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름방학 중 1박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이런 네 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영화팀이 방학 중 모임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모임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원인은 ‘작은 터럭 같은 차이가 천리의 어긋남을 낳는다毫釐之差 千里之繆’는 말처럼 아주 미세한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1박 2일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계기는 민석 아버님이 민석이에게 비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준 데서 비롯되었다. 왕왕 대부분의 일들은 작은 사건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엄청 거대한 일이 되었을지라도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욥 8:7)’라는 말이 있다.
민석이는 비싼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급기야 컴퓨터를 사려 모으던 돈으로 자전거를 사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마음이 어느 곳으로 흘러갈지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흘러가기 시작하면 이성으로 그걸 막을 순 없다. 결국 민석이는 자전거를 사게 되었고, 그런 열정은 영화팀 친구들에게, 특히 정훈이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평소 자전거를 타는 것에 흥미가 없던 정훈이도 그 순간만은 얼굴에 화색이 돌며 순식간에 자전거를 사게 되었으니 말이다.
▲ 민석이가 자전거를 산 사건은 영화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민석도 그렇게 될 줄 몰랐을 테지만, 원래 삶이란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더 영향력 있는 법이다.
민석이와 정훈이는 그렇지 않아도 여름방학동안에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방학 중 모임을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니, 혹 불씨만 남은 장작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자연스레 민석이가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갔다 오는 게 어때요?”라고 말하더라. 당연히 정훈이도 이 생각에 동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세와 상현이였다.
현세는 이미 십자인대가 파열된 적이 있어서 2013년에 지리산 종주를 다녀와서도 되게 힘들어 했다. 그래서 지금껏 라이딩을 할 때마다 선뜻 나서진 않았는데, 다행히도 이 날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 아무래도 형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니, 라이딩 자체에 대한 부담은 있어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상현이의 의사만 남았다. 더욱이 저번에 가평여행을 다녀와선 ‘당분간은 학교에서 가는 여행은 빠지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의외로 바로 승낙하더라. 내가 ‘여행을 가지 않으면 단재학교에 다니는 의미가 없다’라고 강력하게 말했기 때문인지, 이때 분위기가 모두 가는 분위기인데 초를 칠 수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긍정적인 대답을 해줘서 고마웠다.
이로써 순식간에 방학 중 라이딩이 결정되었다. 무언가 일이 진행되려 하면 크게 고민할 거 없이 뚝딱 뚝딱 진행되는 느낌이다. 지리산 종주를 결정할 때도 그랬고, 남한강 도보여행을 결정할 때도 그랬다.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지만 이 기회에 하루가 아닌 이틀간 라이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이고 어떤 면에서는 서로에게 도전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계획을 짤 땐 단재학교에서 여주까지 갈까도 생각해봤는데(편도 85.79km), 더운 여름이기도 하고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북한강을 따라 청평까지만 가기로 했다(편도 55.52km).
▲ 순식간에 라이딩 일정이 결정되었다. 청평까지 갔다오는 여행, 그 여행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
혼자만 잘 하면 된다는 세상에서, ‘함께 가자’를 외치다
출발할 때까지 고민했던 것은 순서를 정해줄 것인지였다. 저번에 달려보니 세 명의 아이들과 상현이의 기량 차이가 너무 확연하게 났다. 더욱이 민석이와 정훈이는 달리는 맛을 알기에 맘껏 달리고 싶을 것이고, 상현이는 그걸 따라잡지 못하니 한참 뒤처지게 되어 함께 라이딩하는 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 중간 만날 장소를 정해주고 각자 스피드대로 달린 후에 거기서 만나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럴 경우 자칫 잘못하면 두 팀의 라이딩으로 성격이 바뀔 위험이 있었다.
예전에 아차산을 오를 때 분명히 함께 가게 했는데도, 체력이 좋은 아이들은 먼저 정상에 올라갔다가 중간부분까지 내려가 점심을 먹은 후였고 후미에 쳐진 아이들은 그 때서야 정상에 올라 점심을 먹기 위해 먼저 간 아이들을 찾고 있었다. 당연히 먼저 올라간 아이들이 정상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밥을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먼저 간 아이들은 ‘먼저 끝내면 일찍 집에 갈 수 있다’는 일념으로 애초부터 팀이 함께 등산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기에 그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 상황을 보았던 터라 이번 라이딩에서도 아이들이 알아서 ‘뒤처진 사람을 배려해주겠지’라는 생각은 접었고, 출발 전부터 ‘함께 가자’는 것을 누누이 말했던 것이다.
▲ 지리산 종주 때 대열을 맞춰 걷는 모습. 가다 보면 흐트러질 테지만, 그래도 서로 배려하며 이렇게 갈 수 있길 바랐다.
일렬로 달릴 수 있도록 대열을 정했다. 이미 지리산을 오르며 경험한 바로는 대열이란 게 중간 중간 상황에 따라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해 준 것이다. 이번에는 ‘현세-상현-민석-정훈’이 순으로 정했다.
10시에 학교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기에, 아이들은 제 시간에 맞춰 모였고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건 현장에서 판단하며 목적지까지 잘 갔다 오면 된다. 정훈이는 아침을 급하게 먹고 나와서인지 가는 도중에 속이 메슥거린다는 얘길 했었다. 아무래도 땡볕 아래서 라이딩을 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급기야 미사대교에 도착하고 나선 토하고 말았다. 당연히 걱정이 되었는데, 오히려 토하고 나니 속이 개운하다고 하더라. 달리다가 쓰러지는 건 아닌지 잘 지켜봐야 한다.
▲ 상현이 자전거 안장이 잘 조여 있지 않아 움직이는 바람에 천호에서 공구를 빌려 고치고 가야 했고 지훈이는 속이 안 좋단다.
인용
3. 여름방학 중 1박2일의 자전거 여행이 결정된 사연
4. 함께 가기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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