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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용문산 여행 -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용문산 여행 -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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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단재학교는 여름 시즌에 계곡이나 바다로 놀러 가곤 한다. 놀러 가는 걸 누군가는 시간 뺐어가면서 잘 하는 짓이다라고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을 시간낭비로 보는 문화, 그리고 누군가 하는 여행조차도 멸시하는 기류가 있다. 

 

 

 

또 놀려구?’라는 말

 

2009년에 혼자서 목포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했었다. 그때에도 몇몇 어른은 참 대단한 일을 한다며 응원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분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난 앞뒤 따질 것 없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 차도 있는데 뭐 하러 걸어 다녀. 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여유부리기 전에 고추라도 한 군데 더 심겠구만.”이라는 말로 힐난하기도 했다.

 

 

국토종단을 할 때 면전에서 '미친 사람'이란 말까지 들었다.

 

 

아마도 이건 여행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점이라 할 수 있겠다. ‘여행은 돈 있는 사람만 하는 거다’, ‘여행은 시간 낭비다’, ‘여행은 현실회피다와 같은 말들이 그런 류의 말들인데, 여기엔 시간=이란 관념이 깊이 자리하고 있고, ‘여행=노는 것이란 생각이 뿌리 박혀 있다. 그래서 나처럼 국토종단을 한다던지, 해외 배낭여행을 다닌다던지 하면 어른들은 언제 취업해서 남들처럼 살거냐? 그렇게 허구헌 날 놀러 다녀서 쓰겠냐?”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어른들이 뱉은 또 놀려구?’라는 말은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 못마땅할 때 쓰는 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풍토는 어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놀이본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당연히 신나게 놀며 세상의 비의를 온 몸으로 만끽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예전 같으면 마을 어귀에 앉아 저녁 먹어라는 엄마의 말이 있기 전까지 흙놀이를 하며 얼음땡을 하던 아이들은 온데간데없이, 엄마의 보호 속에 키즈카페에 있거나 안전한 놀이터에서만 1~2시간 노는 게 전부가 되어 버렸다. 어려서 거세된 놀이본능은 여행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낳게 되었다.

 

 

작년 여름에 민들레 1박2일 모임에 갔을 때, 아이들과 개울에서 놀 수 있었다. 그 때 보면 아이들은 계획 없이 아주 잘 논다. 

 

 

 

여행은 놀이가 아닌 공부다

 

하지만 국토종단을 해보고, 사람여행을 해보며, 단재학교에 떠나는 각종 여행을 하다 보니, 여행을 단순히 노는 것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대화를 하고 간접체험을 하는 것을 공부라 한다면, 여행이야말로 책을 읽는 것 이상의 배움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내가 지금껏 익숙하게 지내온 환경을 떠나 낯선 환경에 들어가는 것이다. 발을 딛고 선 이질적인 환경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정신이 필요하며, 그곳에서 함께 웃고 떠들며 적극성을 키워간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 보면 내가 어떤 생각에 갇혀 살았는지, 나의 두려움이 어디서부터 연유하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하던데, 여행이야말로 사람을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만든다. 두려움과 호기심의 상반된 감정 속에 현실에 녹아들고, 내가 발 딛고 선 현실을 긍정하게 만든다.

 

 

재작년에 단재학교 영화팀과 떠난 남한강 도보여행. 떠나보면 비로소 내가 보인다.

 

 

책을 통해선 간접체험을 하게 된다면, 여행을 통해선 직접체험을 하게 된다. 책을 통해선 이상적인 깨달음이 있다면, 여행을 통해선 현실적인 깨달음이 있다. 책을 통해선 머리로 그려진 이상적인 세상을 받아들이고 나의 두려움으로 한껏 회칠된 가짜세상을 경험하게 된다면, 여행을 통해선 몸으로 느끼는 세상을 받아들이고 한 땀 한 땀 피부로 스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공부가 되고, ‘여행=나의 이상과 현실을 매치시키는 작업이 되며, ‘여행=망각한 몸의 철학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떠나보면 내가 보이고, 내가 보이면 세상이 보이며, 세상이 보이면 비로소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래서 단재학교에선 청소년의 성장에 필요한 4가지 요소독서, 여행, 놀이, 운동으로 정하고 그걸 커리큘럼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당연히 이 때 여행은 나머지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단재학교에선 여행을 매우 중요한 커리큘럼으로 치고 있고 매 학기 당 2~3번의 전체여행과 2주마다 트래킹을 떠나고 있다.

 

 

2011년 10월 단재학교 교사로 처음 참석한 여행이 보길도 여행이었다. 

 

 

인용

목차

사진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2. 여행에 들이닥친 두 가지 변수

3.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느낀 교사의 숙명

4. 슬펐다 기뻤다 왔다갔다

5. 용문 5일장

6. 중원폭포에서 놀다

7. 먼저 자리를 뜬 선배들의 사연

8. 무의미 속에 의미가 있다

9. 잘 먹는 게 중요하다

10.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치우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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