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억을 기억으로 소환하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마무리 여행을 가게 되었다. 원랜 한 학기에 전체여행을 한 번만 갔었다. 하지만 1학기에도 초이쌤이 마무리 여행을 기획하여 떠나게 되었고, 2학기에도 진행하여 떠나게 된 것이다. 이로써 2015학년도엔 각 학기마다 2번의 전체여행을 떠나게 됨으로, 총 4번의 전체여행(전주-임실여행, 도마천 여행, 부안여행)을 하게 되었다.
▲ 이때의 기록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아쉽다. 사진이든, 기록이든 남은 게 하나도 없다.
‘선녀와 나무꾼의 힐하우스’의 추억
이번 여행지는 ‘유명산’ 근처의 ‘선녀와 나무꾼의 힐하우스’이다. 2011년에 연극팀은 이곳으로 여행을 왔었는데 그때 초이쌤이 펜션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아서 다시 찾게 되었다. 어떻게 ‘펜션이 여행지가 될 수 있어?’라고 의아해 하는 분도 있겠지만, 막상 펜션을 찾아가보면 왜 그런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펜션엔 여러 장점이 있는데, 서울에서 가깝다는 점과 복층 구조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단체로 숙박하기 좋다는 점과 체육시설과 노래방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조금만 오르면 경치가 좋은 산책 코스가 있다는 점이 여타 펜션과는 비교 불가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도 전체 여행을 왔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땐 기록을 잘 남기지 않을 때라 언제인지 불분명하여 ‘아마 2012년도에 오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 카페에 들어가 기록을 찾아보니 2013년에 검정고시가 끝나고 온 것이더라. 그때 몇 명의 아이들과 한참이나 떨어진 편의점까지 과자를 사러 털레털레 걸었던 추억과 고기를 구울 때 건호와 민석이가 나와서 함께 구웠던 추억, 브루마블을 여학생들과 했는데 어떤 볼일이 있어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일어나야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사진으로라도 기록을 남겼으면 재구성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기록들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아쉽긴 하다. 그런 인연이 있는 장소를 2년 만에 다시 찾아가는 것이니,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기억으로 되돌리는 일은 언제나 가슴 떨리는 일이다.
▲ 2011년에 연극팀이 찾아 온 덕에, 2013년으로, 그리고 2015년으로 이어졌다. 대다나다~
여행 날 아침의 풍경
어느덧 2015학년도 2학기가 끝나가고 있다. 1학기에 작은 발표회를 마치고 영화팀 어머니들과 모여 잠시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한 학기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12월 23일에 있을 학습발표회 준비(영상 편집이 생각만큼 쉽지 않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바짝 긴장되어 있는 상태다)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만, 영상 편집이 끝나면 정말로 한 학기가 마무리 되어간다는 아쉬움이 느껴질 것이다. 어느덧 정리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는 게,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나에게 단재학교에서의 첫 여행은 2011년에 갔었던 보길도 여행이 처음이었는데, 그땐 그 여행에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감격은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기에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기분으로 여행을 준비했고 10시까지 학교에 가면 되기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황금 같은 아침 시간을 보냈다.
수요일엔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저녁엔 약간의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엄청 추워져서 이젠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이 시려서 그냥 다닐 수 없는 때가 온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는 이 날 아침에 더욱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간다. 뭐 어떤가? 예전에 임용을 준비할 때도 눈보라 몰아치던 날에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곤 했었는데 말이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복에 겨운 시간들을 보낸다고나 할까.
▲ 수요일엔 '영상자서전' 상영회가 있었다. 승빈이의 편집이 단연 압권이었다. 이날은 비가 오고 엄청 추웠다.
시간이 촉박하여 늦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맞춰 가려니 늦게 된다
9시 30분에 학교에 도착하니 지민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학교 문을 열고 2층에 올라가 정리하고 있으니 하나 둘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저번 수능일에도 등교시간을 10시로 늦추었는데, 역시나 늦는 아이들은 여지없이 늦었다. 과연 이번엔 어떨까? 어차피 잠실에서 버스는 10시 50분에 출발하기에 약간 늦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니 한 사람이 늦으면 전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며, 약속을 지킨 대다수 아이들은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번엔 거의 다 제 시간에 모였고 몇 명의 아이들만 약간 늦게 왔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지각이란 시간의 문제라기보다 마음의 문제다’라는 것이다. 어떤 시간에 맞춘다는 것은 그만큼 긴장을 하고 자신의 시간을 조율한다는 뜻이다. 그건 곧 자신의 행동이나 판단에 있어서 시간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거나 판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늦는 아이들이 8시 5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이 너무 일러요”, “오는데 차가 막히는 거예요”, “늘 있던 버스가 오늘은 오지 않았어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일면 맞는 말이기에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당연시된다면, 그땐 ‘과연 그게 문제일까?’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즉, 시간을 핑계 삼거나, 어떤 외부적인 환경만을 탓하거나 할 뿐, 정작 자신이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신경 썼는지는 생각해보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긴緊(신경 쓰며 자신의 행동을 조율하는 것)과 장張(누그러뜨려 편안하게 자신을 놔두는 것)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긴만 있어선 사람이 피폐해지고, 장만 있어선 사람이 나태해진다. 긴만 있어선 주위의 사람들을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핍박하게 될 거고, 장만 있어선 주위 사람들을 애타게 할 거다. 어떤 경우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건 자신에게 뿐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늦는 아이들의 경우는 장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긴해야 할 땐 긴하려 노력해야 한다.
▲ 본격적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잠시 학교 마당에 모여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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