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용문 5일장과 중원폭포에서 놀다
원랜 2시쯤에 펜션에서 픽업을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좀 일찍 오는 바람에 당장은 픽업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승태쌤이 두 번 왔다갔다하며 픽업하는 것으로 했다.
▲ 물놀이 준비를 하고 있다. 보트까지 바람을 넣어 빵빵히 했다.
날씨는 선선해졌지만, 그래도 우린 물놀이를 하려 한다
펜션에 도착한 우리들은 바로 물놀이 하기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햇살이 비치지 않아 구름이 가득 했고, 기온까지 내려가 선선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계곡이 가지 않는 건, 서울에 가서 남산에 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거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렇게 약간 추운 느낌인데, 꼭 계곡을 가야 해요”라고 불평을 하거나,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실 거예요?”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지만, 잘 챙겨 입었다.
준비를 마치고 나오니 주인아주머니는 계곡 입구까지 태워주겠다고 하더라. 난 펜션에서 나오면 바로 계곡이 보이는 줄 알았는데, 차를 타고 가야 할 정도로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것을 그 때서야 알았다. 계곡으로 가는 동안엔 “어디로 가야 계곡물이 많아요?”라고 물어보니, “입구 쪽에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폭포가 떨어지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물놀이하기 좋아요”라고 알려주시더라.
입구에 간식거리와 튜브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간다. 올라가다 보니 의자에 앉아 계시던 한 분이 “우리도 올라갔는데 물이 없어서 그냥 내려왔어요”라며 새로운 정보를 알려준다. 아무래도 비도 거의 내리지 않은 무더운 여름을 지난 후라, 그분 말이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 말만 듣고 물러날 순 없었다. 어쨌든 그게 사실이라 해도 눈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니 말이다.
▲ 말은 들었지만, 눈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 열심히 걸어갔다.
아이들의 놀이본능도 꺾어버린 날씨
한참을 오르다가 드디어 주인아주머니가 얘기한 ‘중원폭포’란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밑에서 ‘물이 없다’던 그 말과는 달리 계곡엔 물이 흐르고 있었고 계곡의 깊이도 성인 어른의 키를 넘을 정도는 되더라. 말만 듣고 가지 않았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계곡에 도착했을 때 재밌는 장면이 두 장면이 있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춥다’고 외쳐대며 물에는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던 아이들이, 계곡물을 보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에 들어가 놀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이럴 때마다 가장 소극적이던 한 학생은 수영복을 챙겨온 것을 시작으로 아예 발 벗고 먼저 계곡에 들어가 맘껏 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보트도 타고 물장구도 치며, 서로 물에 빠뜨리려 전술을 짜며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저번에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했을 때도 아이들의 놀이본능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때도 아주 절실히 놀이본능을 엿볼 수 있었다.
▲ 놀이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은 아주 가열차게 논다.
하지만 첫 여행기에서도 밝혔다시피 이날은 한여름의 불볕더위는 물러가고 평년보다도 기온이 낮았던 날이라 계곡에서 놀기엔 약간 추운 날이었다. 더워서 물에 들어가고 싶다는 기분은 사라지고, 그럼에도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는 가봐야지라는 부담만 남았다. 그러니 아이들도 30분 정도 정신 없이 놀다가, 기어코 지치고 춥던지 가자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간식으로 사온 음료수와 옥수수를 먹으며 잠시 쉰 다음에, 어찌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몇몇은 물에 다시 들어가자고 얘기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가자고 하더라. 어느덧 파장 분위기가 되고야 말았다. 이 때문에 승태쌤이 산 통발은 쳐보지도 못하고 가져간 그대로 다시 가져와야만 했다. 날씨만 좀 더 더웠으면 더 신나게 놀았을 텐데, 참 아쉬운 순간이었다.
▲ 수영해도 될만큼 물이 깊고 맑다. 날씨만 서늘해지지 않았으면 최고였을 텐데.
이 때 민석이와 정훈이는 간다만다 얘기도 하지 않고 무작정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교사에게 말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어쩔 수 없이 난 그 둘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려던 이 두 녀석의 고군분투는 현실의 한계 앞에 차갑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걸 이 아이들은 ‘금수저와 흙수저론’이라 불렀는데, 그 자세한 얘기는 다음 후기에서 하도록 하겠다.
▲ 한참 재밌게 논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주전부리를 먹다가 갑자기 두 녀석은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인용
4. 슬펐다 기뻤다 왔다갔다
5. 용문 5일장
6. 중원폭포에서 놀다
9. 잘 먹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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