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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콜라보 - 10.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본문

연재/만남에 깃든 이야기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콜라보 - 10.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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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의기투합하여 게임을 만들었고 멋지게 발표하여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사실까지는 정말 좋았다. 게임을 만들 때도, 그리고 발표 자료를 만들 때도, 카드를 직접 제작할 때도 서로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함께 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단결력을 옆에서 지켜보는 맛도 쏠쏠했고 교사가 된 보람을 느끼기에도 충분했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최우수상이란 벅찬 상까지 받았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2차 발표 전에 리허설을 하고 최종발표를 하는 모습. 함께 의기투합하여 여기까지 왔다.  

 

 

 

상금 배분의 문제로 골머리 썩다

 

하지만 상금을 배분하는 것이 문제였다. 서로 축하해주는 그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이제 상금을 나눠볼까요?”라고 불씨를 당겼다. 막상 상금 얘기가 나오니 축하해주던 마음은 금세 사라지고, 흥분은 가라앉고 말았다. 영화 타짜의 대사처럼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느낌이었달까. 이런 축하의 자리에서 막상 돈 얘기를 하다보면 아귀다툼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상금 배분은 다음 주에 학교에서 얘기할 테니, 여기선 그 얘긴 꺼내지 말자라고 일단락을 지었다.

막상 상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이것이야말로 축복이라기보다 저주란 생각이 들더라. 자칫 잘못하면 그렇게 합심하여 함께 웃고 즐기며 발표대회를 준비했으면서도, 상금을 배분하면서 서로 관계가 영영 틀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서로 좋자고 한 일인데도 결과적으로 서로 안 좋아지는 상황까지도 이를 수 있으니,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내가 제대로 중재하지 않으면, 오히려 아무 것도 안 한 것만도 못하게 되니 말이다.

 

 

함께 하는 축하의 자리였지만, 상금 배분 문제는 싸늘하게 만들었다.   

 

 

 

상금이 벌금 같이 느껴지는 이유

 

이건 어찌 보면 사람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 돈은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좋고, 절대적인 만족이란 게 있을 수 없기에, 돈 앞에선 누구도 욕망의 화신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재벌 자식들의 재산 다툼이 그렇고, 로또 1등에 당첨되고 폐륜 아들이 된 사건이 그렇다. 그런데 이건 결코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1530년에 만들어진 신증동국여지승람이란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고려 공민왕 때에 형제가 살고 있었다. 함께 길을 걷다가 동생이 황금 두 덩어리를 발견하여 (자신이 한 덩어리를 갖고 나머지) 한 덩어리는 형에게 주었다.

공암진(강서구 개화동의 나루터)에 도착하여 함께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는데, 동생이 문뜩 강에 황금을 던져 버리는 것이다. 형은 (그 행동을) 괴이하게 여겨 까닭을 물으니, 동생은 저는 평소에 형을 아끼는 마음이 두터웠지만, 이제 막상 황금을 나누고 보니 홀연히 형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지 뭡니까. 그러니 이건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강에 던져 황금을 잊어버리는 게 낫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형도 자네의 말이 진심으로 옳구만.”이라 말하고, 또한 강에 황금을 던져 버렸다.

高麗恭愍王時, 有民兄弟. 偕行, 弟得黃金二錠, 以其一, 與兄. 至孔巖津, 同舟而濟, 弟忽投金於水. 兄怪而問之, 答曰: “吾平日, 愛兄篤, 今而分金, 忽萌忌兄之心. 此乃不祥之物也, 不若投諸江而忘之.”

兄曰: “汝之言, 誠是矣.” 亦投金於水. -新增東國輿地勝覽

 

 

가지고 있는 돈이나 권력이 시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그걸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 형제는 더 많이 갖기를 바라기보다 형제의 우애를 위해 아예 버리는 쪽을 택했으니, 충분히 미담으로 남을 만하다. 그때의 내 심정도 솔직히 상금을 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이런 식으로 바짝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막상 그 때 내 심정은 상금을 반납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실제로 그 다음 주가 되어 학교에 가니, 아이들은 벌써부터 상금 배분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가 좀 더 많이 했고, 적게 했고를 따지며,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설왕설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바로 배분 문제를 얘기하는 건 불난 집에 기름 껴 얹는 경우처럼 느껴졌기에, 좀 더 미루기로 했다. 어떻게든 마음이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너무 첨예할 때여서 잠시 더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었다. 

 

 

인용

목차

사진- 콘티 / 활동

1. 기지에 투항 말고, 미지에 투신하라

2. 모르기에 갈 뿐

3. 2회 꿈틀이 축제의 추억

4. 3회 꿈틀이 축제에 가보자

5. 좀비어택카드게임을 만들다

6. 좀비어택이란 게임을 발표하기까지의 우여곡절

7. 비전문가가 영화팀을 꾸리다

8.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 ‘DREAM’ 제작기

9. 멋지게 발표하여 상금은 받았지만...

10.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11. 돈 앞에서도 배려심을 발휘한 단재학교의 대중지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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