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돈유스님과 주고 받은 시
西伯寺住老敦裕師見寄二首. 使者至門督促, 走筆和寄云: “不是皇恩雨露踈, 煙霞高想自居幽. 須知紫闥催徵召, 休戀靑山久滯留. 遁世眞人甘屛跡 趨時新進競昻頭 象王他日來騰踏 狐鼠餘腥掃地收.” “莫怪長安鯉信踈, 俗音那到水雲幽. 岩堂煙月棲身隱, 京輦風塵戀祿留. 道韻想君氷入骨, 宦遊憐我雪蒙頭. 掛冠何日攀高躅, 六尺殘骸老可收.”
又別成一首, 謝惠燭曰: “東海孤雲十世孫, 文章猶有祖風存. 雨條金燭兼詩貺, 詩足淸心燭破昏.”
師答書曰: “余恐湮沒無傳, 今上板, 釘于壁上, 以壽其傳云.”
해석
西伯寺住老敦裕師見寄二首.
서백사(西伯寺)의 주지 노승(老僧)인 돈유(敦裕) 스님이 두 수의 시를 부쳐왔다.
使者至門督促, 走筆和寄云: “不是皇恩雨露踈, 煙霞高想自居幽. 須知紫闥催徵召, 休戀靑山久滯留. 遁世眞人甘屛跡 趨時新進競昻頭 象王他日來騰踏 狐鼠餘腥掃地收.”
심부름꾼이 문에 와서 독촉하니 붓을 달려 화운하여 부쳤으니 다음과 같다.
不是皇恩雨露踈 | 임금의 은혜가 비와 이슬처럼 엉성한 게 아니라 |
煙霞高想自居幽 | 안개와 이슬 같은 높은 생각에 거처함이 그윽해서라네. |
須知紫闥催徵召 | 반드시 궁궐에서 재촉하여 부를 걸 알지니 |
休戀靑山久滯留 | 청산을 그리워하며 오래 머물진 마시라. |
遁世眞人甘屛跡 | 세상에 은둔한 진인들은 달갑게 자취를 감추지만 |
趨時新進競昻頭 | 시세를 다투는 신진들은 다투며 머리를 올리네. |
象王他日來騰踏 | 상왕【상왕(象王) : 불가(佛家)의 말로 가장 큰 코끼리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주지 돈유를 비유한 것이다. 『법원주림(法苑珠林)』에 “진지(進止)는 상왕(象王) 같고 행보(行步)는 아왕(鵞王) 같다.” 라는 말이 보인다.】이 다른 날 다리를 높이 들고 와서 |
狐鼠餘腥掃地收 | 여우와 쥐의 남은 비린내 땅에서 쓸어 거두려나? |
“莫怪長安鯉信踈, 俗音那到水雲幽. 岩堂煙月棲身隱, 京輦風塵戀祿留. 道韻想君氷入骨, 宦遊憐我雪蒙頭. 掛冠何日攀高躅, 六尺殘骸老可收.”
莫怪長安鯉信踈 | 서울의 편지 드물게 온다 괴이히 여기지 마시오. |
俗音那到水雲幽 | 속세의 소식이 어찌 산골 깊숙한 곳에 이르겠소? |
岩堂煙月棲身隱 | 그대는 암당의 연기와 달빛에 몸을 머문 채 숨었지만 |
京輦風塵戀祿留 | 나는 서울 벼슬길의 풍진에 녹을 그리워하며 머물죠. |
道韻想君氷入骨 | 도의 운치에 상상컨대 그대의 깨끗함이 골수에 들었겠지만 |
宦遊憐我雪蒙頭 | 벼슬살이에 가엾게도 나의 흼이 머리를 덮었지요. |
掛冠何日攀高躅 | 벼슬 버리고 어느 날 높은 자취 더위잡아 |
六尺殘骸老可收 | 육척의 스러진 몸의 늙음을 거둘 수 있을까요? |
又別成一首, 謝惠燭曰: “東海孤雲十世孫, 文章猶有祖風存. 雨條金燭兼詩貺, 詩足淸心燭破昏.”
또 별도로 한 수를 다음과 같이 지어 은혜로운 촛불에 감사했다.
東海孤雲十世孫 | 해동 고운의 10대손으로 |
文章猶有祖風存 | 문장엔 아직도 조상의 풍치 남아 있지. |
雨條金燭兼詩貺 | 빗줄기 같은 금촉에 시를 함께 줬으니 |
詩足淸心燭破昏 | 시는 마음을 맑게 하고 촛불은 어둠을 깰 테죠. |
師答書曰: “余恐湮沒無傳, 今上板, 釘于壁上, 以壽其傳云.”
선사는 “저는 사라져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오늘 널빤지에 상재(上梓)하여 벽 위에 못질하고 전해짐을 오래하도록 했지요.”라고 답하는 편지를 썼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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