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한바탕 구강액션
『소화시평』 권상42번에선 구양현과 목은은 칼만 들지 않았지, 서로의 기를 짓누르려는 언어의 칼이 사정없이 번뜩인다. 『공작』이란 영화를 한 마디로 ‘구강액션’이라 표현했었는데, 딱 이 글이 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과 비슷했다.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을 넉다운 시킬 수 있고, 다시는 공부의 공자도 꺼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나름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아주 기묘하게 다룬 이 글이 그래서 사랑스럽다.
근데 나는 이번에도 생각이 많이 짧았다. 좀 더 문장으로 들어가 이해하려 하기보다 피상적인 느낌만으로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獸蹄鳥跡之道, 交於中國 | 鷄鳴狗吠之聲, 達于四境 | |
해석 | 들짐승의 발굽과 날짐승의 발자국이 만든 길이 중국에서 어지럽다. | 닭 울음소리와 개 짓는 소리가 사방 국경까지 도달한다. |
나의 해석 |
목은 너는 미개한 나라에서 왔구나 | 아닌데요, 제(齊)와 같은 문명국인 고려에서 왔어요. |
제대로 해석 |
지금 원나라가 혼란스러워 짐승들이 중국까지 몰아닥치듯 미개한 목은 너가 중국에서 한 자리 하는 구나. | 중국이 잘 다스려져 백성들이 중국에 가득차서 변방에 있던 나도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거요. |
持盃入海知多海 | 坐井觀天曰小天 | |
해석 | 잔을 가지고 바다로 들어가니 바닷물이 많다는 걸 알겠지. |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고서 하늘이 작다고 하는구나. |
나의 해석 |
잔을 가지고 바닷물을 뜨니 바닷물이 많다는 걸 아노라. | 상동(上同) |
제대로 해석 |
좁은 식견으로 중국에 오니, 중국이 어머 어마한 곳임을 알게 됐겠구나. 어때 겁나지. | 당신은 원이란 좁은 우물에만 있었으니, 하늘이 작다고 하는 게 당연하다. 나는 고려와 원을 두루 다니며 여러 식견을 가진 인물이다. |
大闢明堂曉色寒 | 크게 열린 궁궐, 새벽 빛 차갑고 |
旌旗高拂玉欄干 | 깃발 높이 펄럭여 옥난간을 스친다. |
雲開寶座聞天語 | 구름 걷힌 보좌에선 황제의 말씀 들리고 |
春滿霞觴奉聖歡 | 봄이 가득한 술잔으론 황제에게 기쁨을 받드네 |
六合一家堯日月 | 온 세상이 한 집 안이니, 요임금 시절이요, |
三呼萬歲漢衣冠 | 세 번 만세를 부르니 한나라의 의관이다. |
不知身世今安在 | 모르겠네, 이 몸 지금 어디에 있는지? |
恐是靑冥控紫鸞 | 아마 하늘에서 난새를 타고 부리는 듯. |
「치당태평송(致唐太平頌)」이란 시든 「입근대명전(入覲大明殿)」이란 시든든 황제의 조화로움이나 은혜를 얘기하는 시들은 한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아부조의 문장을 구사하니 말이다. 여기서는 아예 궁궐 자체에 대한 신비로운 묘사뿐 아니라, 천어(天語), 성(聖), 육합(六合), 요(堯), 한(漢, 한나라가 잘 다스려진 이상향의 시기로 불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난새[鸞]와 같이 황제를 띄울 수 있는 단어는 모두 총동원되어 있다. 그래서 읽는 나는 닭살이 돋지만, 이것 또한 그 당시 시인들은 태평성대를 기리는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하니 납득할 수밖에 없다.
교수님은 홍만종이 “당나라 사람들의 「일찍 조회 보러 간다[早朝]」는 작품들과 버금이라 할 만하다.”라고 평하여서 나머지 세 작품 중 왕유의 작품을 뺀 두 작품도 함께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세 시인의 차이도 약간 풀어줬다.
목은 | 작품 속에 개인의 상황, 감정을 나타내는 구절의 거의 없음 |
가지 | 자기의 직분을 은근히 드러냄. |
두보 | 화답한 시들은 그 시에 상대방을 상징하는 걸 담음. 이 시엔 가지의 집안 내력을 담음으로 그를 추켜세웠음.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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