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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종북소선 자서(鍾北小選 自序)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박지원 - 종북소선 자서(鍾北小選 自序)

건방진방랑자 2021. 11. 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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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엔 세상과 사람이 담겨있다

종북소선 자서(鍾北小選 自序)

 

박지원(朴趾源)

 

 

문장은 자연에 그대로 남아 유유히 전해져 왔다

嗟乎! 庖犧氏歿, 其文章散久矣.

然而蟲鬚花蘂, 石綠羽翠, 其文心不變. 鼎足壺腰, 日環月弦, 字體猶全. 其風雲雷電, 雨雪霜露, 與夫飛潛走躍, 笑啼鳴嘯, 而聲色情境, 至今自在.

 

그림과 글자는 천지 사이에서 나왔다

故不讀則不知畵, 不知畵則不知文矣, 何則? 庖犧氏作, 不過仰觀俯察, 奇偶加倍, 如是而畵矣. 蒼頡氏造字, 亦不過曲情盡形, 轉借象義, 如是而文矣.

 

글자엔 소리가 배어 있다

然則文有聲乎? 伊尹之大臣, 周公之叔父, 吾未聞其語也, 想其音則款款耳. 伯奇之孤子, 杞梁之寡妻, 吾未見其容也, 思其聲則懇懇耳.

 

글자에 스며든 색

文有色乎? 曰詩固有之. “衣錦褧衣, 裳錦褧裳,” “鬒髮如雲, 不屑髢也.”

 

자연 그대로의 정이 담긴 글자

何如是情? 曰鳥啼花開, 水綠山靑. 何如是境? 曰遠水不波, 遠山不樹, 遠人不目. 其語在指, 其聽在拱.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한 글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故不識老臣之告幼主, 孤子寡婦之思慕者, 不可與論聲矣. 文而無詩思, 不可與知乎國風之色矣. 人無別離, 畵無遠意, 不可與論乎文章之情境矣. 不屑於蟲鬚花蘂者, 都無文心矣. 不味乎器用之象者, 雖謂之不識一字可也. 燕巖集卷之七

 

 

 

 

 

 

해석

 

문장은 자연에 그대로 남아 유유히 전해져 왔다

 

嗟乎! 庖犧氏歿, 其文章散久矣.

! 포희씨가 죽자 문장이 흩어진 지 오래되었다.

 

然而蟲鬚花蘂, 石綠羽翠,

그러나 벌레의 더듬이와 꽃술, 공작석석록(石綠): 공작석(孔雀石)이라고도 함. 녹청색의 아름다운 광물로 장식품이나 안료(顔料)로 쓰임과 물총새 깃털우취(羽翠): 취우(翠羽)와 같은 뜻으로 비취는 물총새로 아름다운 녹색 깃털을 지녔는데, 귀중한 물건으로 여겨져 장식품으로 쓰임

 

其文心不變.

문장의 진심은 변하질 않았다.

 

鼎足壺腰, 日環月弦,

솥발과 호리병의 허리, 해의 고리와 달의 휜 부분()자는 솥의 세 발을 상형(象形)으로 나타낸 것이고, ()자는 병의 허리 부분을 상형으로 나타낸 것이고, ()자는 해의 둥근 고리 모양을 상형으로 나타낸 것이고, ()자는 달의 휜 가장자리인 시울을 상형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뜻이다

 

字體猶全.

글자체가 오히려 온전하다.

 

其風雲雷電, 雨雪霜露,

바람과 구름, 천둥번개, 비와 눈, 서리와 이슬,

 

與夫飛潛走躍, 笑啼鳴嘯,

날짐승, 물고기, 들짐승, 그리고 웃거나 울거나 울리거나 휘파람 부는

 

而聲色情境, 至今自在.

성색정경(聲色情境)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있었다.

 

 

 

그림과 글자는 천지 사이에서 나왔다

 

故不讀則不知畵,

그러므로 주역을 읽지 않으면 그림을 알지 못하고,

 

不知畵則不知文矣,

그림을 알지 못하면 문장을 알지 못한다.

 

何則? 庖犧氏作,

어째서인가? 포희씨가 주역을 지을 때

 

不過仰觀俯察, 奇偶加倍,

올려다보고 굽어 살펴보며 홀수와 짝수를 더하고 곱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如是而畵矣.

이와 같이 그림이 됐다.

 

蒼頡氏造字, 亦不過曲情盡形,

창힐씨가 글자를 만들 때에도 또한 정()을 곡진히 하고 형상을 지극히 했으며

 

轉借象義, 如是而文矣.

모양의 뜻을 전주(轉注)하고 가차(假借)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이와 같이 글이 됐다.

 

 

 

글자엔 소리가 배어 있다

 

然則文有聲乎?

그렇다면 글자에 소리가 있는가?

 

伊尹之大臣, 周公之叔父,

말하겠다. 이윤은 훌륭한 신하였고 주공은 숙부였는데

 

吾未聞其語也,

내가 그들의 말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想其音則款款耳.

소리를 상상해본다면 정성스럽고도 정성스러웠을 뿐이었을 것이다.

 

伯奇之孤子, 杞梁之寡妻,

고아인 백기백기(伯奇): 주선왕(周宣王) 때 신하 윤길보(尹吉甫)의 아들. 어머니가 죽자 계모(繼母)가 그 아들 백봉(伯封)을 장자로 세우고자 백기를 무함하였다. 이에 윤길보가 노하여 백기를 들판으로 쫓아내니 백기는 연잎을 엮어 옷 해서 입고 마름꽃을 따서 먹으며 죄 없이 쫓겨난 것을 슬퍼하여 이상조(履霜操)란 노래를 지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였다. 이에 윤길보가 뒤늦게 깨달아 백기를 다시 불러오고 후처를 죽였다. 초학기(初學記)2에 보인다. 여기서는 지금도 그 시를 읽으면, 백기가 가슴 가득 억울함을 품고 노래 부를 때의 그 간간(懇懇)한 음성이 마치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는 뜻이다와 과부인 기량의 아내춘추(春秋) 때 제() 대부 기량(杞梁)이 전사(戰死)하자, 그 아내 맹강(孟姜)이 교외에서 상여를 맞이하는데 곡소리가 몹시 구슬퍼 듣는 이가 모두 눈물을 흘리고, 성벽(城壁)이 그 소리에 무너지고 말았다고 한다. 최표(崔豹)고금주(古今注)』 「기량처(杞梁妻)에는 남편이 죽자 그녀가 위로는 아비 없고, 가운데 지아비 없고, 아래로 자식도 없으니 산 사람의 고통이 지극하고나[上則無父, 中則無夫, 下則無子, 生人之苦至矣].”하며 길게 곡하자 도성의 성벽이 감동하여 무너졌고, 그녀 또한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했다

 

吾未見其容也,

내가 그들의 용모를 보진 못했지만

 

思其聲則懇懇耳.

말소리를 생각해보면 간절하고도 간절했을 뿐이었을 것이다.

 

 

 

글자에 스며든 색

 

文有色乎? 曰詩固有之.

글자에 색이 있는가? 말하겠다. 시에 본래 그것이 있다.

 

衣錦褧衣, 裳錦褧裳,”

비단옷을 입고 홑옷을 덧입었고 비단치마를 입고 홑치마 덧입었네.”

 

鬒髮如雲, 不屑髢也.

검은 머리 구름 같아 가체를 달가워하지 않네.”

 

 

 

자연 그대로의 정이 담긴 글자

 

何如是情?

어떤 것을 정()이라 하는가?

 

曰鳥啼花開, 水綠山靑.

말하겠다. 새가 울고 꽃이 피고 물은 파랗고 산은 푸른 것이다.

 

何如是境?

어떤 것을 경()이라 하는가?

 

曰遠水不波, 遠山不樹,

말하겠다. 먼 물은 물결치지 않고 먼 산은 나무가 없으며

 

遠人不目.

먼 사람은 눈이 없는 것이다() 왕유(王維)의 찬()으로 전해지는 산수론(山水論)에 보이는 구절이다. “무릇 산수(山水)를 그리는 것은 뜻이 붓보다 우선해야한다. ()이 열 자라면 나무는 한 자가 되고, 말이 한 치라면 사람은 한 푼의 크기로 그린다. 먼데 사람은 눈이 없고, 먼데 나무는 가지가 없으며, 먼산은 바위가 없이 은은히 눈썹처럼 그려야 하고, 먼 물은 물결이 없이 구름과 높이가 나란해야 한다. 이것이 산수화를 그리는 비결이다[凡畵山水, 意在筆先. 丈山尺樹, 寸馬分人. 遠人無目, 遠樹無枝, 遠山無石, 隱隱如眉; 遠水無波, 高與雲齊, 此是訣也]..

 

其語在指, 其聽在拱.

말하는 것은 가리키는 데에 있고 듣는 것은 공수(拱手)하는 데옛 그림의 풍경 속에는 으레 두 사람이 등장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한 사람은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고, 한 사람은 그 가리키는 방향을 보며 두 손을 맞잡고 있다. 가리키는 사람이 말을 하는 사람이고, 맞잡은 사람은 듣는 사람임을 나타낸다에 있다.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한 글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故不識老臣之告幼主,

그러므로 늙은 신하가 어린 군주에게 고하고

 

孤子寡婦之思慕者,

고아와 과부의 사모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不可與論聲矣.

함께 소리를 논할 수 없다.

 

文而無詩思, 不可與知乎國風之色矣.

글을 짓되 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함께 국풍의 색을 알 수가 없다.

 

人無別離, 畵無遠意,

사람으로 이별해본 적이 없고 그린 것이 원대한 뜻이 없다면,

 

不可與論乎文章之情境矣.

함께 문장의 정()과 경()을 논할 수가 없다.

 

不屑於蟲鬚花蘂者, 都無文心矣.

벌레의 더듬이와 꽃술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문장의 진심이 없는 것이다.

 

不味乎器用之象者,

그릇과 용기의 모양을 음미하지 않는 사람은

 

雖謂之不識一字可也. 燕巖集卷之七

비록 한 글자도 알지 못한다고 말해도 괜찮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미학산책

1. 세상을 보며 글자를 만들었던 포희씨

2. 글로 드러나는 소리와 빛깔

3. 글로 드러나는

4. 통해야만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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