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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5년 가평 유명산 여행 - 3.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15년 가평 유명산 여행 - 3.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1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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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터미널에 내려 김밥집 같은 곳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서울은 맑기까지 했는데, 여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함박눈까지는 아니었지만,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눈송이들이 내린다. 어찌 보면 진정한 첫눈이라 할 수 있는데, 첫눈을 단재 아이들과 함께 누리는 행운(저주?)을 누리게 된 것이다.

조금 기다리니 펜션 아저씨가 픽업을 왔고 장을 보러간 여학생들과 초이쌤을 제외하고 남학생들(8)은 그 차에 한 열당 4명씩 포개어 앉았다.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지만 여행하긴 좋은 날씨다.

 

 

 

펜션 운영에 대해 듣다

 

펜션으로 향하는 길에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펜션 운영에 대해 잘 모르기에, “펜션 운영을 하면 돈벌이가 괜찮나요?”, “주말은 거의 반납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내가 알기론 펜션 운영은 어찌 보면 남들은 연휴이거나 휴가철이라며 쉬어야 하는 시기에 가장 바쁘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2열 시트에 4명씩 포개 앉은 아이들. 왠지 지리산 마지막 날에 펜션으로 가던 때가 생각난다. 그 땐 택시 뒷좌석에 5명이 앉았었다.

 

 

그랬더니 아저씨도 지금은 거의 유지만 하는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주말에 오는 손님은 그저 현상 유지만 시켜주며, 평일에 오는 손님이 수입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기 집으로 펜션을 운영하는 경우는 어떻게든 근근히 버틸 수는 있지만, 대출을 받아 집을 지어 하는 경우는 쪼들려서 할 수 없다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다. 한때 펜션 사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는 은퇴한 사람 중엔 무리한 대출을 받아 펜션사업을 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물 꺾인 시기라 유지하기조차 힘들다고 하신다. 더욱이 오늘처럼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한숨도 자지 못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듯이 우리가 오늘 묵을 펜션은 경사가 꽤 급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이 내려 오르막길이 결빙되면 사람도 차도 움직일 수 없게 발이 묶이게 되니, 눈이 내리자마자 바로 쓸어내야만 한다. 그래서 아저씨는 군인들이나 할 법한 눈이 지긋지긋하죠라는 푸념을 하실 정도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펜션에 도착했고 여학생들이 장을 모두 보고 올 때까지 우리는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며 기다렸다.

 

 

눈 내리는 날, 잠시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여학생들이 도착하여 잠시 쉰 후엔 이번 여행의 특별한 이벤트인 보물찾기게임(팀별 간식을 확보하기 위한 게임), 팀별 체육 대회(내일 아침에 하게 될 벌칙을 피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 저녁 식사 만들기 등을 진행하게 되었다.

승태쌤과 초이쌤이 18장의 간식 이름이 적힌 포스트잇을 1층 펜션 내에 숨기기로 했기에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체육관으로 가서 기다렸다. ‘아이들이 언제 저렇게 농구를 좋아했었나?’ 싶게 자연스레 삼삼오오 모여 농구 경기를 하더라. 조금 놀고 있으니 승태쌤이 올라와서 본격적으로 보물찾기게임을 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에도 보물찾기는 초등학생 때 교회에서 간 야유회에서 했던 게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 20년 간 해본 적이 없는데, 아이들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오랜만에 추억여행을 하는 셈이다.

 

 

팀은 교사들이 가위바위보로 정했고 요리팀은 송라와 지민이가 정했다.

 

 

승태쌤과 초이쌤이 보물을 숨긴 장소는 위험하거나 완전히 감춰진 장소가 아닌 세세히 살피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얼핏 그냥 스쳐 지나가면 찾을 수 없는 꽤 난이도가 있는 곳이었다. 쇼파와 쇼파 사이, 쇼파 밑둥, 에어컨 리모컨, 꽃 잎 사이, 양말, 주방 냉장고 등등에 숨겨 있다. 아이들은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흩어져 여기저기 찾기 시작한다. 호시탐탐 먹이를 노리는 승냥이처럼 눈에 불을 켜고 조그만 틈이라도 놓칠세라 차근차근 찾아간다. 열기가 가득차서 가뜩이나 보일러로 달궈진 방이 후끈후끈할 정도였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같이 찾고 싶다는 생각이 한 편에 드는 것과 동시에, 사람 안엔 어떤 열기 같은 게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물찾기하러 우리가 갑니다.   

 

 

 

공간의 제약, 인식의 제약을 넘어서면 감춘 게 드러난다

 

왜 이런 말을 갑자기 하냐면, 아이들의 무기력함을 평소 학교에 있을 때 자주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삶에 미련이 없어 보이거나,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할 마음이 없어 보이거나, 분명 우리의 일임에도 나 몰라라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렇게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학교라는 환경에서 학습된 무기력일 수 있는 것이다. 학교라는 테두리는 안전한 공간이지만, 그 반면에 학습된 무기력을 조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학교를 벗어나 다른 장소로 가면 오히려 눈을 반짝거리는 아이들도 있으며, 여행을 가면 적극적으로 바뀌는 아이들도 있다. 장소가 지닌 한계성, 또는 어떤 강압적인 힘에 의한 억눌림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야지만 아이들이 기를 펴고, 자기 안에 있는 열망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보물찾기를 하는 데도 아이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했고,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기에 엄청 더웠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구석구석 최선을 다해 찾는다. 열기가 어찌나 뜨거운지 방 안이 후끈후끈하다.

 

 

게임은 40분 동안 끊임없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승태쌤과 초이쌤이 힌트를 줄 때마다 우르르 달려들어 보물을 찾으려 했다. 너무 과열되어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것이다. 게임이 끝나고 팀별로 모은 간식의 개수를 확인해보니, 승태팀과 건빵팀이 비슷할 정도로 간식을 획득했고, 초이팀은 2개의 간식만 획득하여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그 때문에 각 팀의 표정엔 명암이 확실히 갈렸다. 많이 얻은 팀은 많이 얻었다는 이유로 거만을 떨었고, 적게 얻은 팀은 적게 얻었다는 이유로 왠지 모를 비운이 감돌았다. 다행히도 주연이가 각 팀을 돌며 애교를 부린 덕에 각 팀의 누나들은 간식을 조금씩 나누어 줌으로 보물찾기 이벤트는 별탈없이 끝날 수 있었다.

 

 

간식에도 빈부격차가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같이 나누어 먹는 마음은 참 예쁘다. 

 

 

인용

목차

사진

1. 추억을 기억으로 소환하다

2. 역대 최대 인원이 전체여행을 떠나다

3.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4. 탁구와 자유투로 비등비등한 점수를 얻다

5. 경쟁은 체육시간을 뜨겁게 달군다

6. 신나던 체육대회와 고기파티

7. 야밤의 탁구를 치며 느낀 교육의 단상

8. 흔들리는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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