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용(金九容, 1338 충숙왕 복위7~1384 우왕10, 자 敬之, 호 惕若齋)은 숭유(崇儒)의 군주(君主)로 알려져 있는 공민왕(恭愍王)이 성균관(成均館)을 창건하였을 때 정몽주(鄭夢周)ㆍ박상충(朴尙衷)ㆍ박의중(朴宜中)ㆍ이숭인(李崇仁) 등과 함께 교관(敎官)이 되었으며 이때 정이천(程伊川)의 역전(易傳)과 주자(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注)를 논(論)하는 등 주자학(朱子學)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그의 시작(詩作)에는 강호자연(江湖自然)을 사랑하는 흥취(興趣)가 작품의 도처에 넘치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여강기둔촌(驪江寄遁村)」(七絶), 「무창(武昌)」(七絶), 「기달가종군(寄達可從軍)」(五律), 「범급(帆急)」(五律), 「차이호연(次李浩然)」(七律), 「강수(江水)」(七律) 등이 대부분 그러하여 이를 확인케 한다.
「범급(帆急)」을 보이기로 한다.
| 帆急山如走 舟行岸自移 | 돛이 빨라서 산은 달리는 듯하고 배 지나가매 언덕 절로 옮겨지네 |
| 異鄕頻問俗 佳處強題詩 | 타향에선 자주 풍속 물어보게 되고 아름다운 경치 만나면 억지로 시를 짓네 |
| 吳楚千年地 江湖五月時 | 오나라와 초나라는 천년의 옛 땅 강호 자연은 오월의 계절이라네 |
| 莫嫌無一物 風月也相隨 |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다고 꺼려하지 말라 바람과 달이 응당 서로 따를 걸세 |
학자의 시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정취(情趣)가 전편에 넘치고 있으며, 애써 단련한 흔적이 없어 청신(淸新)함을 더해준다.
유숙(柳淑, 1324 충숙왕11~1368 공민왕17, 자 純天, 호 思菴)은 문집을 남기지 않아 그의 시세계에 대해서는 시선집에 전하는 「벽란도(碧欄渡)」(五絶)와 「차가야사주노(次加耶寺住老)」(七律)를 통하여 짐작힐 수 있을 뿐이다. 그는 공민왕(恭愍王)의 지우(知遇)를 입었으며 흥왕사(興王寺)의 변란에도 대공(大功)을 세워 정당문학(政堂文學)에 올랐으나, 그의 충직(忠直)을 두려워 한 신돈(辛旽)에 의하여 죽음을 당했다.
「벽란도(碧欄渡)」를 본다.
| 久負江湖約 風塵二十年 | 오랫동안 강호의 기약 저버리고 풍진 세월 이십년 |
| 白鷗如欲笑 故故近樓前 | 백구도 비웃는 듯 울음 울며 다락 앞으로 다가오네 |
벽란도(碧瀾渡)는 송사(宋使)가 뱃길로 이르던 곳이다. 유숙(柳淑)이 벽란도(碧欄渡)를 지나며 자연에 은거하지 못하고 일상에 바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본 작품이다. 그러나 유숙(柳淑)은 후일 후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이 일을 슬퍼하는 뒷사람들에 의하여 많은 일화를 남겼다.
이집(李集, 1327 충숙왕1~1387 우왕13, 자 浩然, 호 遁村)은 신돈(辛旽)에게 미움을 받아 현달(顯達)하지 못했다. 그의 『둔촌잡영(遁村雜詠)」은 잡영(雜詠)ㆍ부록(附錄)ㆍ보편(補編)을 합쳐 84에 지나지 않는다.
목은(牧隱)ㆍ포은(圃隱)ㆍ도은(陶隱)ㆍ척약재(惕若齋) 등과 주고받은 시편으로 보아 시세계의 경계(境界)를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기정상국(寄鄭相國)」(七), 「여주제영(驪州題詠)」(七絶), 「한양도중(漢陽途中)」(五律) 등이다.
「한양도중(漢陽途中)」을 보인다.
| 病餘身已老 客裏歲將窮 | 병을 앓아 몸 벌써 늙었고 나그네 신세 한해가 다하려 하네 |
| 瘦馬鳴斜日 羸僮背朔風 | 여윈 말 석양에 울고 약한 아이 삭풍을 등졌네 |
| 臨津冰合凍 華岳雪連空 | 임진강은 얼음 얼어 걸어 건너기 알맞고, 화악산에 눈이 하늘에 연이었네 |
| 回首松山下 君門縹緲中 | 머리 돌려 송악산 아래 바라보니 그대 집은 아득히 먼 곳에 있네 |
이 작품은 만년에 객중(客中)의 어려움을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작품 가운데에는 특히 병약(病弱)한 기려(羈旅)의 처지를 읊조리고 있는 것이 많지만 군졸함이 없이 쇄락(灑落)하기만 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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