팀 자전거 라이딩 -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건방진방랑자 2019. 12. 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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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함께 가기의 어려움

 

막상 달려보니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

 

 

 

함께 가기의 어려움

 

선두인 현세에게 주문한 건 두 번째로 달리는 상현이를 봐가면서 간격을 유지하라였다. 상현이는 한 번 뒤처지면 계속 뒤처질 수 있기에 앞에서 달리며 적당한 속도로 적당거리를 유지하며 달려서 상현이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것과 함께 포기하면 안 돼!’라는 것을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런 주문 자체가 자전거를 잘 타는 고수에게나 가능한 얘기긴 하다.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이되, 바로 손에 잡힐 정도의 목표여선 안 된다는 얘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세는 애초부터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뒷사람이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의 최대 속도로 맹렬히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서 갔고, 중간 중간 만날 때마다 뒷사람을 좀 신경 쓰라고 주의를 줬음에도 지키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팔당대교 이후부터는 민석이를 선두로 세웠다.

그 다음 문제는 상현이었다. 오늘 학교에 왔을 때 맘가짐이 어떤지 물어보니, “마음 다 잡고 왔어요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힌다. 무언가 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만으로도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변화는 태도의 변화로 연결되니 말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제법 잘 달렸다. 하지만 곧 체력이 떨어졌고 한없이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상현이 뒤에서 달리는 민석이와 정훈이는 거북이걸음처럼 느릿느릿 달릴 수밖에 없었다. 상현이는 안장이 너무 딱딱해서 엉덩이가 아파요”, “손잡이가 배겨서 잡질 못하겠어요라는 얘기들을 자꾸 했다. 그래서 내 자전거와 바꿔서 타는 방법과 안장에 커버를 씌우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  홀로 사투 중인 상현이와 상현이를 기다리며 함께 가기 위해 애쓰는 형들의 모습 

 

 

 

함께 가기 위해선 서로의 배려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들을 보고 있으니, 이번 여행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잘 달릴 수 있는 민석, 정훈, 현세의 목표와 잘 달리지 못하는 상현이의 목표가 나뉜다는 뜻이다.

잘 달리는 아이들에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목표가 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그건 식은 죽 먹기처럼 당연히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엄연히 잘 달릴 수 있음에도 잘 달리지 못하는 팀원을 위해 속도를 줄이고 같이 페이스를 맞춰주는 일은 어렵다. 라이딩 자체가 최선을 다해 달려라라는 것인데, 그와 반대로 최선을 다해 속도를 줄여라라고 말하는 격이니 말이다. 그러니 잘 달리는 아이들이 상현이를 끝까지 배려하며 함께 달릴 수 있다면, 그건 그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달리는 아이들의 목표는 함께 가기 위해 페이스를 조절하라였다.

 

 

▲  구름이 껴서 라이딩을 하기엔 딱 좋은 날씨다.   

 

 

이에 반해 상현이에게 50Km가 넘는 거리를 가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도전이었다. 상현이에겐 이번 여행 자체가 두 가지 의미에서 도전이다. 첫째는 처음 하는 장거리 라이딩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형들과 함께 가기에 자신이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거리 라이딩이란 도전과 팀원으로 참가한 것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도전만으로도 상현이에겐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현이의 목표는 뒤처지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라였다.

나 혼자만의 성취를 통해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성취는 더욱 중요하다. 그게 팀워크이며 서로에게 맞추려는 배려심이니 말이다.

 

 

▲  팔당대교 이후론 민석이를 선두로 세웠다. 우린 2시가 넘어서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여행은 교과서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마자 상현이는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는지 수시로 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조금 달리고 쉬고 조금 달리고 쉰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어요라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번 여행에 고상한 의미를 부여한들 무엇하랴? 현실은 이처럼 진흙탕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연꽃도 진흙 속에서 피어나기에 그 고상함을 칭송받는 게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현실에 부딪혔을 때 돌파구를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  점심을 먹고 달리지만 오전에 비하면 체력이 확 떨어졌다. 

 

 

여행이 교과서일 수는 없다. 교과서는 이미 체계화된, 박제된 지식의 나열이어서 수많은 변수가 있는 현실에선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여행이야말로 현실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할 땐 어떤 부분에서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럴 때 생각과 다르다’, ‘계획과 다르다며 불만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어찌 되었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여행을 하는 것이니,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도 함께 머리를 맞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세운 계획을 여러 부분에서 수정했다. 중간 중간 만날 지점을 정해주고 잘 달릴 수 있는 아이들은 대열을 맞춰 달리게 했고, 상현이는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달려 그 지점까지 가서 쉴 수 있도록 했다.

 

 

▲  홀로 사투 중인 상현이와 상현이를 기다리며 함께 가기 위해 애쓰는 형들의 모습 

 

 

인용

목차

사진

1.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민석과 정훈편)

2. 우린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현세와 상현편)

3. 여름방학 중 1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5. 지켜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도착

6. 여행수업과 교실수업의 차이

7. 상현이의 포기 선언과 자포자기

8. 바뀐 일정, 그리고 무관심 속의 관심

9. 말없이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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