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비평의 문제점과 한계
솔직히 이런 식으로 작가를 나열하고 평가하는 무수한 글을 볼 수 있지만, 『소화시평』 권상43번은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그래도 허균의 평가는 느낌적인 표현보다 한문학사에서의 영향력에 대한 평가가 덧붙여져 있기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 충분히 있고 참고해볼 만한 부분이 있었지만, 여기선 도무지 그런 건덕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
고려의 문인 중 조운흘이 명명한 12명의 시인을 그대로 반영하여 각 문인마다 두 글자로 인상비평을 가하고 있다. 분명히 우리가 그 당시의 학자였다면 이런 인상비평을 듣는 순간 ‘아 맞다!’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의 글을 한 번 읽어보면, 더욱 분명해질 거다.
보수파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썼지만, 좌우를 떠나 가장 정직한 역사적 사실은 김대중/노무현의 10년의 치세야말로 "국민의 진보에 대한 열망을 처절하게 좌절시킨 10년"이라는 것이다. 이승만에서 전두환에 이르는 기나긴 독재의 세월 동안 형성된 국민정서의 정화(purification)가 김대중/노무현의 진보적 치세를 허락하였지만, 그들은 그 갈망에 전혀 부응하질 못했다. 따라서 그 좌절감의 백크래쉬(backlash)로 태어난 정권이 이명박 정권이며, 따라서 MB정권은 그 이전의 모든 죄악을 마음 놓고 재현해도 될 만큼 자유로운 것이다. 그만큼 국민의 절망감이 깊고, 그 절망감이 파생시킨 가치의 혼란이 MB 죄악의 여백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옥, 『사랑하지 말자』, 통나무, 2012년, 29쪽
1948년부터 2012년까지의 64년간의 장구한 시대를 몇 줄 안에 평가한 인상비평임에도 우린 이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처럼 인상비평은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 그리고 그 시대적 공기를 흡입한 사람에겐 와 닿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도대체 뭔 말이야?’라는 황당한 인상만을 남긴다. 그러니 아마도 한시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홍세태의 인상비평을 토대로 위에 열거된 12명의 시를 비교분석하며 두 글자로 표현된 비평이 어떤 의미인지 역추적하는 것도 재밌는 연구소재가 될 것 같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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