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먼저 자리를 뜬 선배들의 사연
물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1시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물에서 나왔다. 한 여름의 더위는 저번 주 금요일 새벽에 내린 비와 함께 순식간에 물러났고 어느덧 쾌적하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시 물놀이를 할까 말까 분주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구석에 두 명의 그림자가 서서히 시야로부터 사라져 간다.
▲ 구석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홀연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스릴러 같다고? 천만에 말씀~
선배들 먼저 자리를 뜬 사연
그 두 사람은 민석이와 정훈이로, 단재학교의 최고 학년이라 할 수 있다. 스르륵 사라지기 전 두 아이는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훈: 민석아 너무 춥다. 그냥 내려가자~
민석: (약간 반신반의하며) 그럴까?
정훈: 여기 있다가는 너무 추워서 감기가 걸릴 거 같아.
민석: 그럼 같이 먼저 가자. (허공을 향해 외친다) 저희 먼저 내려갈게요.
이 대화는 넌지시 들었지만, 그 순간 ‘설마 나머지 아이들이 아직도 저렇게 있는데 그냥 내려가긴 하겠어?’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하던 찰라, 이미 두 아이들은 벌써부터 발걸음을 옮겨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이럴 때 보면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신속하다고 할 수 있다.
▲ 펜션으로 돌아가는 길에 양평여행의 안내물이 걸려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둘만 내려 보냈다가는 길이 엇갈릴 수도 있고, 불미스런 사고가 날 수도 있기에 나 또한 짐을 부랴부랴 챙겨서 뒤따르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전혀 뜻하지 않게 두 명의 아이들과 도보여행을 하게 되었다. 2014년에 남한강을 따라 양평에서 충주까지 도보여행을 한 이후에, 2년 만에 비공식적인 도보여행을 다시 하게 된 것이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민석이에게 “그때 왜 단체로 행동하지 않고, 그냥 멋대로 둘만 내려갔어?”라고 물으니, “그땐 정말 추웠어요. 그래서 그곳을 빨리 뜨고 싶었죠. 더욱이 그때 왜 물에 들어가 놀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남한산 계곡에 갔을 때야 더웠으니 물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그땐 꼭 ‘호랑이 입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으니 말이예요”라고 대답해주더라. 아마도 몸이 너무 추운 나머지 계곡의 오싹한 기온이 느껴지지 않는 곳으로 빨리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 빨리 가려 간다는 말도 없이 무작정 걸어가던 아이들.
여행 중엔 모든 게 놀이가 된다
이렇게 뜻밖의 도보여행이 시작되었다. 남한강 도보여행 당시엔 정훈이가 가장 힘들어 했었는데, 그 여행을 책임감으로 잘 마쳤으며, 작년에 자전거 여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다 보니, 이젠 이런 식의 걷거나 몸으로 하는 것들은 힘들어 하지 않게 되었다. 원래 여러 운동을 하며 체력을 다졌던 학생답게,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체력이 좋아진 것이다. 더욱이 이날 민석이와 걸을 때도 넘어져 살짝 다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짜증을 내거나 주저앉지 않았고 열심히 걸어갈 수 있었던 데엔 그런 성장이 밑받침이 되었다.
▲ 천천히 걸으면 30분이 약간 넘도록 걸어야 하는 거리다.
시골의 한적한 풍경을 보며 민석이와 걷는다. 둘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서로 놀리며 우정을 재확인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계곡을 벗어나고 싶고 걸으며 몸의 온기를 유지하고 싶어 그런 것이다. 그렇게 30분 동안 산책을 하듯, 이야기를 하듯 편하고 느긋하게 걸었다.
그런데 그 때 재밌는 상황이 펼쳐졌다. 승태쌤 차가 뒤에서 갑자기 보였는데, 차장 밖으론 아이들이 하나씩 얼굴을 내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차는 우리 옆에 바짝 붙더니, 차에 탄 아이들이 한껏 놀리려는 말투로 “겨우 여기에 온 거야?”며 말한다. 당연히 우리도 걷다가 아는 사람들을 다시 만난 것이니 한껏 기분이 업 되어 “내려~ 내리라고”라는 말을 했고, 차에 탄 아이들은 “안 내릴 건데~”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아이들에겐 하나의 재밌는 놀이였던 것이다. 그때 정훈이는 “이 차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자”라는 제안을 했고, 우리도 장난처럼 차를 막아서며 달리지 못하게 했다. 이게 답답하게 느껴지던지 성민이와 민지는 차에서 내려 뛰기 시작했고, 우리를 앞질러 가게 되었다. 이렇듯 게임을 하듯, 장난을 하듯 펜션까지 재밌게 놀면서 올 수 있었다.
▲ 갑자기 아이들이 차를 타고 나타났고, 유쾌한 장난은 시작되었다.
인용
4. 슬펐다 기뻤다 왔다갔다
5. 용문 5일장
6. 중원폭포에서 놀다
9. 잘 먹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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