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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5년 가평 유명산 여행 - 2. 역대 최대 인원이 전체여행을 떠나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15년 가평 유명산 여행 - 2. 역대 최대 인원이 전체여행을 떠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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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대 최대 인원이 전체여행을 떠나다

 

이날 여행엔 단재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참가했다. 상현이의 경우 여행 가는 것을 힘들어 하기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이향이의 경우 저번 부안여행에 입시 준비로 인해 빠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두 학생이 모두 참석한 것은 물론, 지금 체험 중인 주연이까지 함께 가게 되었으니, 12명의 학생들과 3명의 교사가 떠나는 여행이다. 이건 대구&서울 청소년 교류 활동으로 대구에 여행 간 이후 최대 인원이 참여하는 여행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역시 여행이든 활동이든 사람이 일정 수준은 있어야 훨씬 재미가 있다. 그래야 할 수 있는 활동도 많아지며, 노는 재미도 쏠쏠하니 말이다. 과연 이번 여행엔 어떤 쏠쏠한 재미들이 있을까?

 

 

버스정류장을 향해 가고 있다.

 

 

 

1050분 버스를 보신 분 있나요?

 

준영이는 여행 안내문만 봤을 뿐, 직접 설명을 듣지 못해 잠실역(안내문엔 잠실역에서 10시에 모이는 것으로 되어 있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 학교에서 모인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학교에 왔던 것이다. 이향이도 잠실에서 모였으면 했는데 어찌 되었든 모이기로 한 장소가 학교였기에 학교로 와야 했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다 모이자 1020분에 출발하여 잠실역 5번 출구까지 걸어갔다.

아무래도 단체로 이동하다보면 이동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챔피언이 쇠약(이속감소)’ 스킬이나 쓴 것처럼 느리게 걷고 있다. 단재학교부터 잠실까지는 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우린 거의 30분 정도를 걸었던 것 같다.

 

 

5번 출구 앞엔 길게 여러 정류장이 있다. 우린 이곳에서도 헤매야 했다.

 

 

나는 학교까지 타고 왔던 자전거를 끌고 간다. 잠실역에 자전거를 주차하느라 조금 시간을 지체한 후 아이들을 뒤따라가니, 잠실역 사거리 신호등이 깜빡깜빡 거리고 있고 아이들은 부리나케 뛰어 건너가더라. 내가 건너기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시간을 보니 1047분이었다. 순간적으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어차피 버스는 제 시간에 출발할 것이기에, 신호를 다시 기다릴 순 없고 지하보도로 건너가자는 것과, ‘그렇게 건너갔는데 이미 버스가 출발했으면 다음 차를 타고 간다고 해야겠다는 것을 말이다. 최대한 날렵하게 지하보도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전화기를 빼서 초이쌤에게 전화하여 건널목을 건너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5번 출구까지 열나게 뛰어 나가니, 다행히도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이더라. 하마터면 나 때문에 여행일정에 차질이 생길 뻔했는데 이렇게 잘 해결되어 다행이다.

그때 시간이 49분이었을 것이다. 잠실역 5번 출구 앞엔 정류장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라. 정확한 승차위치를 모르기에 출구 바로 앞 정류장에서 잠시 머물다가 그곳이 아닌 것을 알고 앞으로 좀 더 걸어 7000번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버스가 없었기에 버스가 좀 늦는가 보다. 조금만 기다리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버스 타는 곳에 왔지만, 버스는 꽁무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행은 우연을 맞이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그런데도 춘천 가는 직행버스만 와서 대기하고 있을 뿐, 7000번 버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규빈이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지 벌써 버스가 떠났으면 어떡해요?”라고 물었고, 난 장난어린 말투로 그럼 감사해야지. 버스가 떠났다는 건 우연과 마주쳤다는 거니까. 여행을 하며 계획이 어긋나는 우연을 만나면 그땐 새로운 삶의 풍경들을 마주치게 되거든이라고 대답해줬다. 물론 규빈이는 그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장난스레 했지만 도보여행을 하며 느낀 경험담이기도 하고 언젠가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울릉도로 여행을 갔는데, 글쎄 비가 와서 풍랑이 높기 때문에 배가 뜰 수 없어서 하루 더 체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 그렇게 계획에도 없이 하루를 더 체류해야 하는 경우 교장 마인드에 따라 어떡해? 어떡하냐고?”하면서 교장이 불안에 떠는 통에 모든 학생과 교사들이 불편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때 교장은 하루 머물게 된 거 편안하게 쉬었다가 갑시다라고 말하며 편히 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계획이 어그러지는 우연이 끼어들 때야말로 어찌 보면 그 사람의 크기가 들통 나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얘기를 하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지도를 확인해 보니, 이미 버스는 천호대교 남단을 지나고 있는 중이더라. 초이쌤은 승태쌤과 펜션에 전화하여 다음 버스를 탄다는 사실을 알렸고, 나는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30분 정도 남았으니 추위에 떨지 말고 지하상가에 들어가 몸 좀 녹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우린 지하상가에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일 수 있었고, 그런 우연 덕에 아침 시간에 계획에도 없던 지하상가의 분주함을 지켜볼 수 있었다. 28분쯤 나오니, 버스가 정류장에서 대기 중이더라. 아까도 이와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버스는 시간이 될 때까지 8분 정도 대기하고 있다가 50분이 되자 출발했을 것이고, 우린 그제야 정류장을 향해서 걷고 있던 중이었을 것이다. 간발의 차지만 그 때문에 우린 아까 그 버스의 꽁무니조차 볼 수 없었다. 그나마 배차 간격이 길지 않고 50분마다 한 대씩 버스가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드디어 50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탄다. 

 

 

 

그거 알아? 행동은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

 

버스는 40분 정도를 달려 설악 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에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나는 상현이와 함께 앉아서 왔는데, 송라가 앞에 혼자 앉아서 가는 거였다. 이미 터미널 근처에 도착했는데도 잠을 자고 있기에, 머리를 툭툭 쳐서 다왔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하지만 그때 그 사람이 뒤를 살짝 돌아보는 것을 보며 아뿔사~’ 했다. 진짜 송라였으면 뭐야?’하는 표정으로 뒤돌아보다가 나인 줄 확인한 후엔 볼멘소리를 할 것인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당황했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데 현실은 내 몸이 너무 커서 숨을 곳조차 없다. 그 사람이 뭐예요?”라고 따지면 참말로 일행인 줄 알고.... 죄송합니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제발 바람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으로 오해하게 해주세요라고 알라, 부처, 하느님, 천지신명께 간절히 몇 초 동안 기도하고 있으니, 오히려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더라. 아마 그 사람도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깨워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생각을 정리한 듯 보였다. 어찌 되었든 그런 식으로 생각해주니, 내가 아즘찮을 정도였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낯 뜨겁던 순간이었다.

 

 

설악터미널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린다. 쥐구멍조차 없는 버스를 드디어 떠난다^^;; 

 

 

인용

목차

사진

1. 추억을 기억으로 소환하다

2. 역대 최대 인원이 전체여행을 떠나다

3. 누구에게나 깊은 곳엔 열망이 있다

4. 탁구와 자유투로 비등비등한 점수를 얻다

5. 경쟁은 체육시간을 뜨겁게 달군다

6. 신나던 체육대회와 고기파티

7. 야밤의 탁구를 치며 느낀 교육의 단상

8. 흔들리는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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