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중국 사신도 인정한 「부벽루」시
麗朝作者, 各自成家, 不可枚擧.
趙石澗云仡稱麗朝詩十二家,
盖金侍中之典雅. 鄭學士之婉麗, 金老峯之巧妙, 李雙明之淸麗, 梅湖之濃艶, 洪厓之淸邵, 益齋之精纈, 惕若之淸贍, 圃隱之豪放, 陶隱之醞藉, 各擅其名, 而白雲之雄贍, 牧隱之雅健, 尤傑然者也.
至若牧隱之「浮碧樓」詩一律, 宮商自諧, 天分絶倫, 非學可到.
太史問曰: “道上館驛壁板, 何無貴國人作乎?”
筠曰: “詔使所經, 不敢以陋詩塵覽, 故例去之.”
太史笑曰: “國雖分華夷, 詩豈有內外? 況今天下一家, 四海皆兄弟, 俺與君俱落地爲天子臣庶, 詎可以生於中國自誇乎?”
到平壤, 見牧隱. ‘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之詩, 終日吟咀, 不能作詩. 太史笑曰: “日日得如此詩以進, 則吾輩可息肩矣.”
해석
麗朝作者, 各自成家,
고려의 작자는 각각 스스로 일가를 이뤘으니,
不可枚擧.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趙石澗云仡稱麗朝詩十二家,
석간 조운흘이 고려 12명의 시인을 일컬었으니, 다음과 같다.
대개 김부식의 법도 있으며 우아함과 정지상의 완곡하며 고움과
김극기의 교묘함과 이인로의 맑고도 고움과
梅湖之濃艶, 洪厓之淸邵,
진화의 농염함과 홍간의 맑고도 아름다움과
益齋之精纈, 惕若之淸贍,
이제현의 정밀하며 화려함과 김구용의 맑고도 넉넉함과,
정몽주의 호방함과 도은의 포근함이 각각 그 명성을 떨쳤지만
이규보의 웅장하고 넉넉함과 목은의 우아하고 굳셈이
尤傑然者也.
더욱 뛰어난 것이었다.
至若牧隱之「浮碧樓」詩一律, 宮商自諧,
목은이 지은 「부벽루」라는 시 한 편으로 보면 음률이 들어맞아,
天分絶倫,
하늘이 내려준 분수가 무리 중에서 빼어났으니,
非學可到.
배운다고 이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頃歲朱太史之藩之來,
근년에 태사 주지번이 오니
西坰柳根爲遠接使, 許筠爲從事官.
서경 유근이 원접사가 되었고, 허균은 종사관이 되었다.
太史問曰: “道上館驛壁板,
태사가 물었다. “도로 위의 여관이나 역참 벽에 걸린 판각에
何無貴國人作乎?”
어찌 고려인의 작품은 없는 게요?”
筠曰: “詔使所經,
허균이 대답했다. “사신께서 지나는 곳마다
不敢以陋詩塵覽, 故例去之.”
감히 졸렬한 시로 눈을 더럽힐 수 없기에 예에 따라 없앴습니다.”
太史笑曰: “國雖分華夷,
태사가 웃으며 말했다. “나라는 비록 문명국과 야만국의 나눠짐이 있지만,
詩豈有內外?
시가 어찌 내외의 분별이 있겠는가?
況今天下一家, 四海皆兄弟,
하물며 천하가 일가이고 사해가 다 형제로
俺與君俱落地爲天子臣庶,
나와 그대는 함께 세상에 태어나 천자의 백성이 되었는데,
詎可以生於中國自誇乎?”
어찌 중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스스로 자랑할 수 있겠으리오.”
到平壤, 見牧隱. ‘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之詩,
평양에 이르러 목은이 지은 「부벽루(浮碧樓)」의 시를 보고, 종일토록 읊조렸으나,
長嘯倚風磴 山靑江自流 | 길게 바람 부는 돌계단에 기대어 읊조리니, 산을 절로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는구나. |
終日吟咀, 不能作詩.
끝내 이 시에 짝할 만한 시를 지을 수 없었다.
太史笑曰: “日日得如此詩以進,
태사가 웃으며 말했다. “매일 이런 걸작을 얻어간다면,
則吾輩可息肩矣.”
우리들의 어깨는 쉴 수 있을 텐데 말이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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